위기의 맨유 '감독은 물러나겠다는데 구단이 만류?'

이석무 기자I 2016.01.26 14:27:09
성적 부진과 실망스런 경기 내용으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루이스 판 할 감독.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위기다. 팀 성적은 뒷걸음질치고 있고 팬들은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심지어 감독 본인도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구단이 감독의 사퇴를 만류하고 있다.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다.

BBC, 가디언, ESPN 등 영국 주요 언론들은 26일(이하 한국시간) “루이스 판 할 맨유 감독이 구단에 자진 사퇴 의사를 전달했다지만 구단이 만류했다”고 보도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판 할 감독은 지난 주말 사우샘프턴과의 2015~2016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3라운드 홈경기에서 0-1로 진 뒤 사퇴의 뜻을 전했다. 하지만 맨유는 판 할 감독에게 생각을 바꿔달라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영국 일간지 ‘데일리 메일’은 “이미 맨유 구단 이사진들이 한 할 감독 체제를 시즌 끝까지 끌고 가기로 결정했다. 이 결정을 판 할 감독이 팀에 복귀하는 대로 만나서 통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판 할 감독은 딸의 생일을 챙기기 위해 맨체스터를 떠나 네덜란드에서 가족과 잠시 지내고 있다.

맨유는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 시절 엄청난 성공을 거두며 최고의 명문팀으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퍼거슨 감독이 27년간의 장기집권을 마치고 물러난 뒤에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퍼거슨의 후임이었던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이 최악의 성적으로 도중에 하차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판 할 감독 마저 여러 문제점을 노출하며 위기를 맞고 있다.

맨유는 퍼거슨 감독 시절의 영광을 되살리기 위해 4000억원에 가까운 천문학적인 이적료를 쏟아부었다. 그럼에도 성적이 나지 않자 판 할 감독을 향해 팬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경기 때마다 엄청난 야유를 퍼부으며 감독의 경질을 요구하고 있다.

팬들의 불만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맨유는 올해 챔피언스리그에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수모를 맛봤다. 정규리그에서도 5위에 머물러 있다. 지금 순위라면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은 불가능하다. 전혀 맨유라는 이름값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다.

맨유 구단도 고민이 많았다. 에드 우드워드 구단 CEO는 판 할 감독이 잠시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선수들과 긴급하게 대화를 나눴다. 감독에 대한 선수들의 생각을 들어보기 위해서였다. 결국 우드워드 CEO는 판 할 감독과 함께 이번 시즌을 마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린 듯 보인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맨유 수뇌부가 생각하는 최고의 시나리오는 시즌 후 판 할 감독과 결별한 후 새 시즌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구단이 최대한 판 할의 경질을 피하려고 하는 이유는 복잡하다. 일단 아직 성적을 끌어올릴 기회가 남아 있다.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다고 해도 아직 리그 5위를 유지하고 있다. 선두 레스터시티와는 불과 승점 10점 차다. 리그가 15경기나 남아 있는 상황에서 우승을 포기하기에는 이르다. 지금 이 상황에서 감독을 바꾼다는 것은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게다가 맨유는 가레스 베일(레알 마드리드), 네이마르(바르셀로나) 등 거물급 선수들의 영입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특히 베일에 대해선 이미 1억 파운드(약 1700억원)을 제시하며 지난여름 이적시장 때부터 강하게 러브콜을 보내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감독을 경질한다면 빅네임 선수들의 영입 작업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차기 감독과의 의견 조율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인디펜던트’는 “베일은 맨유 이적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다만 그는 맨유 차기 감독의 색깔이 자신과 맞을지, 과연 챔피언스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이끌 능력이 있는지에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현재 맨유의 차기 감독 후보로는 조제 무리뉴 전 첼시 감독, 펩 과르디올라 바이에른 뮌헨 감독, 맨유의 레전드이자 현재 맨유 수석코치를 맡고 있는 라이언 긱스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 가운데 무리뉴 전 감독은 맨유 감독 자리에 가장 적극적인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반면 과르디올라 감독은 맨유보다는 맨체스터 시티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긱스 수석코치는 맨유라는 큰 구단을 맡기에 지도자 경력이 짧다는 위험부담이 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