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기를 통해 들려 온 박경완의 목소리는 깊게 갈라져 있었다. 겨우 힘을 짜내 소리를 내는 듯 했다.
심한 몸살 탓이다. 대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조짐이 좋지 못했다. 결국 첫 경기 대만전이 끝난 뒤 독감이 덮쳐왔다.
가뜩이나 양 발목 부상 탓에 정상적인 플레이가 어려운 상황. 독감은 박경완에게 또 하나의 장벽이었다.
그러나 중국과 4강전서 그는 또 한번 팀의 승리를 지켜냈다. 포수로서도 타자로서도 만점 활약을 펼쳤다. 특히 초반 승부를 지배했다는 점에서 그는 이날 승리의 일등 공신이었다.
중국전은 초반 승부가 매우 중요했다. 한 수 아래의 팀인 것은 분명했지만 초반 흐름을 내주면 어려운 경기가 될 수도 있었다. 야구가 꼭 전력만으로 승패가 갈리는 스포츠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이 그만큼 성장했다는 점도 부담스러운 대목이었다.
박경완은 그 흐름을 한국쪽으로 완벽하게 끌어왔다. 그의 리드와 결정력은 한국 대표팀에 남아 있던 조금의 불안감 마저 깨끗하게 씻어냈다.
1회초 2사 3루 위기를 넘긴 것과 2회말 선제 2타점을 올려 준 대목이 백미였다.
한국 선발 양현종은 1회초 선두 타자 추이샤오에게 중전 안타와 도루를 잇달아 허용했다. 선취점을 내준다면... 대표팀이 갖게 될 부담의 크기는 크게 높아질 수 밖에 없었다.
다음 타자 호우펑리엔을 삼진으로 돌려세웠지만 3번 장홍보의 3루 땅볼 때 2루에 있던 추이샤오는 잽싸게 3루로 내달렸다. 중국 기동력의 힘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 주자에게 홈을 허용한다면 전체적으로 흔들릴 수 있는 위기였다. 박경완은 이 순간, 중심을 확실하게 잡아줬다.
타석엔 중국이 가장 믿고 있는 4번타자 왕웨이가 들어섰다. 왕에이는 양현종의 직구에 잔뜩 포인트를 맞추고 있었다.
양현종의 공이 대부분 힘 있는 직구 위주였기 때문이다. 양현종은 3번타자까지 상대하는 동안 던진 9개의 공 중 7개를 직구로 택했다. 그만큼 직구에 위력이 있었다. 왕웨이 입장에서 빠르고 묵직한 양현종의 공을 때려내기 위해 일찌감치 맘 먹고 힘껏 휘두를 수 밖에 없었다.
그런 타자의 심리를 놓칠 박경완이 아니었다. 박경완은 초구에 바깥쪽 체인지업을 요구했다. 직구라 생각하고 힘차게 나왔던 왕웨이의 방망이는 맥없이 헛돌고 말았다.
다음 공은 직구로 볼을 보여준 뒤 다시 변화구로 헛스윙. 변화구까지 고려하게 된 왕웨이는 머릿속이 복잡해 질 수 밖에 없었다.
박경완은 4구째 몸쪽 직구를 요구했다. 높게 제구되며 볼이 되긴 했지만 몸쪽에 대한 의식을 심어준 것 만으로도 성공이었다.
그리고 결정구를 택할 시간. 박경완은 다시 몸쪽 직구를 요구했다. 빠르게 승부를 걸며 허를 찌르겠다는 계산이었다. 양현종은 박경완의 리드에 200% 부응하며 몸쪽 낮은 코스의 직구를 꽂아 넣었다. 완벽한 삼진. 흐름이 넘어갈 위기를 넘겨낸 100점짜리 볼배합이었다.
타자 박경완도 빛났다. 2회말 1사 1,2루. 박경완은 볼 카운트 2-2에서 바깥쪽 직구를 결대로 받아쳐 2타점 중전 적시타를 만들어냈다. 상대에게 넘어갈 흐름은 막고, 기선을 제압하는 중요한 한방이었다. 대표팀에 자신감을 되살려준 적시타이기도 했다.
노림수가 제대로 맞아들어갔다. 박경완은 볼 카운트 2-1에서 바깥쪽으로 휘어져 나가는 슬라이더를 참아냈다. 스트라이크 존으로 오다 휘어져 나가는 위력적인 유인구였지만 속지 않았다.
중국 배터리의 선택은 바깥쪽 직구였다. 직구와 슬라이더의 속도 차이가 크지 않은 만큼 과감한 승부로 박경완의 허를 찌르겠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이미 박경완의 머릿속엔 계산이 서 있는 배합이었다. 기다렸다는 듯 낮은 공을 받아쳐 깨끗한 안타를 만들어냈다.
박경완은 이후 더 이상 안타를 때려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날의 경기를 지배한 선수는 단연 박경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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