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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23회 코카콜라 체육대상’. 이용(41)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 총감독은 ‘우수지도상’ 수상자로 호명되자 아내의 손을 꼭 잡고 무대 위로 올랐다. 사회자가 이유를 묻자 이용 감독은 “제 아내와 함께 (무대에) 올라온 이유는 깜짝 이벤트였다”며 “아내가 두 아이가 생겨 평창 꿈을 접고 제 뒷바라지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때문에 아내가 이런 시상식에 한 번도 서지 못했고, 깜짝 이벤트를 열었다. 내가 받은 상이지만 아내가 있어서 이 상을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공을 아내에게 돌렸다.
이용 감독의 아내는 컬링 선수로 10년을 넘게 활동한 김미연이다. 불모지였던 우리나라 컬링의 선구자 중 한명이다. 전국 동계체전에서 8연패를 달성했고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세계선수권에 출전한 이력도 있다. 선수 시절 경기도체육회 소속 스킵(주장)이었고 2012년 은퇴했다. 경기도체육회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 우리나라 여자 컬링 대표로 출전했다.
이용 감독과 김미연은 2007년 태릉선수촌에서 만났다. 당시 선수였던 이용 감독이 김미연에게 반해 프로포즈했다. 2009년 결혼에 성공했다. 김미연은 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있었으나 너무 늦기 전에 올림픽의 꿈을 접고 아이의 엄마가 되는 것을 택했다.
이용 감독은 “2016년에는 28일, 2017년에는 17일 집에 들어갔다. 2년 동안 집에 들어간 날이 45일이 전부였다”며 “아내 혼자 아이 둘을 모두 키웠다. 우리 선수들이 금메달과 은메달을 획득한 것도 모두 아내가 나를 도와준 덕분이다”라고 거듭 아내에게 고마움을 나타냈다. 김미연도 환한 미소로 “(이벤트에) 정말 깜짝 놀랐다”며 “집에서 자주 볼 수 없지만 시상식에서 멋진 (남편의) 모습을 보니 좋다”고 화답했다.
이용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불모지’로 불리는 썰매 종목에서 금메달 1개와 은메달 1개를 따내는 기적을 썼다. 그는 또 한 번의 기적을 쓰려면 국민의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용 감독은 “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이 국민의 관심을 받았고 그래서 이같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며 “이번 대회 성적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시상식에서 이승훈(스피드스케이팅), 윤성빈(스켈레톤)이 최우수선수상을 차지했다. 우수선수상 비장애인부문에선 최민정(쇼트트랙), 이상호(스노보드), 우수선수상 장애인부문에선 신의현 (노르딕스키)이 영예를 차지했다. 우수단체상은 봅슬레이 남자대표팀(원윤종, 서영우, 김동현, 전정린), 컬링 여자대표팀(김은정, 김영미, 김경애, 김선영, 김초희)이 받았다. 신인상은 임효준(쇼트트랙), 안세현(수영)이, 공로상은 새러 머리(미국) 감독 및 아이스하키 여자대표팀이 차지했다. 특별상은 이상화(스피드스케이팅), 클린스포츠상은 쇼트트랙 여자대표팀(김아랑, 심석희, 최민정, 김예진, 이유빈)이 가져가는 등 총 9개 부문에서 상금과 상패가 수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