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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한국시간) 미국 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대런 애로노프스키 감독의 ‘더 웨일’이 남우주연상(브렌든 프레이저)과 분장상을 수상하며 2관왕의 영광을 안았다. 특히 연기 인생 30여 년 만에 아카데미 첫 후보 지명에 수상까지 이룬 브렌든 프레이저의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인간 승리 드라마가 전 세계에 감동을 선사했다.
브렌든 프레이저는 영화 ‘미이라’ 시리즈의 흥행을 이끌며 90년대 최고의 스타로 군림했다. ‘미이라’ 시리즈로 국내에도 많은 관객들이 그의 젊은 시절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촬영 중 거듭된 부상과 수술, 이혼으로 인한 막대한 위자료 지급, 자폐 증세가 있는 아들의 치료 등 여러 어려움으로 연기 인생에 제동이 걸렸다.
특히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주관하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 회장에게 성추행을 당하는 사건을 겪으면서 브렌든 프레이저는 엄청난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피해를 폭로했지만, 오히려 영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라 출연 기회를 잃고 스크린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 사건을 계기로 10년 이상 원치않는 공백기를 겪어야 했던 브렌든 프레이저는 일할 곳을 직접 찾아나섰고, 남미권 영화들에 간간이 출연하며 생활을 이어나갔다. 그러던 중 대런 애로노프스키 감독이 우연히 그가 출연한 한 영화의 예고편 영상을 보고 ‘더 웨일’의 ‘찰리’ 역을 제안했다. 그리고 이 작품이 브렌든 프레이저에게 부활의 기회를 쥐어줬다.
브렌든 프레이저의 ‘더 웨일’ 캐스팅 소식은 영화계에서도 화제였다. 코미디와 액션 장르에 주로 출연해 온 브렌든 프레이저가 ‘블랙 스완’, ‘마더!’, ‘더 레슬러’ 등을 연출한 대런 애로노프스키 감독의 작품에 어울릴까 우려가 이어지기도 했다. 그렇게 ‘더 웨일’은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처음 베일을 벗었고 우려가 무색하게 6분 간 기립박수를 받으며 완전히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이후 언론 및 평단에서 브렌든 프레이저의 인생 연기에 대한 극찬이 쏟아지며 그는 단숨에 아카데미 강력 후보로 떠올랐다.
브렌든 프레이저는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와 배우조합상 남우주연상을 휩쓸며 아카데미 유력 후보임을 입증했다. 그리고 마침내 제95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그야말로 새로운 전성기가 시작됐음을 알렸다.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에 서서 ‘일이 끊기고 어느 순간 바다 밑까지 잠수를 해야 했지만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숨을 쉬고 다시 올라올 수 있었다’고 감사를 전하는 모습은 브렌든 프레이저의 새로운 전성기를 일컫는 신조어 #브레네상스(브렌든+르네상스)의 완성이자 인간 승리의 드라마였다.
‘더 웨일’은 272kg의 거구로 세상을 거부한 채 살아가는 대학 강사가 9년 만에 만난 10대 딸과 쓰는 마지막 에세이를 담은 작품이다. 북미 영화사 A24에서 제작 및 배급을 맡고 ‘블랙 스완’ 대런 애로노프스키 감독이 연출을 맡은 영화다. ‘미이라’로 유명한 90년대의 전설적 스타 브렌든 프레이저와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의 ‘맥스’ 역으로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은 세이디 싱크가 부녀로 호흡을 맞췄으며 ‘더 메뉴’, ‘다운사이징’ 등에 출연한 아시아계 배우 홍 차우와 타이 심킨스, 아카데미 2회 노미네이트에 빛나는 사만다 모튼 등이 출연했다.
브렌든 프레이저의 인생 연기, 인간 승리 드라마로 더욱 관심을 모으는 아카데미 2관왕 ‘더 웨일’은 현재 전국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