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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2·LA 다저스)의 2019년 메이저리그 전반기는 ‘화려하다’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다. 소속팀 LA 다저스를 넘어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특급 에이스로 우뚝 섰다. 본인은 겸손하게 말해 99점을 줬지만 충분히 100점을 넘어 200점, 300점을 줘도 전혀 아깝지 않은 활약이었다.
류현진은 전반기 마지막 등판이었던 지난 5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홈경기에서 6이닝 3피안타 3볼넷 무실점으로 시즌 10승(2패)째를 달성했다. 6월 5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 시즌 9승을 달성한 뒤 ‘4전 5기’ 만에 10승 고지에 올랐다. 류현진이 전반기에 10승을 채운 것은 메이저리그 데뷔 2년 차이던 2014년(10승)에 이어 5년 만이다.
승수보다 더 놀라운 것은 평균자책점이다. 류현진의 전반기 평균자책점은 1.73. 규정이닝을 채운 메이저리그 전체 투수 가운데 유일한 1점대다.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를 통틀어 단연 1위다. 올 시즌 류현진의 강력한 사이영상 후보로 거론되는 맥스 슈어저(워싱턴)도 평균자책점 2.30으로 류현진보다 한참 높다.
전반기 기준 1.73의 평균자책점은 다저스 구단 역사상 6번째로 낮은 수치다. 1968년 돈 드라이스데일(1.37), 2015년 잭 그레인키(1.39), 1966년 샌디 쿠팩스(1.60), 1963년 쿠팩스(1.7271), 1964년 쿠팩스(1.7274) 만이 류현진을 앞섰을 뿐이다.
지난달 29일 콜로라도 원정경기가 아쉬움으로 남는다. 4이닝 7실점으로 평균자책점이 치솟았다. 그 경기만 아니었다면 다저스 구단 역대 최저 평균자책점 기록도 가능했다. 그 경기를 빼면 류현진의 전반기 평균자책점은 1.20으로 훨씬 낮아진다.
류현진은 전반기 활약은 마치 만화나 게임에서나 나올법한 수준이었다. 5월 2일 샌프란시스코전 2회부터 5월 26일 피츠버그전 1회까지 5경기 32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박찬호의 33이닝 연속 무실점은 넘지 못했다. 5월에만 6경기에서 5승 무패, 평균자책점 0.59라는 놀라운 성적으로 ‘이달의 투수’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한국 선수가 이 달의 투수에 뽑힌 것은 1998년 7월 박찬호(당시 LA 다저스)를 이어 역대 두 번째였다.
아울러 5월 8일 애틀랜타전9이닝을 4피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빅리그 데뷔 후 개인 통산 두 번째 완봉승을 달성했다. 2013년 LA 에인절스를 상대로 첫 완봉승을 이룬 이래 6년 만에 이룬 완봉승이었다.
그 밖에도 류현진은 개막 이래 16경기 연속 볼넷 1개 이하 투구를 펼쳤고 15경기 연속 2자책점 투구도 뽐냈다. 두 기록 모두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을 만한 엄청난 업적이었다.
류현진은 이번 시즌을 끝으로 다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획득한다. 아직 후반기가 남아 있지만 벌써 대박 기운이 느껴진다. 내년이면 33살이 되는 나이가 걸림돌이지만 지금 기량이라면 1억 달러 이상 대박도 기대해볼 만하다.
류현진은 시즌 10승을 달성한 뒤 인터뷰에서 “올 시즌 전반기 99점을 줄 수 있겠다”며 “1점은 지난 콜로라도 원정경기에서 너무 못 줘서 뺐다”고 말했다. 이어 “전반기 마지막 등판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뒀고, 후반기에 좋은 기분으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후반기에도 전반기처럼 몸 관리를 잘해서 시즌 끝까지 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전반기를 성공적으로 마친 류현진은 이제 ‘별들의 축제’에 나선다. 그것도 선발투수로 나선다. 올스타전은 10일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필드에서 열린다. 올스타전 선발 등판은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특급 에이스라는 가장 확실한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