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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규정 "민선이만 아니었으면"..슈퍼루키들, 두산매치서 제대로 붙었다

김인오 기자I 2014.05.21 14:16:21
백규정(가운데)이 21일 열린 KLPGA 투어 두산매치플레이 챔피언십 대진 추첨식에서 절친인 김민선의 이름표를 뽑은 후 울상을 짓고 있다.(KLPGA 제공)
[이데일리 김인오 기자] ‘슈퍼 루키’들이 제대로 붙었다.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신인왕을 놓고 경쟁 중인 백규정(19)과 김민선(19·이상 CJ오쇼핑)이 외나무다리 혈투를 벌인다.

백규정과 김민선은 22일 개막하는 KLPGA 투어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을 하루 앞둔 21일 춘천 라데나 골프장에서 진행된 대진 추첨식에서 64강전 대결 상대로 확정됐다.

대진 추첨식은 전년도 상금순위 30위 이내 선수들과 올해 상위자로 구성된 32명의 선수가 모여 시드를 받지 못한 나머지 32명을 대상으로 자신의 상대를 직접 뽑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올해 대상 포인트와 상금 랭킹 선두를 달리고 있는 디펜딩 챔피언 장하나(22·비씨카드)는 1회전에서 조영란(27·토니모리)과 맞붙고, 지난주에 이어 2주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김세영(21·미래에셋)은 최가람(22)을 상대한다. 다소 기량이 떨어지는 선수들과의 대결이라 32강 진출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백규정과 김민선. 시드를 받고 추첨에 나선 백규정은 신중하게 파란색 볼 하나를 집어 들었고, 안에 있는 종이에는 거짓말처럼 김민선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둘은 아마추어 시절 국가대표로 동고동락했고, 올해 정규 투어에 나란히 루키로 입문했다. 대회 기간에도 같이 노래방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등 소문난 절친으로 잘 알려져 있다. 또한 소속사도, 매니지먼트사도 똑같다. 김민선의 이름표를 들고 백규정이 당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백규정은 “추첨 전에 민선이만 뽑지 말자고 속으로 기도했다. 그런데 왠지 민선이 이름이 나올 것 같았다”면서 “민선이는 ‘왜 나를 뽑았느냐’라며 원망했다”고 말했다.

둘은 4월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 최종라운드에서 챔피언 조로 같이 경기한 적이 있다. 우승컵을 놓고 다투는 상황이지만 연습라운드처럼 장난도 치고, 격려도 하면서 경기를 치렀다. 결과는 백규정의 생애 첫 우승. 3위로 마친 김민선도 자기 일처럼 함께 기뻐했다.

하지만 매치플레이는 일대일 토너먼트 방식이라 상황이 다르다. 사소한 실수 하나도 게임을 내줄 수 있어 집중력을 최대로 끌어모아야 한다. 승자는 남고, 패자는 곧바로 짐을 싸야 하는 냉혹한 승부로 때론 앙금이 오랫동안 남기도 한다.

백규정은 “재미있게 치자고 약속은 했지만 승자나 패자 모두 개운치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승부는 승부다”라며 “대신 ‘이기면 상대가 기분 나쁠 정도로 세리머니를 하자’고 약속했다. 이겼다고 미안해하면 남은 경기가 엉망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고 귀띔했다. 이어 “부담스러운 1회전을 만약 넘는다면 마지막 날까지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 우승이 목표라는 얘기다”고 덧붙였다.

백규정과 김민선은 신인왕 포인트 랭킹 1, 2위를 달리고 있다. 별다른 추격자가 없어 연말까지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이번 대결의 승자가 신인왕의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명승부를 기대할 만한 이유이기도 하다.

2014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대진표(KLPG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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