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조병규 이사 "적대적 M&A 시도하는 건 카카오" 전사 메일

김현식 기자I 2023.02.13 19:41:14

사내 변호사 조병규 이사, 메일로 입장 밝혀
"이성수·탁영준, 이수만과 한마디 의논도 안 해"
"얼라인·카카오가 경영진 편에 선 것은 돈 때문"
"SM 임직원들, 헛된 루머에 현혹되지 말아야"

[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사내 변호사인 조병규 이사가 이성수, 탁영준 공동대표의 행보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이메일을 SM 전 직원에게 보내 파장이 일고 있다.

조 이사는 13일 전 직원에게 발송한 이메일에서 “현재의 상황과 같이 대주주(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와 대표이사가 뜻을 달리하는 경우엔 그 인수합병이 적대적이냐 우호적이냐는 대주주를 기준으로 가릴 수밖에 없다. 이사회를 구성하는 권한은 주주로 구성된 주주총회에 있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그러니 지금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쪽은 카카오인 것이지 하이브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그는 “오히려 하이브는 우호적 M&A를 진행하는 것”이라며 “대주주의 뜻에 반하여 지분을 늘리고자 하는 쪽은 카카오, 그리고 카카오와 손을 잡은 현 경영진과 얼라인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뒤이어 조 이사는 “현 대표이사와 이사회 멤버의 지분은 0.3%라고 한다. 그리고 얼라인의 지분은 1% 남짓이다. 그러면 1월 20일자로 합의를 했던 얼라인과 현 경영진의 지분은 다 모아 봐야 2% 안팎일 것”이라며 “현 경영진은 자신들을 지지해 줄 큰 지분을 가진 주주가 필요했을 거다. 이것이 카카오에 대한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의 실체”라고 주장했다.

또 조 이사는 “작년 주총 직후, 이성수 대표는 선생님(이수만) 지분을 처분하는 데 반대하고, 특히 카카오가 선생님 지분을 인수하는 것은 더더욱 반대한다고 제게 분명히 말했다. 그런데 올해 1월에는 선생님과 다른 길을 가겠다고 선언한 뒤 SM의 발전을 위해서라면서 카카오에게 신주와 전환사채를 발행하겠다는 이사회 결의를 했다”면서 이성수 대표의 행보를 비판했다.

SM엔터테인먼트 이성수(왼쪽), 탁영준 공동대표(사진=SM엔터테인먼트)
그러면서 그는 “대체 이성수 대표는 작년과 올해 왜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입장이 달라졌을까. 작년에는 반대했던 인수의향자를 올해에는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자로 올려놓는 거래를 왜 했을까”라며 “올해 3월 27일에 만료되는 자신의 연임 문제, 자신이 얻을 경제적, 사회적 이득에 대한 계산이 달라졌기 때문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아울러 조 이사는 “법원의 일관된 입장, 즉 판례는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하는 요건과 절차를 엄격하게 본다, 인위적인 지분변동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즉 주주들끼리 싸울 때 회사는 중립을 지키고 끼어들지 말라는 것”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대주주가 얼라인 및 현 경영진과 회사의 차기 이사회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를 놓고 대립하고 있는데, 회사가 덜컥 얼라인과 현 경영진의 편을 들고 있는, 또 어쩌면 이미 같은 편에 섰을지도 모르는 카카오에게 신주발행/전환사채발행의 방식으로 지분을 늘려준다는 것은 정부가 선거에 개입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라고 비판을 이어갔다.

얼라인에 대해선 “얼라인은 자신들의 이익실현을 최대화하기 위해서는 현 경영진이 유임되고, 카카오가 대주주로 들어오는 것이 주가 상승 요인이 된다고 보았을 것”이라면서 “심지어 얼라인 대표인 이창환씨가 자기 자신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셀프 지명해 ‘경영권(이사선임권 또는 이사회 구성권한)’을 가지려고 한 것은, 그것을 내세워 얼라인이 가진 SM의 주식을 비싸게 파는 데 도움이 된다고 기대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카카오에 대해선 “카카오가 얼라인 및 현 경영진 편에 선 이유 역시 돈 때문”이라면서 “신주발행/전환사채발행이라는 방법을 쓰면 작년에 선생님 지분 거래 때 논의되던 돈보다 훨씬 더 적은 2000억원 안팎의 돈으로, 1주당 불과 9만원 정도의 가격으로 9%의 주주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일단 주당 가격을 싸게 해서 9%까지 사 놓고, 이사회에 참여한 뒤 차츰차츰 지분을 늘리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어 그는 “얼라인, SM의 현 경영진과 손을 잡으면, 주식을 일단 싸게 살 수 있고, 힘을 합해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고, 그러고 난 후에 대주주로 올라간다는 전략”이라며 “창업자이고 대주주인 사람의 주식을 이런 식의 야합을 통해 희석시키고, 그렇게 하여 제1대 주주를 변경하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그래서 M&A업계에서는 이것을 전대미문의 적대적 M&A라고까지 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이사는 “이번에 선생님이 하이브와 한 계약을 보면, 선생님의 주식가격과 공개매수 주식 가격을 같은 값으로 정하셨다. 이것도 한국 M&A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며 “대주주로서 하이브로부터 받을 수 있는 프리미엄을 하나도 받지 않고, 주주들에게 그 혜택이 가도록 하신 것이자 개인이 볼 수 있는 이득 수천억을 포기하여 주주들이 받을 기회를 만들어 주신 것이다. 카카오가 9만원으로 ‘후려친 가격’을 선생님은 12만원에 모든 주주들이 매도할 수 있게 해 주신 것”이라며 이 전 총괄 프로듀서에 대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더불어 그는 “하이브의 공시 내용에 있듯이 선생님은 계약기간 종료 후 로열티를 포기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밝혔다. 하이브가 먼저 요구한 것도 아니다. 이것은 선생님의 오래된 생각이었다”고도 했다.

이수만(사진=SM엔터테인먼트)
조 이사는 “얼라인의 발언들은 참 이상하다. 주주의 이익을 대변한다던 얼라인은 하이브의 12만원이 저가라서 반대한다면, 주당 9만원인 카카오의 인수에 대해서는 더 반대해야 옳은 것 아니냐. 더욱이 작년 3월에는 카카오에 대한 유상증자는 반대한다더니, 올해 카카오에 대한 유상증자와 전환사채발행은 찬성한다고 한다”며 “지금 얼라인의 모습은 행동주의 펀드의 행동이 아닌 경영권 펀드의 모습이다. 경영권을 취득하고 행사해서 자신의 가치를 올려 다시 파는 그런 펀드인 것”이라고 재차 비판했다.

이성수, 탁영준 대표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날을 세웠다. 조 이사는 “선생님이 공동대표에게 ‘둘 다 내 옆에, 내 편에서 든든하게 있어 달라’며 ‘너희들이 내 편에 서서 원팀으로 움직여야 밖에서 우릴 공격하는 집단들을 막을 수 있다. 너희들이 내 옆에 당당하게 서 있지 않으면, 우리는 외부의 공격에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고 하셨다”며 “그런데 공동 대표들은 전화기 끄고 출근도 안 하다가 1월 20일 금요일에 얼라인과 SM 합의를 발표해 버렸다”고 했다. 이어 “얼라인 제안을 전면수용한다면서 얼라인 이창환 대표를 등기이사인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한 게 회사의 장래를 위한 결단이냐”면서 “최악은 2월 3일 이성수 대표와 탁영준 대표가 화면을 쳐다보면서 선생님께 작별을 고했다는 점이다. 임직원들에게는 이 모든 일이 선생님을 위한 일이라고 설명하면서도, 정작 선생님 본인에게는 한 마디 의논, 한 통의 전화, 한 통의 편지도 없었다고 한다”고 폭로했다.

입장글 말미에 조 이사는 “여태까지 잘잘못을 논하고, 누구의 책임이 큰가를 따지고, 각각의 장래를 걱정하는 목소리를 많이 전달받았다. 그간의 사정을 소상히 밝히는 것이 이런 논란을 부추기는 일이 될 수 있음을 잘 알고, 그런 걱정을 많이 하기도 했다”며 “그러나 이를 또 상세히 임직원들과 공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안정과 단합을 호소하는 것 역시 공허함을 잘 알기에 이렇게 긴 글을 드리게 된 것”이라고 이메일을 보낸 취지를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의 SM에서 SM을 지키고 전통과 유산을 계승하면서 앞으로 발전을 이룰 분들은 임직원 여러분이다. 다시 용기와 희망을 가지시길 바라고, 헛된 루머에 현혹되지 마시기를 당부 드린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HR 지원실로부터 3월 1일 이후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아무런 이유가 기재되지 않은 문자와 이메일 통보를 이미 받았고, 자택에서 대기하라는 업무명령 역시 문자와 이메일로 받았지만, 남은 계약기간 동안 놀고 먹어도 된다는 뜻으로 이해하지는 않았다”면서 임직원들에게 “남은 계약기간 동안 필요한 소임을 다 하도록 하겠다. 항시 연락하시면 성실히 상담해 드리고, 최선을 다해서 조언 드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SM 이성수, 탁영준 공동대표는 이달 3일 유튜브에 게재한 영상을 통해 이 전 총괄 프로듀서가 프로듀싱에서 빠지는 ‘SM 3.0’ 시대를 열겠다고 공표했다. 두 사람은 5개의 제작센터와 사내외 레이블 운영을 통한 멀티 프로듀싱 체제 구축 및 퍼블리싱 전문 자회사 설립 등을 약속했다. 그러면서 “이수만 창업자의 뜻을 계승 발전시키며 ‘SM 3.0’ 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이후 SM은 카카오와 손을 맞잡았다. 카카오는 SM이 발행한 123만주 규모 신주와 전환사채 114만주를 인수해 SM 전체 지분의 9.05%(약 2171억5200만원)를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SM은 카카오 및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힘을 합쳐 ‘SM 3.0’ 전략 추진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다음날인 8일 법원에 신주·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반발에 나서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이 가운데 10일 하이브까지 참전했다. 하이브는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보유한 지분 14.8%(약 4228억원)를 확보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단숨에 SM 최대 주주로 등극했다. 하이브는 소액주주들이 보유한 SM 지분도 공개 매수해 최대 25%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SM 공식 보도자료를 배포해 “하이브를 포함한 모든 적대적 M&A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시계제로' SM 인수전

- SM 인수에 진심인 카카오…속터지는 주주들 [이코노 株인공] - SM, 결국 카카오 품으로 - 카카오 "하이브 SM 인수 중단 결정 존중"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