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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현은 3일 제주도 서귀포시에 있는 롯데스카이힐 제주CC(파72·6187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롯데칸타타 여자오픈 첫날 1라운드에서 버디 5개를 잡아냈지만 더블보기 2개, 보기 3개를 범해 오히려 타수를 까먹었다.
1라운드를 마친 후 박성현의 스코어카드에 적힌 숫자는 +2. 지난 4월 삼천리 투게더오픈 최종라운드 스코어와 동률로 올해 투어를 지배하고 있는 박성현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기록이다. 게다가 삼천리 투게더오픈에서는 마지막 날 74타를 치고도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에 스코어에 대한 무게감은 다르다.
이날 10번홀에서 출발한 박성현은 15번홀까지 버디 4개를 몰아치며 선두권까지 올랐지만 남은 홀에서 더블보기 2개와 연속 보기로 무너졌다. 장타가 특기인 박성현 입장에서는 18번홀(파5) 더블보기가 뼈아프다. 그는 “티샷이 왼쪽으로 감기면서 아웃오브바운드(OB)가 났다. 후반 첫 번째 홀에서도 역시 OB 때문에 더블보기를 써내야 했고, 이후 샷이 흔들렸다”고 부진 배경을 설명했다.
박성현은 올 시즌 4승을 기록하며 다승, 상금(5억2767만원), 대상 포인트(224점), 평균 타수(69.47타) 등 연말 주요 수상 4배 부문에서 모두 1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평균 타수 부문에서는 유일하게 60대 타수를 기록하고 있고, 상금은 2위 장수연(22·롯데·4억2195만원)을 1억원 넘는 차이로 앞서 있다.
우승 기록도 순도가 높다. 지난해 12월 올 시즌 개막전으로 열린 현대차 중국여자오픈에서 첫 승을 신고했고, 4월 삼천리 투게더 오픈,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까지 우승을 거머쥐며 출전 대회에서 모두 정상에 오르는 진기록을 작성했다. 또 KLPGA 투어 유일의 매치플레이 대회인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도 제패했다. KLPGA 투어 ‘대세’ 타이틀에 부족함이 없는 활약이다.
롯데칸타타 여자오픈은 박성현에게 한이 맺힌 대회다. 지난해 3타 앞선 단독선두로 나선 최종 라운드에서 2타를 잃어 연장전에 끌려 들어갔고 이정민(24·비씨카드)에게 우승컵을 헌납했다. 따라서 이번 대회는 시즌 5번째 우승으로 지난해 역전패의 아픔을 설욕하겠다는 각오로 출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분위기가 다르다. 우승보다는 컷 탈락 위기를 벗어나는 게 급선무다. 2타를 잃은 박성현은 컷 기준인 공동 60위권 밖으로 순위가 밀렸다. 2라운드에서 타수를 줄이지 못하면 짐을 쌀 수도 있다. 박성현는 지난해 5월 교촌 허니 레디이스오픈 이후 1년 넘게 컷 탈락이 없다.
박성현의 표정은 걱정보다 담담했다. 그는 “사실 지난주 대회를 쉬면서 연습을 많이 못 했다. 하지만 컨디션이 나쁘지 않고, 생각대로 결과가 이어졌기 때문에 조바심은 크지 않다. 퍼트감이 나쁘지 않아 내일도 원래 스타일인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최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3연승을 거둔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에 대해서는 칭찬을 늘어놨다. 박성현은 “장타자라는 이점을 살리지 않고 드라이버를 잡지 않는 것은 내 생각과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코스 공략을 위해 드라이버 없이 치는 것이라는 점에서 대단한 선수라는 생각이 든다. 파워풀한 스윙도 훌륭하다. 기회가 된다면 US여자오픈에서 같은 조로 경기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하민송(21·롯데)은 버디 8개와 보기 1개로 7언더파 65타, 단독 선두로 나섰다. 지난해 8월 보그너 MBN 여자오픈 이후 10개월 만의 통산 2승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