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e뉴스 정재호 기자] LA 다저스 단장설이 나돌았던 조 매든(60)이 시카고 컵스 감독으로 임명되기 무섭게 ‘프기꾼’ 앤드루 프리드먼(37) 다저스 운영사장은 앞으로 함께 일할 프런트진 인선작업을 서둘러 마무리 짓고 있다.
‘천재단장’ 빌리 빈(52) 밑에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부단장으로 일하던 ‘동갑내기’ 파한 자이디(37)를 다음 주 애리조나에서 열릴 단장회의에 앞서 다저스의 새 단장으로 공식 임명하는 한편 전 샌디에고 파드레스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단장을 지냈던 조시 번스를 수석 이사로 임명할 예정이다. 번스는 주로 스카우팅 업무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단장과 선수 사이로 인연을 맺었던 ‘근육맨’ 게이브 케플러(39)와 파드레스의 스카우팅 국장인 빌리 개스패리노와도 구체적인 영입 얘기가 오가고 있다. 이들 역시 다저스 프런트의 주요 보직을 맡아 프리드먼을 밑에서 적극 보좌하게 된다.
개스패리노의 경우 지난 달 이 자리(스카우팅 국장)를 스스로 박차고 나간 로건 화이트(52)와 정확히 같은 임무로 맞트레이드가 되는 모양새여서 흥미롭다.
◇ 필리핀서 ‘리틀리그’를 품었던 파키스탄계 단장
다저스의 새 단장으로 가장 관심을 모으는 자이디는 독특한 백그라운드(배경)로 시선을 사로잡는 인물이다.
사상 첫 파키스탄계 메이저리그 단장이 탄생한다는 점에서 야구 불모지인 파키스탄이 들썩거리게 됐다. 지난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무참히 밟히고 깨지던 바로 그 아시아의 파키스탄이 맞다.
자이디의 급부상은 1982년에 프로야구를 시작해 어느덧 33년째를 맞은 한국야구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실 다저스의 자이디 전격 발탁은 업계에 놀라운 일로 받아들여진다. 오클랜드는 지난 몇 년간 자신들의 주요 프런트 인사들을 잘 지키고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자이디 역시 10년간이나 빌리 빈 휘하에서 그를 적극 보좌한 인물로 정평이 나 있다.
자이디의 백그라운드는 미국 내에서도 특별히 더 독특하다고 볼 수 있다. 그는 파키스탄계 혈통으로 영국에서 공부한 엔지니어(공학자)의 아들로 캐나다에서 태어났다.
재미난 건 다시 필리핀으로 이주해 성장기의 대부분을 그곳에서 보냈다.
돌이켜 보면 야구가 제법 활성화된 필리핀이라는 나라였던 게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계기가 된다. 자이디는 이곳에서 전 세계 야구계를 통틀어 정말 극소수인 무슬림(이슬람교도) 선수로 리틀리그에 발을 담글 수 있었다.
◇ 빌 제임스의 책을 손에서 놓지 않던 소년
그렇게 야구는 어린 그의 인생으로 빠르게 스며들었고 머릿속은 점점 더 온통 야구와 야구숫자로만 채워지게 된다.
자이디는 올해 가진 ‘타임’지와 인터뷰에서 초등학교를 다닐 때 서점에서 우연히 ‘세이버 매트릭스’의 대부로 통하는 빌 제임스가 쓴 저서의 사본을 손에 쥐면서 그 뒤 줄곧 야구 기록에 관한 분석적인 면을 맹목적으로 좇아왔다는 사실을 털어놨다.
자이디는 “매년 빌 제임스의 책을 샀고 어디를 가든 제일 먼저 그 책을 챙겼다”며 “그러던 중 서점이 빌 제임스의 책을 원하는 구매자가 나 하나뿐이라는 걸 알고 공급을 끊어버렸을 때는 정말 슬펐다”고 회상했다.
이렇듯 어린 시절부터 형성된 야구기록 분석에 관한 그 불타는 열정이 어쩌면 그를 세계 최고의 명문대 중 하나로 꼽히는 ‘MIT(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로 이끌었는지 모른다.
그는 1998년 MIT에서 경제학 학사 학위를 취득했고 또 다른 명문 ‘UC 버클리(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로 옮겨 2011년 경제학 박사 학위마저 따게 된다.
자이디는 대학졸업 후 ‘보스턴 컨설팅 그룹’의 경영 컨설턴트로 일했다. 야구 일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던 그는 투잡으로 ‘스포팅뉴스’의 판타지 스포츠 분야인 ‘스몰 월드 미디어’에서 사업개발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외부로부터도 그 특별한 능력을 서서히 인정받기에 이른다.
그렇게 자이디는 빈 단장의 눈에 들어 발탁됐다. 오클랜드 구단의 야구운영 디렉터로 5년간 일한 뒤 부단장으로 승진했다.
오클랜드에서 주로 맡았던 임무는 아마추어 드래프트를 비롯해 자유계약선수(FA) 및 트레이드 시장 등에 나오는 영입 후보들의 기록 분석 자료를 제공하는 일이었다. 어릴 적부터 빌 제임스의 책을 손에서 놓지 않던 소년이었던 그로서는 자기 적성에 이보다 잘 맞고 신나는 일이 없었다.
부단장이 된 후로는 범위를 조금 넓혀 연봉조정 대상자와 마이너리그 계약 등에 관여했다. 심지어 시즌 중 스카우팅 리포트로부터 얻은 통계자료 분석치를 가지고 코칭스태프들과 면밀하고 밀접한 업무를 진행하기도 했다.
자이디의 가장 빛나는 업적하면 2012년 ‘쿠바 강타자’ 요에니스 세스페데스(29·보스턴 레드삭스)와 계약에 주된 역할을 한 데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백지상태나 다름없던 세스페데스를 잘 분석해 매우 적절한 가격(당시 검증되지 않은 국제 선수에게 깜짝 놀랄 돈을 쥐어줬다는 비판도 많았다)에 영입한 숨은 주역이 바로 자이디였다.
◇ 자이디가 말하는 OAK의 비결과 야구철학
자이디는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집결해 있는 오클랜드 프런트진의 핵심 자산은 결국 이들의 협력 관계에 있다고 입이 닳도록 강조하는 사람이다.
한 구단이 장기적인 성공으로 가기 위해서는 클럽하우스(선수단)의 캐미스트리(화합) 못지않게 프런트의 단합 또한 중요하다는 것이다.
자이디는 “경제학으로부터 나오는 내 학문의 성질을 약간 반대되는 이들과 조화 속에서 나를 더 발전시켜올 수 있었다”면서 “오클랜드에서 우리는 하나의 그룹으로 서로가 서로를 낮춰 자유롭게 의견을 내며 저항 없는 문화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그의 운영(야구)철학은 ‘콜라보레이션(협력)’ 한 단어로 요약된다. 자이디는 “분석가든 현장 기술 지도자든 코치든 우월한 위치에 서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조직문화가 당신을 모든 해답으로 이끌 것이다”고 했다.
이어 “누구 한 사람의 독단이나 한쪽으로 흐르지 않고 진정한 정보교환이 가능한 문화와 분위기를 만든 것이야말로 내가 생각하기에 오클랜드가 성공적이었던 결정적인 바탕이다”고 단정했다.
이로써 프리드먼이 파키스탄계로는 사상 첫 메이저리그 단장이 되는 자이디를 뽑은 이유가 뚜렷이 설명된다.
프리드먼 역시 수평적인 조직체계와 자유로운 의사개진에서 형성되는 가족적인 유대관계를 누구보다 중시하는 운영자로 잘 알려져 있다.
단순히 숫자놀음만 잘하는 사람이 아닌 하나의 성숙된 인간이자 인간관계 안에 자이디의 진가가 숨어있다. 향후 그가 전공필수는 물론이고 오클랜드에 버금가는 인간미와 창의적인 발상이 넘치는 풍요로운 다저스를 꾸려갈 수 있을 것으로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는 까닭이다.
▶ 관련기사 ◀
☞ 롤린스가 라미레스 후계자로 다저스에 적합한 4가지 이유 -美FOX
☞ 美기자 "추신수·최희섭도 못했는데 강정호가 될까" 의혹
☞ "김광현 포스팅 위험, SK 요구액 못 맞출 것" -美예측
☞ 'FA특급' 레스터 다저스로 온다? 켐프-이디어도 이적설
☞ 닉 카파르도 "강정호에 '비싼 값' 부를 몇몇 구단 있다"
☞ 美도박사들, 내년 WS우승 '다저스 or 워싱턴' 뒷맛 씁쓸
☞ 다저스의 그늘, '커쇼·류현진 등 15명에만 벌써 '1991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