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67회 칸 국제영화제 포스터. |
|
[칸(프랑스)=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제 67회 칸 국제영화제 8일째. 중반부를 넘어선 축제,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전 세계 영화의 흐름을 좌우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나 ‘대작’이 초청되지 않아 전년과 비교해 한산한 느낌이 있다지만, 축제는 축제다. 유럽 남부권 국가의 경기 침체가 악화되며 영화제를 찾는 사람들도 줄어든 분위기라지만, 역시 축제는 축제다.
| 제 67회 칸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팔레 데 페스티벌 전경.(사진=강민정기자) |
|
축제에 빠지지 않는 것 중 하나가 음악이다. 칸 국제영화제가 열리는 프랑스 휴양도시 칸의 곳곳에선 흥겨운 음악이 울려퍼진다. 경쟁부문 심사위원으로 활약 중인 배우 전도연부터 할리우드 스타 로버트 패틴슨, 안젤리나 졸리,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출품된 영화 ‘도희야’의 소녀 김새론 등 스타들이 밟는 ‘레드카펫’도 예외는 아니다.
남자는 턱시도와 보타이, 여자는 이브닝 드레스 등으로 패션 코드가 엄격히 정해져있는 칸 영화제. 그만큼 격식을 차리는 예의바른 곳으로 정평이 나 있지만 레드카펫을 즐기는 마인드는 자유롭다. 미국에서 열리는 영화제와 달리 칸 영화에 레드카펫에선 주인공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스타들에 맞춰 배경음악(BGM)을 선곡하는 DJ가 따로 있다. 일명 ‘레드카펫 믹스 마스터’라고 불리는 듀오, 알렉스와 폴이다.
| 19일 오후 6시. 칸 팔레 데 페스티벌 앞에선 레드카펫을 밟는 스타들을 촬영하기 위해 입장 순서를 기다리는 전 세계 취재진으로 붐빈다.(사진=강민정기자) |
|
DJ의 활약이 가능한 배경엔 레드카펫을 생중계하는 Canna+라는 방송 채널이 있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많은 영상 취재의 항의로 배경음악이 사라진 것과 달리 칸 영화제에선 Cannel+의 독점 생중계로 레드카펫 풍경을 더욱 흥겹게 할 DJ들의 BGM이 필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알렉스와 폴은 엘비스 프레슬리부터 퀸까지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음악을 선정한다. 국경을 뛰어 넘은 관객과 관계자들이 모이는 자리인 만큼 흥을 돋구기 위한 선곡 리스트가 우선시 된다. 여기에 스타의 특성에 맞춘 음악도 간간히 삽입된다. 예를 들어 안젤리나 졸리의 경우엔 등에 새겨진 ‘Know Your Right(네 권리를 찾아라)’라는 타투의 메시지에 맞춰 펑크 밴드의 음악을 트는 식이다.
| 영화 ‘도희야’의 배두나(왼쪽부터)와 송새벽, 김새론, 정주리 감독이 포즈를 칸의 해변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강민정기자) |
|
실제로 영화 ‘도희야’의 주인공인 배우 김새론과 배두나, 송새벽이 레드카펫을 밟은 19일 오후 6시 30분께(현지시각) 칸에 울려퍼진 음악은 미디움 템포의 팝이었다. 갈매기가 울어대는 듯 괴상한 음악 소리로 시작된 이날 레드카펫 분위기와 비교해 ‘도희야’ 레드카펫 순서에선 꽤 차분해진 BGM 선곡이 돋보였다. ‘A girl at my door’라는 영문 타이틀로 전 세계 영화인들에게 소개되고 있는 ‘도희야’는 서정적인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영상미에 외로움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이들의 치유기를 보여준 작품. 아무래도 영화의 특성이 음악 선곡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알렉스와 폴은 “우리는 그들이 가진 뭔가를 상기시킬 수 있는 BGM이 무엇일지 생각한다. 레드카펫을 밟는 스스로에게도 그 음악을 듣는 순간이 기억될 수 있도록 말이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를 아는 몇몇 프랑스 배우나 감독은 특정 BGM을 신청할 때도 있는데 레드카펫에 어울린다고 생각될 때에만 받아준다”고 DJ로서의 깐깐한 프로의식을 드러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