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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영환 인턴기자] "많은 것을 공부하고 배웠다"
차범근 수원 삼성 감독은 9일 2008 삼성 하우젠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한 뒤 이렇게 말했다. 수원을 2008 삼성 하우젠 K리그와 컵 대회 정상에 올려 놓은 그였지만 배운 게 더 많다는 것이다.
수원은 올 시즌 26경기에서 17승 3무 6패를 기록하며 정규리그 1위에 오른데 이어랐고,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FC서울을 제치고 정상을 차지했다. 컵대회에서도 전남을 2-0으로 꺾고 우승했다.
차범근 감독은 단장 이하 선수들, 임직원, 프런트, 코칭 스탭과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챔피언 결정 2차전을 보면서 K리그의 희망을 보았다. 유럽 어느 빅매치 못지 않은 경기력과 분위기를 발견했다. 앞으로 더 좋은 경기 보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차범근 감독은 2003년 부임이후 5년간 팀을 이끌면서 2004년과 2008년 두 시즌 수원에 우승의 영광을 안겼다.
다음은 차범근 감독과 일문일답.
- 소감은.
▲ 힘들어서 그런지 더 감격스러운 우승이었다. 올해 정규리그 1위, 하우젠 컵 우승, 챔피언의 자리에 오른 것들 모두 감사드린다. 서포터스의 지지와 사랑, 구단의 지원, 좋은 선수, 결정을 돕는 코칭 스태프까지, 행복한 감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 모든 분들 덕에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었다. 올해 감독으로 참 많은 것을 공부하고 배웠다. 이런 것들이 앞으로 감독 생활을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제 다음 시즌을 잘 준비하겠다.
- 귀네슈 감독과 환담을 나누던데.
▲ 이전부터 운동장에서 만날 때마다 ‘서울과 수원이 마지막 경기를 해야 된다’는 얘기를 많이 주고받았다. 서울하고 마지막 경기를 해야 축구판이 신나는 판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승부를 떠나 유럽의 빅경기 못지않은 훌륭한 경기였다’는 얘기를 했고, 휴가 일정이나 기타 여러 가지 부분에 이야기를 나눴다.
- 이천수와 재계약 문제가 있다.
▲ 이천수는 1년 임대로 데려온 선수다. 챔피언 결정전 같은 중요한 경기에 이 선수를 활용하기 위해 영입했는데 부상과 여러 가지 이유로 경기에 뛸 수 없었다.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 1년 동안 활약하는 정도에 따라 영입을 할 것인지 결정하려고 했던 만큼 구단과 대화를 나누어야 할 것이다.
- K리그가 경기력이나 응원문화가 올라서려면 어떤 것을 해야 하는가.
▲ 경기에 앞서 선수들에게 열정적으로 뛸 것을 주문한다. 그래야 팬들이 감동을 받고 운동장에 많이 올 것이다. 수원이 전반기에 12승 1무를 기록했다. 홈 경기 모습을 보면 틀림없이 다른 팀하고 다른 것을 느낄 수 있다. 마지막 경기(챔피언 결정전 2차전)에 그것을 또 확인했다. 선수들도 많은 관중의 응원 속에 그라운드를 달리면 잠재력이 더 많이 나오고 평상시 못 보던 경기 내용을 보게 된다. 선수들이 헌신적으로 해야 하는 게 우선이다.
팬들이 좋은 축구를 만든다. 챔피언 결정 2차전은, 5년 감독하면서 그런 느낌 처음이었다. 승부를 떠나서 감동스러웠고, 뿌듯했고, 마치 유럽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수원과 서울은 팬이 많이 오는 편인데 우리부터 더 노력을 해서 좀 더 많은 팬들이 오도록 불씨를 붙인다면 머지않은 시간 내에 희망적인 모습을 찾을 것이라고 본다.
- 축구 감독이 아니라 인간 차범근으로서 교훈을 배웠다면.
▲ 올해는 지금까지 감독을 해오면서 굉장히 많은 시련과 함께 영광도 맛보았다. 특히 올해는 많은 사람들이 기다려 꼭 우승을 해야 하는 시기였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사고나 습관은 변하기 어렵다. 주어진 환경이 저에게 많은 것을 변화하게 했다고 생각한다. 자의적인 모습보다는 주변의 환경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 늘 많은 분들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선수 때도 벤치에 앉아본 일이 없었다. 다른 어떤 선수보다 순탄한 길을 걸어왔다. 늘 최고의 찬사를 받으면서 달려왔기 때문에 나도 모르는 가운데 그런 것들이 저를 조각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틀을 깨기 어려웠지만 올 한해 지금껏 해보지 못한 경험을 했다. 스스로가 마음 문을 열게 되는, 그래서 놀라운 것을 경험하는, 그래서 더불어 성공하는, 귀중한 경험을 했다. 그간 너무나 많은 마음의 고통과 상처를 잊고 운동장에 세워준 아내와 가족들에게 고맙다. 감독으로서의 귀중한 경험을 갖게 해 준 장본인들이다.
(사진=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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