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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영환 인턴기자] 이운재(35.수원 삼성)의 농담이 현실이 됐다.
이운재는 지난 7일 챔피언 결정전 2차전을 승리로 이끌고 가진 인터뷰에서 농반진반으로 "저 MVP 받고 싶습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낸 바 있다. 이번 시즌 MVP 투표를 앞두고 자기 홍보를 해보라는 기자들의 짖궂은 요청에 대한 답변이었다.
결국 이운재는 9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 아트센터에서 열린 2008 삼성 하우젠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유효표 93표 중 72표를 받아 최우수선수의 영예를 안았다. 골키퍼로서는 K리그 최초의 수상인데다 역대 최고령 수상. 이운재는 베스트11 GK 부문까지 수상, 2관왕에 올랐다.
올 시즌 컵 대회 포함 총 39경기에 나와 29실점을 기록한 이운재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 “이 상을 받아야 하는지 고민이다. 믿기지가 않는다”며 감격해 했다.
이운재 MVP 수상하고 말을 잇지 못한 이유가 있었다. 지난 해 7월 아시안컵에서 음주 파문에 휩싸여 1년간 국가대표 자격정지의 중징계를 받았던 탓이다. 마음고생도 심했다.
그러나 이운재는 1년 4개월 만에 국가대표에 복귀,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에서 한국의 2연승을 이끌었고, 2008 삼성 하우젠 K리그와 컵대회를 제패하며 어느 정도 마음의 짐을 덜었다.
이운재는 “힘든 시기에 내 곁을 지켜준 가족들과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인사를 전한 뒤 “열심히 노력하라는 상으로 알겠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다음은 이운재와 일문일답.
-소감은.
▲ 큰 상을 받게 돼서 기분이 좋다. 힘들 때 옆에서 지켜줬던 가족들에게 고맙다. 그라운드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라고 기회를 준 감독님께도 감사드린다. 수원에서 운동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고맙다. 말보다도 이 상은 내년에 더 잘하라는 채찍의 상이라 여기겠다.
- 최초의 골키퍼 수상과 동시에 최고령 수상이다.
▲ 그런 말을 많이 들었다. 언제든 깨질 수 있는 기록이다. 다른 선수들이 많이 노력해서 기록을 깼으면 하는 게 선배로서의 마음이다.
- 최고령 수상은 은퇴가 멀지 않았다는 얘기도 된다.
▲ 수원과 계약이 아직 2년이 남았다. 우선 선수로서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시기가 끝나고 난 이후에 어떤 것을 해야 할 것인가 생각해 볼 문제다. 지금은 생각해본 적 없다. 현재는 운동장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우선이다. 은퇴에 대한 생각이나 큰 그림을 그려보진 않았다.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다시 돌려 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 월드컵 예선이 남았다.
▲ 개인의 차원이 아니라 한국축구 발전을 위해 예선 통과는 무조건 해야 한다. 모든 선수가 충실하게 하고 있다. 도중에 힘든 경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선수들이 똘똘 뭉쳐서 피땀 흘리는 모습 보여드릴테니 대표 선수들에게 응원의 박수 부탁드리겠다.
- 이제는 말할 수 있는 가슴 아픈 에피소드가 있나.
▲ 딸이 왜 벤치에 앉아 있냐고 물었을 때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다 나의 잘못이었다. ‘내가 이운재인데?’ 라는 마음이 그 때 깨진 것 같다. 마음 속으로 혼자 많은 생각을 했다. 그 때 심적으로 진중한 마음을 갖게된 것 같다. 그런 일들로 많은 팬들에게 실망시켰기 때문에 회복하려면 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많은 훈련을 했고 다행히 노력의 결과가 나왔다. 결과가 안 나왔다면 혼자 엄청난 짐을 가져가는 게 힘들었을 것이다. 올해 우승 때문에 웃을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이런 모습을 유지하도록 노력하겠다.
- 가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겠다.
▲ 가족들 마음이 더 아팠을 것이다. 이운재라는 사람이 아니라 한 남자였고 남편이었기 때문에 아내가 힘들어했다. 아이들도 힘들었을 것이다. 한 가지 말밖에 할 수 없었다. 믿어달라. 바보 같은 짓을 해서 미안하다. 다행히 날 보듬어 주고 아이들도 잘 커줘서 고맙고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득남했는데 아이가 해맑고 건강하게 자랐으면 하는 게 소망이다.
- MVP라는 큰 상을 탔다. 정상에 오르면 유지하기 힘들텐데 내년 시즌 목표는.
▲ ‘만약 상을 받았는데 내년에 못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마음이 있었다. 또 안 좋은 모습 보이면 팬들이 실망하지 않겠는가. 정답은 한 가지다. 죽어라 연습하는 것뿐이다. 더 많은 기량이 아니라 올해 했던 것, 팬들이 사랑해준 그 모습을 내년에도 보여주는 게 목표다. 동계 훈련 잘 준비할 것이다.
(사진=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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