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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송지훈 기자] '숙적' 일본과의 정기전 맞대결을 앞둔 우리 축구대표팀(감독 조광래)에 '카가와 주의보'가 한창이다.
조광래 감독에서부터 해외파의 막내 조영철(알비렉스니가타)에 이르기까지 일본대표팀의 경계대상 0순위로 카가와 신지(21)를 첫 손에 꼽는다. 8일 파주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열린 해외파 훈련에서도 카가와의 드리블 돌파 상황을 감안한 협력수비 훈련이 진행됐을 정도다.
내로라하는 미드필더 자원이 즐비한 일본대표팀에서 신장 173cm의 21살 젊은 미드필더가 가장 주목을 받는다는 사실이 우리 입장에서는 다소 낯설게 여겨지기도 한다. 물론 그만큼 뛰어나기에 가능한 상황이다.
◇'오사카의 별'에서 '도르트문트의 별'로
일본 북부 고베 태생으로, 재능을 알아 본 세레소 오사카의 러브콜을 받아들여 17살이던 지난 2006년에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소속팀의 유스 시스템을 거치지 않은 선수들 중 고교를 졸업하기 전에 프로계약을 맺은 선수는 J리거를 통틀어 카가와가 최초다. 그만큼 일찍부터 빛났다.
'곧게 자랄 떡잎'으로 인정받으며 같은 해 20세 이하 일본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2007년부터는 소속팀의 주전 미드필더로 자리를 굳혔고, 캐나다에서 열린 20세 이하 FIFA월드컵에도 참가했다. 19살이던 2008년에는 올림픽대표팀을 거쳐 국가대표팀 멤버로 신분이 수직상승했다. 프로무대에서도 '오사카의 별'이라는 별칭을 얻으며 주가를 높였다.
'기대주' 수준이던 카가와가 본격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건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독일 분데스리가의 명문클럽 도르트문트로 이적하면서부터다. '적응기' 없이 곧장 주전을 꿰찼고, 정규리그와 유럽클럽대항전, 컵대회 등을 통틀어 10경기서 6골을 터뜨리며 번뜩이는 골 감각을 과시했다.
소속팀 도르트문트 팬들의 관심과 인기 또한 뜨겁다. 카가와의 이름이 프린팅 된 유니폼은 올 시즌 도르트문트 선수단을 통틀어 가장 많이 팔리는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경기 도중 교체 아웃된 카가와를 다시 보기 위해 관중석을 가득 메운 도르트문트 팬들이 경기 종료 후 한 목소리로 이름을 연호한 이야기가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이적하자마자 '세레소의 별'에서 '도르트문트의 별'로 거듭난 셈이다.
◇쌍용의 장점만을 모은 선수
일본에서 활동 중인 재일동포 축구 칼럼니스트 김명욱 기자는 카가와 신지에 대해 "평소 플레이스타일은 이청용과 비슷하지만, 여기에 기성용의 패싱력까지 추가 장착한 선수"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민첩하면서도 과감한 드리블 돌파로 상대 위험지역을 파고들 뿐만 아니라, 정확도 높은 전진패스를 통해 동료들에게 결정적인 찬스를 제공하는 능력까지 겸비했다는 이야기다. 이는 스스로 해결해내는 능력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동료 선수들을 지능적으로 활용할 줄도 안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
관련해 김명욱 기자는 "일본대표팀의 경우 경기의 구심점 역할을 소화하는 선수에게 상징적인 의미로 등번호 10번을 준다"면서 "일본 언론들은 카가와 선수에 대해 '다가올 2014브라질월드컵에서 10번에 가장 어울리는 선수'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명실상부한 차세대 에이스'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방어 해법은 '철저한 압박'
조광래 감독은 7일 파주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한일전은 양 팀 미드필드진 간의 주도권 싸움이 관전포인트"라 언급하면서 "철저한 압박을 통해 상대의 패스워크를 원천봉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카가와에 대한 방어 해법 또한 다르지 않다. 한 발 더 움직이는 플레이를 통해 돌파 예상 루트를 선점하고, 볼을 잡으면 두 세명이 신속히 에워싸 동료에게 볼을 넘길 수 있는 여지를 최소화해야한다.
관건은 '이론'을 그라운드에 오롯이 구현해낼 수 있느냐의 여부다. 조광래 감독이 한국축구대표팀의 뼈대 역할을 할 해외파 멤버들을 일찌감치 소환해 별도의 훈련을 실시하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이기려면 넣으려는 노력 못지 않게 막으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참고로 일본 현지 언론들은 카가와 신지가 한국전에서 주 포지션인 중앙미드필더 대신 측면 날개 미드필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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