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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떠난 자리에선 한국 야구의 ‘현재’인 올스타 선수들의 플레이가 펼쳐졌다.
물론 그들의 야구도 매우 흥미 진진했다. 박병호와 강정호는 잇달아 홈런포를 쏘아올렸고, 이날의 진짜 주인인 KIA의 4번 타자 나지완도 뒤지지 않겠다는 듯 큼지막한 한 방을 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의 올스타전엔 한참 동안 박찬호의 긴 그림자 아래 드리워진 듯 느껴졌다. 과거가 워낙 강렬했던 탓인지 현재의 힘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듯 보였다. 오락가락 하루종일 야구인들과 팬의 애간장을 녹인 비 탓도 있었으리라.
그러나 5회가 끝난 뒤, 한국 야구는 하나의 미래 앞에 다시 환하게 빛날 수 있었다. 박찬호의 마지막 보다 더 아름답고 강렬했던 꿈이 올스타들의 무대에서 펼쳐졌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박주상군이었다. 백혈병을 앓고 있는 아이. 그러나 주상 군은 여전히 야구 선수가 되는 꿈을 꾸고 있다.
이번 올스타 테마에 맞춰서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메이크어위시 재단에 야구 관련 소원이 있는 어린이를 소개해달라고 해서 만나게 된 아이다.
그 꿈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야구계가 나섰다.
박주상 군은 현재 한국 최고의 홈런 타자인 박병호의 손을 잡고 타석에 들어서 그가 던져 준 공을 힘껏 쳤다. 고작 던져 준 박병호의 손에 돌아갈 정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날의 그 어떤 홈런 타구 보다 멀리 그리고 힘차게 날아갔다.
박병호의 손을 꼭 쥐고 1루까지 뛰어나갈 때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엔 그 어떤 홈런 보다 뜨거운 박수가 터져나왔다. 공을 넘겨 받아 베이스를 늦게 찍으며 안타를 완성시켜 준 1루수 호르헤 칸투의 배려도 빛이 났다.
주상 군은 그렇게 야구 선수로 첫 발을 내딛은 뒤, TV에서만 보던 대 스타들과 일일이 하이파이브를 했다. 살면서 몇 명 누려보지 못할 호사였다. 그리고 그가 앞으로 야구선수가 되어 고스란히 돌려 줄 사랑의 시작이었다.
2014년 7월18일 빛고을 광주는 그렇게 한국 야구의 미래를 통해 빗속을 뚫고 환하게 빛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