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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홀드' 니퍼트 "어느 자리든 내 역할만 잘하면 된다"

박은별 기자I 2014.07.12 21:46:59
사진=뉴시스
[잠실=이데일리 스타in 박은별 기자]“어느 자리든 내 역할만 잘하면 된다.”

이런 외국인 투수가 또 있을까. 팀을 위한 니퍼트의 마음이 1승, 1승이 간절한 두산에 힘을 불어넣었다.

두산은 1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경기에서 6-3 역전승을 거뒀다. 전날(11일) 패배를 설욕하면서 한화와 상대전적은 5승3패를 기록했다.

에이스 니퍼트가 효자 역할을 했다. 7회 깜짝 등판한 니퍼트는 9회 2아웃까지 공 28개로 실점없이 막아주며 두산의 마무리를 책임졌다. 2011년 국내 프로 리그 데뷔 후 첫 홀드를 올렸다.

두산은 0-3으로 뒤지다 5회 4-3으로 역전시키며 지키기 모드에 들어갔다. 사실 선발 오현택이 4회를 버티지 못하며 또 한 번 불펜진에겐 부담스러운 상황이 오고 말았다. 마무리 이용찬이 자리를 비운데다 이현승, 윤명준 등 필승조는 최근 타이트한 경기에 많이 나가는 바람에 체력적인 소모가 컸던 상황. 이때 선발 니퍼트가 발벗고 나섰다. 불펜 등판을 자청했다.

지난 9일 LG전(7이닝 2실점) 이후 3일만의 등판. 원래 이날은 경기 전 불펜 피칭을 하는 날이지만 니퍼트는 대신 마운드에 오르겠다고 자청했다. 니퍼트의 다음 선발 예정일은 15일 NC전. 체력적인 부분에서 부담스러울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니퍼트는 팀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동료 볼스테드가 퇴출을 당한 날. 그는 4강 싸움에 있어 중요한 고비가 될 이 시기에 팀에 할 수 있는 한, 조금이라도 더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니퍼트가 불펜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2년도에 한 차례 불펜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고 올시즌에도 6월21일 잠실 KIA전에서 한 차례 불펜을 자청했다.

그러나 당시엔 썩 결과가 좋진 못했다. ‘불펜 니퍼트’ 카드가 효과를 발휘하진 못했다. 그날도 선발로 오현택이 나선 날. 니퍼트는 4회 마운드에 올라 2이닝을 군더더기없이 깔끔하게 막아주면서 분위기를 슬슬 가져오는듯 했지만 5회부터 내린 굵직한 비에 6회를 진행할 수가 없었다. 결국 두산은 초반 내준 점수를 만회하지 못한 채 5회 강우콜드패를 당했다. 니퍼트까지 총투입한 경기에서 거둔 성적이라기엔 아쉬움이 들 수 밖에 없었다.

이날은 달랐다. 이전 첫 불펜 등판은 59개의 공을 던진 후 사흘만의 피칭이었던데 반해 이번엔 100개가 넘는 공을 던진 후 맞는 불펜 등판이었다. 체력적으로 더 힘든 상황이었음은 당연한 일. 니퍼트는 모든 힘을 짜냈다.

4-3, 한 점차에서 7회부터 마운드에 선 니퍼트는 첫 타자 이용규에게 초구부터 안타를 맞고 불안한 출발을 했지만 정근우를 삼진으로 잡아 한숨을 돌린 뒤 김경언까지 내야 뜬공으로 처리, 2아웃을 만들었다. 그리고 2루로 뛰던 이용규를 잡아낸 포수 최재훈의 호수비까지 더해지며 이닝을 깔끔하게 마무리지었다.

니퍼트는 최고구속 150km를 찍는 직구와 다양한 변화구들을 앞세워 한화 타자들을 요리했다. 8,9회 2아웃까지 실점없이 책임졌다. 그가 허용한 안타는 단 7회 단 한 개 뿐이었다. 두산 타자들은 니퍼트의 투혼에 힘입어 7회엔 2점을 더 보태 승기를 잡을 수있었다.

두산 관계자에 따르면 니퍼트는 전날(11일) 투수들을 불러 모아놓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 하나를 전했다. “안타를 맞더라도 마운드에서 기죽지 말자.” 팀을 위한 니퍼트의 애정과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 니퍼트는 그 말을 그라운드 안에서 직접 실천해보였다.

경기 후 니퍼트는 “팀이 이겨서 좋다. 선발 오현택도 좋았고 중간투수들도 잘해줬다. 다들 각자 역할을 잘해 준 좋은 경기였다. 경기에 나설 때에는 지고 있든 이기고 있든 그러한 상황들은 생각하지 않는다. 내 역할만 최선을 다해 하려고 하기때문에 특별한 느낌은 없다”고 승리의 공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이어 “어차피 불펜피칭을 해야하고 한 번 던질 때 40~50개를 던진다. 오늘은 20개를 좀 넘겼는데 괜찮았고 준비가 돼있었기 때문에 경기에 나서겠다고 했다“며 불펜 등판을 자청한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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