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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을 딛고 성공적인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을 보낸 ‘KK’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첫 소감이었다.
메이저리그 첫 시즌 일정을 모두 마친 김광현은 지난 7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정부 방역 지침에 따라 2주간 자가격리를 한 뒤 23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모습을 드러냈다.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시리즈를 마친 뒤 첫 공식적인 일정이었다.
김광현은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8경기(7선발)에 등판해 3승 무패, 평균자책점 1.62를 기록했다. 특히 선발로 나온 7경기에서 3승 무패, 평균자책점 1.42라는 눈부신 성적을 거뒀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와일드카드시리즈 1차전 선발로 나서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하지만 시즌 전체로 보면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가 중단되면서 큰 위기를 맞이했다. 낯선 미국에서 가족 없이 혼자 지내야 했던 김광현에게 가장 큰 적은 외로움이었다. 자신의 답답한 심경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김광현은 잘 버텨냈다. 한국에 돌아올까라는 고민도 했지만 미국에 머물면서 묵묵히 시즌을 준비했다. 그런 노력은 시즌에서의 좋은 활약으로 이어졌다.
김광현은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가 중단되고 4개월 동안 버티고 나니 앞으로 어떤 시련이 와도 잘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시즌 개막 후 마무리로 시작했던 김광현은 선발투수들의 줄부상으로 갑작스레 보직을 바꿔야 했다. 때마침 팀 내 코로나19 집단 확진이 발생하면서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 더욱 어려웠다.
하지만 김광현은 ‘긍정적인 생각’으로 어려움을 이겨냈다. 김광현은 “시즌 중 보직을 바꾼다는게 힘들다는 건 알았지만 코로나19로 팀이 경기를 안하게 되면서 준비할 시간이 더 생겼다”며 “‘할 수 있다’,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 가장 중요했다”고 말했다.
특히 김광현은 포수 야디에르 몰리나에게 각별한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몰리나는 공을 잘 던질 수 있게 해준 첫 번째 은인이다”며 “어떤 포수도 마찬가지지만 몰리나는 투수를 편하게 해준다. 타자가 못 치는 공보다는 투수가 잘 던지는 공을 던질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상대가 못 치는 공은 전력분석을 보면 나오지만 내가 자신 있는 공을 사인을 낸다는 건 연구를 하지 않으면 모른다”며 “투수들이 자신 있어 하는 공은 찾아도 잘 안 나오는데 몰리나는 그걸 잘 캐치해 사인을 낸다. 정말 좋은 포수다“라고 강조했다.
김광현은 ”앞으로 한국에도 그런 포수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며 ”내년에도 같은 팀에서 선수 생활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밝혔다.
힘든 시기에 늘 함께 해준 통역 최연세씨에 대한 고마움도 전했다. 김광현은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통역에게 ‘시즌 언제 시작하냐’고 계속 물었던 것이다”며 “통역에게 미안하다”고 털말했다.
지난 8월 23일 신시내티 레즈와의 경기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메이저리그 첫 승을 거둔 김광현은 “첫 승 올렸을 때 정말로 울컥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마운드에 섰을 때 마음가짐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같았다”며 “오로지 공 한 개 한 개에 집중하자는 마음 뿐이었다”고 밝혔다.
김광현은 9월 15일 밀워키 브루어스전에선 함께 KBO리그에서 활약했던 조시 린드블럼과의 선발 대결도 떠올렸다.
그는 “린드블럼과 말도 걸고 인사도 나누고 싶었는데 다른 팀 선수와 만나거나 그럴 수 없다”며 “캐치볼 할 때 외야에서 쳐다보면서 손을 흔들기는 했다”고 당시 상황을 기억했다.
김광현은 데뷔 시즌 경험을 발판삼아 2021년 더 높은 도약을 꿈꾼다. 벌써부터 시선이 내년 시즌을 향해있다.
김광현은 “(코로나19 등으로 인해)몸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시즌을 들어간 것이 아쉬웠다”며 “제대로 시즌을 치르는 내년 시즌이 정말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는 중부지구 팀들하고만 경기를 치렀는데 (다른 지구팀과도 대결하는)내년에는 더 좋은 타자를 만날 것이다”며 “최고의 선수들이 정말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역시 최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