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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석, 3년차 배우에게 찾아온 "감격스러운 부담감"

강민정 기자I 2014.09.26 15:44:49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서 영민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배우 조정석이 26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갖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김정욱기자)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달리 표현하고 싶어도 달리 표현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감격스럽다는 미사어구는 배우 조정석에게 이런 의미다.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서 4년 열애 끝에 결혼한 새 신랑 영민을 연기한 그는 요즘 감회가 새로울 때가 많다. 그래서 모든 순간이 그저 “감격스럽다.”

△박중훈과 최진실 그리고 이명세

가장 큰 감격은 영화의 원작에서 출발한다. 이 영화는 1990년대 히트작 ‘나의 사랑 나의 신부’가 2014년형으로 재해석된 작품이다. 영화인들이 한번쯤 호흡을 맞추길 꿈꾸는 이명세 감독이 만들었고 국민 배우로 통하는 박중훈, 고인이 된 여배우의 아이콘 최진실이 주연했다. 누군가 이 영화의 리메이크작에 출연할 수 있다면 그 기회는 두 사람만이 누릴 수 있다. 그렇게 영민이란 인물을 잡은 조정석은 그 자체로 영광이라고 했다.

“처음 영화를 봤을 때 극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것 같았다. 그 반응을 보고 있으니 ‘울컥’하더라. 초등학교 때 원작을 봤었는데 내가 이 역할을 하기로 결정된 후에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다시 봤다. 그 영화가 가지고 있는 결혼에 대한 보편적인 정서를 2014년에 맞췄을 때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했다. 아예 새로운 영화가 될 것이라고 믿었고, 그 부분에 집중해서 연기했다. 무엇보다 박중훈-최진실 선배와 이명세 감독님의 영화를 내가 다시 할 수 있다는 엄청난 영광은 부담스러워도 누리고 싶었다.”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속 조정석의 모습.
△‘건축학개론’, ‘관상’ 그리고 ‘역린’

영화의 또 다른 감격은 ‘단독 주연’이라는 데서 비롯된다. 영화 ‘건축학개론’의 납득이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조정석은 이후 승승장구의 길을 걸었다. 영화 ‘관상’과 ‘역린’의 신스틸러였고 KBS2 드라마 ‘최고다 이순신’과 MBC 드라마 ‘더 킹 투하츠’의 ‘갖고 싶은 남자’였다. 스코어로나 캐릭터로나 잃은 바는 없었고 얻은 바가 많았던 조정석의 짧고 굵은 연기 인생은 매우 안정적으로 보인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그런 의미에서 지금까지의 안정감을 뒤흔들만큼 큰 부담감을 안기는 첫 주연작이다.

“책임감과 긴장감 설렘을 동시에 느낀다. 뚜껑이 아직 열리진 않았지만 시사회 후 언론에서도 주변에서도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시니까. 기분이 참 좋다 솔직히.”

‘감격스러운 부담’이라는 역설을 즐길 수 있는 건 조정석만의 몫이다. 그의 천성이 그 부담의 무게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그는 철저히 스스로에 대한 믿음으로 살았고, 연기하고, 더 큰 그림을 내다볼 것이다.

“난 무조건 내가 재미있어야 한다. ‘관상’은 처음으로 출연 제의가 온 작품인데다 한재림이라는 애정 가득한 감독님의 작품이라 안할 이유가 없었던 작품이고, 다른 영화들은 남들이 뭐라하든 내가 끌리면 한 작품이었다. ‘역린’도 ‘시간이탈자’도 그랬다. 그래서 잘 안됐을 때, 기대에 못 미쳤을 때 나만 탓할 수 있어서 좋다. 반대로 성과를 냈을 땐 내 스스로 뿌듯할 여유도 갖게 된다. 무언가에 부딪힌다 싶을 때 늘 나만 보고, 나에 대한 믿음을 키우며 돌파했다.”

조정석.(사진=김정욱기자)
△서른 다섯, 그리고 그 후

이번 영화를 통해 조정석이 가장 많이 한 말 중에 하나는 결혼에 대한 갈망과 닿아있다. “결혼하고 싶다”거나 “좋은 사람과 새로운 인생을 만들고 싶다”는 식이었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가 매일 반복되는 화해와 갈등, 사랑과 전쟁, 권태로움과 뜨거움 등 신혼부부 특유의 달콤살벌함을 논한 작품이라 더욱 그랬을 터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가 조정석에게 감격스러운 마지막 이유는 ‘남자’ 조정석까지 바꿔놓은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결혼은 늘 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감히 말하자면 난 배려있는 남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기본적으로 이 영화의 텍스트로 배운 내용대로 화장실 갈때 변기 뚜껑을 올리고 볼일 보고, 옷은 제때 정리하고, 반찬이 어디있는지는 기억하고 살고, 이런 사소한 것들만이라도 잊지 않으면 되지 않을까.(웃음) 이 영화에서 ‘같이 있을 때의 외로움’을 얘기한 부분에 공감이 많이 갔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고, 아마 내가 그런 남편이 돼 있다면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 대한 감사함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배우 신민아와 조정석의 꾸미지 않은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영화다. 일반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정서를 따르면서도 어떤 연애 버라이어티 쇼보다 리얼하고 어떤 판타지 드라마보다도 동화 같은 극과 극의 얼굴을 동시에 지녔다. ‘예쁜 신민아’가 아닌 30대 여자 미영, ‘훈훈한 조정석’이 아닌 30대 남자 영민으로 공감대를 자극하기 때문에 ‘나의 사랑 나의 여친’, ‘나의 사랑 나의 남친’ 등으로 이해하고 영화를 봐도 충분한 감동과 웃음을 챙길 수 있다. 내달 8일 개봉된다.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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