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이 후보는 윤 후보에게 “‘정치 보복하겠다’ 이런 소리를 하면서 국민을 갈등시키고 증오하게 하면 민주주의 위기가 경제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얘기하며 ‘위기의 민주주의’를 언급했다.
‘위기의 민주주의’는 2019년 6월 넷플릭스에 공개된 다큐멘터리 영화다. 부제 ‘룰라에서 탄핵까지’에서 짐작할 수 있듯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에 대한 표적 수사와 유죄 판결, 그의 뒤를 이어 브라질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된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의 탄핵 과정을 다룬다. 영화는 룰라 전 대통령이 체포되기 전 모습을 비추며 시작한다.
군사 독재 시절(1964~1985년) 노조 활동으로 맞섰던 좌파 노동자당의 룰라 전 대통령은 2003년부터 2010년까지 브라질을 통치한 제35대 대통령이다. 집권 기간 브라질을 세계 7위의 경제 대국으로 이끌고 퇴임 당시 80%를 웃도는 지지율을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고 영화는 말한다.
이후 그의 후광을 입고 노동자당의 지우마 호세프가 2011년 브라질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취임했는데, 브라질 회계 장부를 조작했다는 혐의로 탄핵을 당한다. 2018년 대선에 출마해 다시 세력을 규합하려고 한 룰라 전 대통령도 세르지우 모루 수사판사 주도의 ‘세차 작전’에 의해 뇌물수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9년 6월, 2심에서 징역 12년 1월을 선고받아 피선거권을 상실한다.
영화는 모루 판사가 극우 성향의 현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 정권의 법무 장관이며 룰라 전 대통령은 여전히 감독에 있다는 내용을 전하며 매듭을 짓는다. 영화에 담기지는 않았지만, 룰라 전 대통령은 2021년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무효로 확정하면서 피선거권을 회복했다.
‘위기의 민주주의’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사법쿠데타로 규정하며 룰라 전 대통령 취임 이후 발전해왔던 브라질의 민주주의가 정치권과 사법권의 쿠데타로 인해 후퇴했다고 말한다. 그 과정에서 극심하게 분열된 국민의 모습을 비춘다.
‘위기의 민주주의’는 정치권과 사법권, 그리고 언론들의 부패 카르텔에 의해 민주주의가 역행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정치적 사건으로 분열된 국민의 모습은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를 보는 듯해 영화의 메시지가 가볍게 읽히지 않는다.
‘위기의 민주주의’는 ‘기생충’이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등 4관왕을 차지했던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에 올랐던 작품이다. 이 영화를 연출한 페트라 코스타는 1983년생으로 브라질의 영화 감독, 배우이다. ‘위기의 민주주의’(2019) ‘10개월’(2015) ‘엘레나’(2012) ‘언더토우 아이즈’(2009) 등을 연출했다.
감독 페트라 코스타. 러닝타임 121분.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공개 2019년 6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