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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V리그 남자부 4개 구단 친선 연습경기 ‘부산 서머 매치’가 열린 부산 기장체육관. 현대캐피탈 대 삼성화재의 첫 번째 경기가 끝난 뒤 평소 보기 힘든 진풍경이 연출됐다.
체육관 코트 안으로 잔뜩 쌓인 아이스크림 박스들이 들어왔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1500여 팬들에게 나눠주기 위한 팬서비스다. 더 재밌는 것은 이 아이스크림을 구단이나 연맹이 아닌 프로팀 감독들이 사비를 털어 준비했다는 것.
경기를 마친 신진식 삼성화재 감독과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물론 2경기를 위해 미리 준비 중이던 장병철 한국전력 감독과 석진욱 OK저축은행 감독도 코트로 내려와 개인 신용카드로 직접 결제했다. 최태웅 감독은 관중들을 향해 카드 영수증을 흔드는 세리머니(?)를 펼치기도 했다.
네 명의 감독이 관중들을 위해 쏜 아이스크림 총액은 200만원. 한 사람 당 50만원에 이른다. 수억대 연봉을 받는 프로팀 감독 입장에선 큰 돈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팬들을 위한 마음이다. 네 감독은 전날 함께 한 저녁식사 자리에서 즉흥적으로 이같은 아이디어를 냈고 이날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다음 장면도 신선했다. 감독들이 신용카드로 결제를 마치자 선수들이 배달원으로 나섰다. 각 팀 선수들은 아이스크림 박스를 하나씩 들고 관중석으로 뛰어들었고 팬들에게 직접 아이스크림을 나눠졌다.
팬들이 신기해하면서도 즐거워한 것은 당연한 일. 관중석에선 자연스럽게 팬미팅이 펼쳐졌다. 팬들은 아이스크림을 나눠주는 선수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선수들도 적극적으로 팬들과 동참했다. 따로 올스타전이 아니어도 팬들과 선수가 하나가 됐다.
이날 아이스크림 파티는 팬서비스를 중요하게 생각한 젊은 감독들의 열린 마음과 연고 프로팀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평일 낮부터 열성적으로 응원을 보내준 팬들이 함께 만든 훈훈한 장면이었다.
물론 승패에 크게 얽매이지 않는 친선 연습경기이기에 가능했다. 진지한 분위기에서 펼쳐지는 프로리그 경기라면 상상하게 힘들다. 그럼에도 한여름 부산에서 펼쳐진 아이스크림 파티는 두고두고 재밌는 얘깃거리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