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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스포츠의 주적은 국제연맹? '김연아·양태영·양궁' 모두 피해자

박종민 기자I 2014.03.13 15:41:28
[이데일리 e뉴스 박종민 기자] 소치 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린 지 20일이 지났다. 하지만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판정 논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판정시비가 불거졌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SO)와 세계빙상연맹(ISU)은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7)의 금메달 사실을 더욱 널리 알렸다. 판정번복은 사실상 물 건너간 듯하다.

김연아는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판정 논란의 최대 피해자가 됐다.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수영의 박태환과 유도의 조준호, 펜싱의 신아람이 오심의 희생양이 됐다. 올림픽이 끝난 직후 한 외신은 ‘역대 올림픽 5대 오심’에 ‘신아람 판정’을 포함시켰다.

△ 12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19회 코카콜라 체육대상 시상식에서 김연아(오른쪽)와 이상화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사진= 뉴시스


신아람은 여자 에페 개인전 준결승 연장전에서 종료 1초를 남기고 상대의 공격을 세 차례나 방어했지만, 시간은 줄어들지 않았다. 네 번째 공격을 막아내지 못하고 결국 패했다. 시간이 멈추지 않았다면 신아람의 결승 진출이 확정적이었다. 바닥에 주저앉은 채 울던 신아람의 모습은 ESPN이 “사람들의 챔피언”이라는 문구로 보도하면서 화제가 됐다.

김연아는 실수를 한 차례도 범하지 않고 완벽한 피겨 연기를 선보였다. 그러나 실수를 저지른 소트니코바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미국 주요 일간지인 시카고 트리뷴의 스포츠칼럼니스트 필립 허시는 11일(이하 한국시간) 게재한 칼럼에서 “IOC가 프로답지 못했다(The IOC seems unprofessional)”면서 “ISU는 가장 나빴다(As usual, the ISU looks worst of all)”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의 대표적인 영자 신문 재팬타임스의 스포츠편집인 잭 갤러거도 지난 3일 칼럼에서 두 곳을 싸잡아 비판했다. 갤러거는 “모두의 눈은 틀릴 수 없다”면서 김연아가 금메달을 획득하는 게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김연아는 피겨계의 ‘마이클 조던’이라고 불릴 만큼 독보적인 행보를 보여 왔다. 그는 피겨 역사상 최초로 올포디움(All Podium, 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하는 것)을 달성했다. 이는 소냐 헤니, 카타리나 비트, 도로시 해밀, 타라 리핀스키, 미셸 콴 등도 해내지 못한 대기록이다. 지난 1960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캐롤 헤이스는 앞서 1953년 세계선수권에서 한 차례 4위를 기록하면서 ‘올포디움’ 달성에 실패했다.

그간 국제스포츠계는 한국의 독주에 번번이 훼방을 놨다. 예를 들어 국제양궁연맹은 대회마다 금메달을 휩쓰는 한국 양궁의 기세를 꺾기 위해 1988년 이후 6차례나 룰을 바꾸는 변칙을 썼다. 한국 여자 양궁은 1984년 LA올림픽 단체전에 참가해 금메달을 딴 이후 7연승의 위업을 달성했었다.

오심이 발생하면 한국은 대개 피해자의 위치에 있었다. 이른바 ‘양태영 판정’은 우리나라 선수의 스포츠 오심 피해 사례를 꼽을 때 회자되곤 한다.

그는 지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남자 기계체조 개인종합에서 57.774점을 얻어 1위 폴 햄(57.823점·미국)에 0.049점 차로 뒤지며 3위를 기록했다. 김연아 판정에서 테크니컬 컨트롤러가 러시아피겨스케이팅협회 부회장인 알렉산더 라케르니크였던 것처럼 ‘양태영 판정’에 깊게 관여했던 인물은 미국인 조지 벡스테드 주심이었다. 기술심판 가운데는 햄의 고향에서 수년간 활동한 부이트라고 레예스도 있었다.

대한체육회는 양태영 오심과 관련해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했지만 끝내 오심의 결과는 번복되지 않았다. 국제체조연맹(FIG)은 양태영이 오심에 따른 간발의 차 때문에 햄에게 졌다고 인정할 뿐이었다.

결국 오심은 심판 한 명의 잘못된 판단 때문이 아니라 국가 간 정치적인 문제로 일어난 사례가 많은 셈이다. 국제스포츠연맹들은 룰을 바꾸거나, 특정 선수에게 호의적인 심판을 배정한다거나 하는 구조적인 개입으로 오심을 유도해왔다. 제2의 양태영, 제2의 김연아가 발생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할 것이다. 한국이 스포츠 외교력을 강화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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