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감독은 “필이 외야로 가주면 좋겠다”고 했다. 필은 1루도, 외야도 가능한 선수. 다만 한국 무대에 오기 전까지 주로 1루를 맡았다. 지난 해 샌프란시스코 소속으로 메이저리그에서 1루수로 13경기, 좌익수로 8경기에 나섰다.
선 감독이 “필이 외야로 가줘야한다”고 말한 것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타선의 짜임새가 생기고 공격력이 한층 강화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이미 KIA의 1루 자리는 경쟁이 치열한 상태다. 1루수로 나서고 있는 김주형이 타격에서 좋은 컨디션을 보이고 있고, 현재 재활 중인 최희섭도 후보에 있다. 필이 1루가 아닌 외야수로 뛰어줘야만 김주형, 최희섭의 활용폭을 넓힐 수 있다. 선 감독은 “김주형과 필이 모두 살려면 필이 외야로 가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리고 선 감독은 이번 시범경기를 통해 ‘외야수’ 필을 계속 점검하고 있다. 8∼9일 삼성과 대구 2연전에 이어 11일 넥센전서도 우익수로 출전시켰다.
아직 수비와 공격 모두 만족스러운 결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그간 실책은 없었지만 11일 경기서 불안한 모습을 내비쳤다. 우익수, 5번 타자로 선발출전한 그는 4회까지 우익수로 나서면서 큰 무리없이 타구를 처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5회부터 좌익수로 포지션을 바꾸면서 실책성 플레이가 나왔다. 6회 2사 2루서 유한준의 타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공을 뒤로 흘리는 실책을 범했고, 이어 임태준의 펜스 근처 뜬공 타구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타구 판단이나 펜스 플레이면에서 코칭스태프의 합격점을 받기엔 무리가 있어보였다. “외야 경험이 충분하지는 않지만 수비에 큰 문제는 없다”고 자신감을 내비친 필의 말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타격 역시 아직은 과제다. 삼성과의 2연전에서 6타수 무안타를 기록했고 이날 역시 금민철, 마정길, 이상민, 김영민을 상대로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2회 첫 타석에는 유격수 땅볼, 3회에도 2사 2,3루 타점 찬스서 초구를 건드려 뜬공으로 물러났다. 5회에도 땅볼, 7회 마지막 타석에서도 안타를 신고하진 못했다.
브렛 필은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선 감독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한 채 7회말 수비부터 김다원으로 교체됐다. 선 감독의 고민은 더 깊어질 수 밖에 없는 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