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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답게 존재감도 가장 빛났다. 동갑내기 절친이자 한국 프로야구를 이끄는 추신수(40·SSG)와 이대호(40·롯데)가 2022 프로야구 개막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를 주름잡았다.
추신수와 이대호는 31일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쏠(SOL) KBO 정규시즌 미디어데이에서 재미있는 입담을 주고받았다.
추신수와 이대호는 어렸을 때 함께 야구했던 친구 사이다. 이후 추신수는 고교 졸업 후 미국에 진출해 최고의 타자로 우뚝 섰다. 이대호도 한국 프로야구와 일본을 정복한 뒤 미국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다.
돌고 돌아 지난해 KBO리그에서 재회한 추신수와 이대호가 함께 그라운드를 노비는 것은 올 시즌이 마지막이다. 이대호가 올 시즌을 마친 뒤 은퇴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대호는 올 시즌 프로야구 10개 구단 홈구장을 돌면서 은퇴투어를 갖고 팬들에게 작별인사를 전한다.
추신수는 ‘은퇴 투어 때 이대호에게 어떤 선물을 해주면 좋겠나’라는 질문에 “구단주님이 결정해야 할 문제지만 스타벅스의 1년 무료 이용권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해 행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스타벅스는 모기업 SSG의 계열사다.
그러자 이대호의 대답도 일품이었다. 이대호는 “괜찮다. 우리는 엔제리너스 커피가 있다”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엔제리너스는 롯데자이언츠 모기업인 롯데그룹의 계열사다.
서로 티격태격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추신수는 이대호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이)대호는 어렸을 때 많은 시련을 함께 겪었던 친구”라며 “대호가 없었다면 메이저리그 진출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대호 같은 경쟁자가 있어 참 행복했다”며 “박수를 받고 떠나는 게 참 부럽고 대단하다”고 축하인사를 전했다.
다른 선수들도 은퇴투어를 앞둔 이대호에게 특별한 선물을 약속했다. 역대 동갑 친구인 오승환(40·삼성)은 “이대호가 대구에 좋아하는 식당이 있는데, 대구를 방문할 때마다 데리고 가겠다”고 말했다.
롯데에서 이대호와 함께 활약했던 손아섭(34·NC)은 “구단에서 (리니지 게임 아이템인) 집행검을 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메이저리그 거포 출신의 야시엘 푸이그(32·키움)는 “이대호와 마실 술을 준비하겠다”고 말해 웃음을 이끌어냈다.
이날 미디어데이에선 ‘바람의 손자’와 ‘바람의 양아들’이 함께 한 훈훈한 장면도 연출됐다. ‘바람의 손자’는 ‘바람의 아들’ 이종범 현 LG트윈스 퓨처스 감독의 아들인 이정후(24·키움)의 별명이다. ‘바람의 양아들’은 이종범의 타이거즈 후계자로 기대를 한몸에 받는 신인 내야수 김도영(19·KIA)이다.
이정후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타자다. 지난해 타격왕에 등극하면서 아버지 이종범에 이어 최초의 ‘부자 타격왕’ 기록을 세웠다. 김도영은 올해 시범경기에서 타율 1위(.432)위에 오르며 떡잎부터 다른 신인임을 증명했다.
이정후는 “(김)도영이는 고졸 선수답지 않게 타석에서 침착하고 맞추는 능력도 좋고 파워도 넘친다”면서 “나보다 도영이가 훨씬 잘하는 것 같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제2의 바람의 아들로 불리는 것에 대해서도 “일단 얼굴은 도영이가 훨씬 잘생겼다”며 “도영이는 고졸 선수이기 때문에 25살이나 30살이 되면 아버지를 뛰어넘을 수 있다”고 치켜세웠다.
선배로부터 극찬을 받은 김도영은 자신에게 쏠리는 관심에 대해 부담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제2의 이종범이라는 별명이 너무 영광스럽고 그런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나름 성공했다고 생각한다”며 “시범경기는 운 좋게 잘 마쳤지만 정규시즌은 다를 것인 만큼 마음의 준비 잘하겠다”고 말했다.
자신이 이정후와 비교되는 것에 대해선 “이정후 선수처럼 잘하고 나서 그런 소리를 듣는 것이 맞다”며 “우선 그만큼 제가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겸손하게 답했다.
한편, 이날 프로야구 10개 구단 감독은 개막전 선발투수를 예고했다. 총 10명의 개막전 선발투수 가운데 토종선수는 양현종(34·KIA), 김민우(27·한화), 안우진(23·키움) 등 3명이다.
지난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 도전한 뒤 1년 만에 복귀한 ‘돌아온 에이스’ 양현종은 개인 통산 5번째 KBO리그 개막전 선발로 나선다. 김종국 KIA 감독은 “베테랑이고 뛰어난 능력을 가진 양현종이 당연히 개막전 선발로 나선다”고 밝혔다.
한화 토종 에이스 김민우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개막전 선발로 예고됐다. 김민우는 4월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두산베어스전에서 선발투수로 나선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김민우는 지난해 개막전 선발 기회를 잘 살렸고, 시즌 중에도 고무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선택 이유를 설명했다.
키움히어로즈는 150km대 강속구를 던지는 ‘영건’ 안우진을 개막전 선발로 내세운다. 키움이 토종 투수를 개막전 선발로 내세운 건 2010년 금민철 이후 12년 만이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에릭 요키시라는 좋은 투수가 있지만 안우진도 키움 마운드를 짊어질 강력한 투수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수원과 창원에선 외국인 에이스끼리 맞대결을 벌인다.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맞붙는 삼성과 KT는 데이비드 뷰캐넌(33)과 윌리엄 쿠에바스(32)를 개막전 선발로 예고했다. 2022 KBO리그 공식 개막전이 열리는 창원NC파크에서는 드루 루친스키(34·NC)와 윌머 폰트(32·SSG)가 선발 자존심 대결을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