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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퍼드에서 예정됐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대 본머스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앞두고 ‘폭발물로 보이는 수상한 장치’가 발견됐다.
경기는 전격 취소됐고 이미 경기장에 입장한 7만6000명이나 되는 관중들은 곧바로 대피했다. 누구보다 축구에 열광하는 영국 축구팬들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당국의 명령에 순순히 따를 수밖에 없었다.
조사결과 폭발물 오인 소동은 보안업체의 실수로 드러났다. 맨유 구단은 “보안업체가 개 조련사 훈련 중 사용한 가짜 폭탄을 회수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해프닝으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유럽 축구장이 여전히 테러 위협에 노출돼있고 테러 목표물이 될 수 있는 잘 보여준 사건이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파리 테러 당시 국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조직원들이 목표로 삼았던 곳 중 하나가 바로 축구장이었다. 당시 스타드 드 프랑스 경기장에선 8만명의 대관중이 운집한 가운데 프랑스 국가대표팀의 축구경기가 열리고 있었다.
축구장 테러 시도는 IS조직원이 경기장 진입을 시도하다 보안 검색대에서 걸리자 자폭하면서 무산됐다. 하지만 만약 관중석에서 폭탄이 터졌다면 엄청난 참사로 이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유럽의 축구장이 민간인 테러의 목표물, 즉 ‘소프트 타깃’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여실히 입증된 셈이다. 이후 테러와 관련해 의심스러운 정황이 나타나면 주최 측과 대테러 당국은 주저없이 관중을 대피시키고 경기를 취소하고 있다.
당장 현지시간으로 6월10일부터 프랑스 전역에서 열리는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16)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작은 월드컵’이라 불리는 유로 대회는 유럽의 축구 강국이 대거 참가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월드컵보다 수준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연히 세계 축구팬들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이는 테러리스트 입장에선 매력적인 목표물이기도 하다.
지난해 파리 테러 사건이 일어난 뒤 유로2016 대회를 취소하거나 연기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유럽축구연맹(UEFA)과 프랑스 당국은 예정대로 대회를 치르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신 개최국 프랑스의 경계수위는 역대 유례가 없는 최고 수위가 될 전망이다.
프랑스는 지난해 파리 테러 이후 파리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1급 경계 태세에 돌입했다. 테러 방지 예산도 기존 1200만 유로(160억 원)에서 2400만 유로로 두 배 이상 늘렸다. 대회 기간 동안 경기장 근처에서 거리 응원도 할 수 없다.
유로폴의 롭 웨인라이트 국장은 “극도로 우려가 된다”며 “개최가 임박한 유로 2016은 테러분자에게는 매력적인 목표물”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자케 램버트 유로 2016 조직위원장은 테러에 맞서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내겠다는 각오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안전 조치를 대폭 강화해 공포에 지친 팬들이 편안하게 휴식을 즐기며 대회를 관람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며 “만약 프랑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면 이는 곧 유럽에 대한 공격이나 마찬가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