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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감독은 그 과정을 통해 투수의 마음을 읽고 공의 궤적을 익혔다.
간혹 그에게 “볼 배합이라는 것이 도대체 뭐냐?”는 공격적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에 대한 답은 늘 “정답은 없다”이다. 다만 “포수는 가끔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은 빼 놓지 않는다.
김경문 NC 감독 역시 같은 말을 했다. 그는 현역 시절 좋은 포수였으며 좋은 포수 지도자에서 감독으로까지 성장했다. 박경완 2군 감독과 볼 배합 유형은 전혀 달랐다. 훨씬 공격적인 리드를 했다. 하지만 포수로서 철학은 같았다.
그 중심엔 투수에 대한 이해가 있다. 투수가 어떤 공을 던지는지 최대한 많이 받아보며 마음을 얻으려 노력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렇게 신뢰가 쌓여야만 모두가 놀랄 볼 배합에 대해 투수의 이해를 이끌어 낼 수 있다. 깜짝 볼 배합이란 던지는 투수 역시 이해가 쉽지 않다는 걸 뜻한다. ‘여기서 왜 그걸…’이란 주저함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투수의 마음을 얻은 포수는 그 시간을 최대한 짧게 만들 수 있다. 타자가 알아차리기 어려울 정도로.
때문에 박경완도 김경문도 자신의 훈련 못지 않게 많은 시간을 투수들과 보낸 것이었다.
28일(한국시간) LA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경기서 이 두 명 포수의 이름이 떠오른 것은 이 때문이었다.
샌프란시스코는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이적한 ‘다저스 킬러’ 제이크 피비의 초반 역투에 힘입어 초반 리드를 잡았다. 3회말엔 선취점을 뽑으며 기세를 올렸다.
하지만 1-1 동점이던 5회, 결국 역전을 허용했다.
이날 경기는 피비가 샌프란시스코 이적 후 첫 등판한 경기였다. 당연히 주전 포수 버스터 포지와도 첫 호흡이었다. 역전을 허용한 장면에선 잇달아 포지의 블로킹 미스가 나왔다. 폭투로 기록된 것은 2개였지만 포지의 블로킹은 좀처럼 피비가 던진 공의 궤적을 쫓지 못했다.
5회 1사 후 발 빠른 디 고든을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으로 내보낸 것이 화근이었다. 야시엘 푸이그의 볼넷이 나온 뒤엔 폭투로 진루를 허용했다.
여기서 또 한 번 보기 드문 장면이 나왔다. 애드리안 곤잘레스가 스트라이크 아웃 낫 아웃이 선언 된 상황, 그러나 1루로 던지는 동안 3루에 있던 고든이 홈을 파고들어 역전 득점을 만들었다.
포지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포수다. 하지만 피비를 잘 알지는 못한다. 리그가 달라 타자로서 상대해 본 것도 2년 전 3타석에 불과하다. 좋은 포수인 포지도 낯선 투수와 호흡에선 한계를 드러냈다.
볼 배합이 투수를 얼마나 달라지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은 아마도 끝을 내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있다. 포수는 투수의 마음을 얻기 위해 많은 시간동안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