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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아홉수 걸린 류현진, 10승 앞두고 또 불운(종합)

이석무 기자I 2019.06.23 13:17:22
LA 다저스 류현진이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홈경기에서 역투를 펼치고 있다.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2·LA 다저스)가 지독한 아홉수에 걸렸다.

류현진은 2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와 홈경기에서 6이닝 6피안타 1볼넷 5탈삼진 3실점(1자책)으로 호투했다. 하지만 3-3 동점인 7회초 구원투수와 교체돼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다. 시즌 10승 및 빅리그 통산 50승 달성도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비록 3실점했지만 수비 실책이 겹친 실점이어서 자책점을 1점만 기록됐다. 평균자책점은 1.26에서 1.27로 미세하게 올랐다. 여전히 평균자책점 양대리그 압도적 1위다. 107개 공을 던지면서 스트라이크는 70개였다.

류현진은 지난 5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시즌 9승(1패)째를 거뒀다. 10승을 눈앞에 두고 3경기 연속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지난 11일 LA 에인절스전에서 6이닝 1실점한 뒤 3-1로 앞선 상황에서 승리요건을 채우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하지만 구원투수들이 곧바로 2실점 하면서 류현진의 승리를 날렸다. 17일 시카고 컵스 전에선 7이닝 2실점 비자책을 기록했다. 2-2 동점 상황에서 교체돼 승리투수 요건을 채우지 못했다. 3루수 저스틴 터너의 송구 실책이 실점의 빌미가 됐다. 2실점 모두 비자책으로 기록됐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1회초 1실점 과정에서 수비가 아쉬웠다. 류현진은 1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이안 데스먼드에게 좌중간 2루타를 허용했다. 중견수 알렉스 버두고가 타구를 잡아 2루에 정확히 송구했지만 2루수 맥스 먼시가 공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먼시가 공을 잡았다면 타자주자 데스먼드를 아웃시킬 수 있었다..

3회초 실점 때는 무사 1루 상황에서 병살타성 내야땅볼을 유도했다. 하지만 송구를 유격수 크리스 테일러가 잡았다 놓치면서 주자들이 모두 살았다. 무사 1, 2루에 몰린 류현진은 데스먼드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고 두 번째 실점을 내줬다.

다행히 팀이 연장 11회말 버두고의 끝내기 홈런으로 5-4 승리를 거둔 덕분에 류현진도 활짝 웃었다. 하지만 유독 류현진이 나왔을 때 동료가 계속 도움을 주지 못하는 부분은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류현진은 잘 던지고도 승리투수가 되지 못한 최근 3경기에서 19이닝을 던져 단 2자책점만 허용했다. 평균자책점은 1.06에 불과하다. 시즌 평균자책점보다 낮은 수치다. 하지만 동시에 류현진이 던지는 동안 타자들이 뽑아준 점수는 단 8점에 불과하다. 야수들의 실책도 유독 집중되고 있다.

류현진 본인은 지난 컵스전을 마치고 “아홉수 같은 징크스를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류현진은 그전에도 아홉수 때문에 호된 몸살을 앓은 적이 있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앞두고 2012년 9월 6일 대전 롯데전에선 류현진은 개인 최다인 132구를 던진 끝에 힘겹게 9승을 거뒀다. 하지만 이후 계속 승리를 추가하지 못했다.

류현진은 10월 4일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와의 정규시즌 마지막 선발 등판에 나섰다. 연장 10회까지 128개의 공을 던지며 1실점으로 버텼다. 하지만 타선이 끝내 침묵해 1-1 무승부로 끝났다. 데뷔 후 7년 연속 두자릿수 승수를 쌓았던 류현진이 국내 무대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10승 달성에 실패하는 순간이었다. 류현진은 그해 9승 9패 평균자책점 2.66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2014년에도 아홉수에 혼이 났다. 6월 23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서 9번째 승리를 맛본 뒤 3경기에서 2패만 당했다. 승수를 쌓지 못한 3경기 중 2경기에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로 호투했지만 승리의 인연이 없었다. 올해 상황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물론 류현진 스스로도 아쉬운 부분은 있다. 고비마다 자신의 천적인 콜로라도 강타자 놀란 아레나도를 막지 못했다. 류현진은 이날 경기 전까지 아레나도를 상대로 타율 5할7푼9리(19타수 11안타)에 3홈런을 허용하는 등 유독 약했다. 이날도 1안타 볼넷 하나를 내주며 위기를 자초했다.

특히 상대 신인 투수에게 안타 2개나 내준 것은 가장 뼈아팠다. 류현진과 선발 맞대결을 펼친 콜로라도 선발 피터 램버트는 마운드에서 5이닝 7피안타 3실점으로 호투했다. 특히 타석에서 류현진을 상대로 2개나 안타를 뽑았다. 이날 류현진이 허용한 6안타 가운데 2안타가 램버트의 몫이었다.

이날 10승을 거둘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친 류현진은 오는 28일 콜로라도와 다시 만나 10승 달성을 노린다. 다음 경기는 훨씬 험난할 전망이다. 투수들의 무덤이라는 콜로라도의 홈구장 쿠어스 필드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해발 1600m에 위치한 쿠어스필드는 공기 저항이 적어 타구가 그만큼 멀리 날아간다. 공의 회전도 덜 먹히는 특징이 있다. 류현진의 커브나 체인지업의 위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역대 쿠어스필드 등판 경기에서 4경기 1승 3패 평균자책점 7.56으로 부진했다.

류현진은 “오늘 완벽하진 않았지만, 선발투수가 할 수 있는 역할은 했다고 본다. 저번 경기보다 완벽하지 않았지만 끌고는 나갔고 그나마 최소실점으로 막았다”며 “오로지 버텨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다음 원정에서는 이번보다는 제구가 잘 잡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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