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N 영화 리뷰]'주식 올인' 2000년대 한국경제 풍속도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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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운 기자I 2009.02.11 18:51:11
▲ 영화 '작전'

[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 이호재 감독의 데뷔작 ‘작전’(감독 이호재, 제작 영화사 비단길)은 국내 최초로 주식거래를 소재로 한 상업영화다.
 
영화 제목으로 쓰인 ‘작전’이란 일반적으로 군대에서 쓰이는 용어이나 주식시장에서 투기를 목적으로 한 세력이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작한 뒤 차액을 남기고 팔아치우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흔히 작전세력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금융감독위원회와 개인투자자를 통칭하는 '개미'들의 공공의 적이기도 하다.
 
사실, 주식에 대한 경제학의 정의는 복잡다단하다. 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를 비롯해 주식회사의 탄생에 이르기까지 두루두루 섭렵해야 할 것이 많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에게 주식은 경제학 교과서의 정의와는 별개로 오직 ‘투자’라는 말과 한 쌍을 이룬다. 주식에 투자해 돈을 버느냐, 마느냐가 관심사일 뿐 그 밖의 주식에 대한 학문적인 정의나 개념은 중요치 않은 것이다. 이는 주식의 주 목적은 돈에 있다는 말과도 같다.

그런 까닭에 영화 ‘작전’은 설사 주식에 대해 잘 모른다해도 충분히 이해하고 즐길 수 있을만한 상업영화로 탄생될 수 있었다. 주식거래란 결국 차액을 남겨 돈을 버는 것이란 사실만 안다면 스토리를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다. 주인공 강현수(박용하 분)가 주식단타매매로 먹고사는 데이트레이더라는 사실이나 상위 1%의 자산만 관리하는 프라잇 뱅커 유서연(김민정 분)의 직업을 자세히 몰라도 영화의 스토리를 따라가는데는 별다른 장애가 없다.

이들의 속내도 알고 보면 권력과 부를 동시에 쥐고 싶어 하는 단순무식한 조폭 황종구(박희순 분)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즉 황종구의 주도로 한자리에 모인 영화 속 캐릭터들은 주식시장에서 한 몫을 챙기려 힘을 합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오고가는 전문적인 용어들과 주식시장에 대한 묘사는 일종의 포장지라 생각해도 좋다. 이호재 감독은 주식을 통한 돈에 대한 욕망 앞에서 술수와 이합집산을 거듭하는 각양각색의 캐릭터들을 통해 영화적인 재미를 선사한다.
▲ 영화 '작전'


하지만 ‘작전’을 단순히 영화 장르의 오락성과 완결성에만 초점을 맞추어 감상한다면 반쪽짜리 감상이 되기 쉽다. 예컨대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이 장르적 완성도도 갖췄지만 80년대 독재정권이 조장한 시대의 어두운 단면을 담았던 것처럼 ‘작전’ 또한 작금의 우리사회의 단면을 담아내고 있다는 측면에서 음미해볼 만한 요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즉, ‘작전’은 경제에 올인 한 2000년대 대한민국의 경제풍속도를 보여주는 상업영화로서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이호재 감독은 이명박 대통령이 주가 3000을 호언하던 무렵에 주식에 올인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시나리오를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막상 시나리오를 탈고한 뒤 촬영에 들어가던 지난 해 가을 무렵에는 주가가 곤두박질치기 시작해 시나리오의 여러 부분을 수정해야 했다. 그 와중에 인터넷에는 미네르바라는 네티즌이 나타나 인터넷 경제대통령이라 추앙받는 해프닝까지 일어났다. 경제가 어렵지 않다는 당시 정부의 발표와 달리 미네르바가 부정적으로 예측한 경제상황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작전’에는 이러한 우리사회의 모습이 곳곳에 은유적으로 혹은 직설적으로 담겨있다. 그것을 얼마나 발견해 즐기느냐는 온전히 보는 사람의 몫이다. 어쩌면 영화 '작전'은 보는 사람의 정부에 대한 친밀도에 따라 감상의 폭이 달라질지 모르겠다.
 
게다가 '작전'을 둘러싼 등급심의 번복도 이 시대의 자화상이다. ‘작전’은 남녀간 정사장면이나 폭력, 마약이 난무하는 영화가 아님에도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청소년들이 영화를 보고 주식을 통한 유사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었다. 이에 영화사를 비롯해 영화계의 반발이 이어지자 영등위는 재심의 끝에 개봉 직전 등급을 15세 이상 관람가로 변경했다. 아무래도 가치투자와 금융감독위원회의 활약을 강조한 결말마저 청소년에게 유해하다고 말하기는 거북스러웠던 것 같다. 오는 1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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