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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홀 87타. 프로골퍼에게 실망스러운 성적이지만, 전직 메이저리거 박찬호(50)에겐 희망의 성적표가 됐다.
7일 인천 클럽72 오션코스(파72)에서 한국과 일본, 아시안투어 공동 주관으로 열린 신한동해오픈(총상금 14억원) 첫날 1라운드. ‘코리안특급’ 박찬호는 10번홀에서 김형성, 류현우와 경기에 나섰다.
박찬호는 야구선수로 은퇴한 뒤 골프에 심취한 이후 아마추어로는 수준급 실력을 지닌 것으로 소문이 났다. 스스로 프로골퍼에 도전하겠다는 야심에 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아마추어 골퍼로는 수준급 실력자로 소문이 난 박찬호는 2016년 프로와 아마추어가 함께 경기하는 이벤트 경기에 비선수로 나왔다. 그 뒤 2017년 군산CC 오픈부터 프로 대회에 선수로 나오기 시작했다. 비선수 자격으로 나온 2번을 포함하면 이날까지 프로 경기에 7번째 출전했다. 대회 주최 측에서 흥행을 위해 박찬호를 초청했다.
7번째 도전의 첫발은 순탄하지 않았다. 18홀 성적은 15오버파 87타다. 홀별로는 보기-파-파-파-더블보기-퀸튜플보기-보기-파-트리플보기-보기-더블보기-파-파-파-보기-버디-파-파를 적어냈다.
경기를 끝낸 박찬호는 “15번홀에선 티샷이 OB가 났고 이어서 친 공은 페널티 구역 쪽 긴 러프에 빠졌다. 그 뒤 연속으로 생크가 나고 말았다”며 “땡하고 만루홈런 맞은 기분이었다”고 돌아봤다.
두 달 전쯤에 이 대회 출전을 확정했다는 박찬호는 “쇼트게임 연습을 많이 하면서 준비했다”며 “열정은 연습할 때 필요하고 경기에선 차분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OB가 나면 마치 3번 타자 새미 소사에게 홈런을 맞았는데 4번 타자로 배리 본즈가 나온 것과 같은 기분이다”라며 “그래도 골프가 좋다”고 말했다.
87타라는 성적표를 받아든 박찬호는 최하위권으로 쳐져 컷 통과와는 거리가 멀어졌다. 하지만 2라운드도 완주를 다짐했다.
그는 “산을 넘으니 더 큰 산이 있는 것 같다. 그게 골프인 것 같다. 그래도 골프가 재미있고 야구만큼의 열정이 생긴다”라며 “내일은 두 가지 목표가 생겼다. 15번홀에서 파를 하는 것이고 한자릿수 오버파로 끝내는 게 다음 목표다”라고 힘줘 말했다.
외국에서도 전직 스포스 스타들의 프로골프 도전은 종종 화제가 됐다. NBA 스타 스테픈 커리와 NFL 스타 토니 로모(이상 미국) PGA 투어에 나온 적이 있고, 로모는 프로골퍼가 되겠다며 퀄리파잉스쿨에 응시하기도 했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에게도 골프는 ‘진심’이다.
박찬호는 “프로 선발전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은 항상 있다”며 “다만, 몸도 예전 같지 않아서 지금은 하루 300~400개 정도 공을 치면 허리가 아파서 며칠은 쉬어야 할 때도 있다. 또 가족이 있으니 여건도 받쳐주지 않는다. 그래도 도전하고 싶은 마음은 있다”고 골프에 대한 식지 않는 열정을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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