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하이브, 이틀째 역외탈세 공방… 이수만은 "마음 아프다" [종합]

윤기백 기자I 2023.02.17 18:53:35
[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이성수 SM엔터테인먼트 대표가 폭로한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역외탈세 의혹을 두고 SM과 하이브간 설전이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이성수 대표의 폭로 이후 하이브는 반박 입장을 냈고, SM의 재반박, 하이브의 추가 반박이 이어지면서 감정 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그런 가운데 SM 평직원 208명의 현 경영진 지지 선언, 이자연 대한가수협회장의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 공개 지지 등이 이어지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성수 대표 “해외판 라이크기획 CTP, 역외탈세”

이성수 대표는 지난 16일 유튜브를 통해 ‘CTP’(CT 플래닝 리미티드)는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해외판 라이크기획’이라고 주장하며 역외탈세 의혹을 제기했다.

이성수 대표는 “‘CTP’는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2019년 자본금 100만 달러로 홍콩에 설립한 100% 개인회사”라며 “기존의 프로듀싱과 하는 일은 똑같은데, 계약 구조만 해외 레이블사와 해외판 라이크기획인 CTP를 거치게 하면서 기형적으로 구조를 바꿨다”고 주장했다. 그로 인해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는 SM과 (해외) 레이블사 간의 정산 전에 6%를 선취하고 있다고 그는 밝혔다.

이성수 대표는 이런 해외를 거치는 이상한 구조, 여기에서 해외란 ‘해외판 라이크기획’ 바로 CTP를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실질에 맞지 않는 거래구조를 통해 홍콩의 CTP로 수익이 귀속되게 하는 것, 전형적인 역외탈세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며 “그리고 CTP는 각 레이블사로부터 6%를 선취하기 때문에, 앞선 사안들에서 CTP가 수취하는 금액은 과거 라이크기획 사안들의 두배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성수 대표는 하이브와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체결한 주식매매계약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국내 프로듀싱은 3년간 제한되어 있지만, 해외 프로듀싱은 전혀 제한이 없다”면서 “하이브는 ‘이수만의 해외 개인회사인 CTP’의 위법요소를 알고도 동조하거나 묵인한 것이냐. 아니면 모르고 계약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성수 SM엔터테인먼트 대표
#하이브 “이수만의 CTP, 알지 못해”

하이브 16일 즉각 반박에 나섰다. 먼저 하이브는 이성수 대표가 주장한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해외판 라이크기획 CTP’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일축했다.

하이브는 “당사는 이 전 총괄 프로듀서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할 당시 이 전 총괄 프로듀서가 CTP라는 회사를 소유하고 있다는 내용도, CTP가 SM과 계약이 체결되어 있다는 내용도 전달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이어 “당사가 인지하지 못하는 거래관계가 있을 경우를 대비하여 미처 인지하지 못한 거래관계가 발견되는 경우, 이 전 총괄 프로듀서가 이를 모두 해소하도록 계약을 체결했다”며 “당사는 만약 이 전 프로듀서가 CTP를 소유하고 있고 이 CTP와 SM 간에 계약이 체결되어 있다는 것이 확인될 경우, 상기에 언급한 것과 같이 주식매매계약의 조항에 따라 CTP와 SM 간의 계약을 종결을 요구할 권리가 있고 종결시킬 것”이라고 했다.

하이브는 향후 CTP에 대한 세부적인 검토를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이브는 “이 법인(CTP)이 이성수 대표가 주장한 것처럼 SM과 문제가 많은 계약을 체결한 것이 사실로 확인되면, 이러한 법인과 SM 간의 계약을 승인한 SM 내의 주체들이 누구였는지에 대해서도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하이브는 “이 전 총괄 프로듀서는 SM엔터테인먼트와 관련없는 개인 차원의 프로듀싱 업무를 해외에서 할 수 있으며, 3년이 경과한다고 SM엔터테인먼트로 복귀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재차 강조했다.

박지원 하이브 CEO
#박지원 하이브 CEO “역외탈세? 결코 일어날 수 없어”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역외탈세 의혹이 도마 위에 떠오르자 박지원 하이브 CEO는 긴급 진화에 나섰다.

박지원 CEO는 17일 전 직원에게 발송한 사내 이메일을 통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시나리오”라고 입장을 냈다. 박지원 CEO는 “라이크 기획 외에 인지하지 못한 다른 거래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고, 계약 과정에서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와 SM 간의 거래를 거래 시점 기준으로 모두 중단시키거나 해제하는 포괄적인 문구를 계약서에 삽입했다”며 “SM 현 경영진이 주장하는 ‘CTP’를 통해 SM 수익의 역외 탈세가 이뤄지는 비윤리적인 운영 방식’ 또한 지분 인수 계약으로 인해 전제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시나리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지원 CEO는 “우리는 음악과 아티스트 IP 경쟁력에 기원을 둔 기업이자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선도해나가는 기업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본 인수 과정에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SM “하이브, CTP 역외탈세 의혹 왜곡말라” 반박

SM은 17일 “하이브의 입장은 ‘CTP’의 본질적 문제인 역외탈세 의혹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SM은 “‘해외판 라이크 기획’인 CTP는 실체를 숨기기 위해 SM이 아닌, 해외 레이블사와 직접 계약을 체결했고, SM과는 거래관계가 없으므로 하이브가 계약 종결로 해소시켜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며 “이성수 대표이사의 성명 발표 영상에서도 CTP와 SM의 계약이 아닌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와 해외 레이블사와의 직접 계약에 대한 부분으로 언급한 바 있다”고 밝혔다.

SM은 “하이브가 ‘해외판 라이크기획’인 CTP를 인지하고도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면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역외탈세 의혹에 동조 내지는 묵인한 것이고, 이를 모른 채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면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에게 속았다는 것을 자인하는 셈”이라며 “이 부분은 1조가 넘는 자금이 소요되는 적대적 M&A를 실사 한번 없이 졸속으로 처리한 하이브 경영진이 주주, 관계기관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께 설명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SM은 또 ‘휴머니티 앤 서스테이너빌리티’ 캠페인에 대해 ‘당사는 이 전 총괄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할 당시 이 전 총괄이 SM에서 추진하는 ESG 관련 캠페인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밝힌 하이브의 입장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이브 “SM 내부서 벌어진 일” 추가 반박

하이브도 추가 반박에 나섰다. 하이브는 “SM의 문제를 해결해 주고 있는 최대주주에게 의혹을 제기하는 식의 접근 방식은 아니라고 본다”며 폭로전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하이브는 “SM의 이번 반박 내용과 같이 CTP가 SM과는 직접적으로 계약이 되어 있지 않다면, 당사는 더더욱 이를 인지하기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 그렇지만, 당사와 이 전 총괄의 계약에 따라 SM과의 직접 계약이 아니더라도 CTP에서 기 계약되어 있는 SM 아티스트 관련 수익은 받지 않는 것으로 이미 협의가 되어 있다”며 “또한 향후에도 문제가 되지 않도록 이사회를 통한 투명한 계약관리를 할 것이기 때문에 SM의 문제제기는 의미가 없다. 당사는 지금 SM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 뭔가를 왜곡할 이유가 없으며, 이러한 노력이 의혹 제기의 대상이 될 이유도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하이브는 “만약 SM에서 CTP와의 계약을 당사와 이 전 총괄 간의 주식매매계약으로 해소할 수 없다고 본다면, SM은 이 계약을 폭로하는 것 외에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묻고 싶다”면서 “SM이 폭로하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사안들은 모두 SM 지배구조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으며 안타깝게도 이러한 문제들은 모두 SM 내부에서 벌어진 일이다. 당사는 오히려 SM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갖고 SM의 구조적인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왔고, 앞으로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SM 평직원 “현 경영진 지지”… 가수협회장 “이수만 지지”

SM가 하이브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린 가운데, SM 직원들과 이자연 대한가수협회장 등도 입장을 발표했다.

SM 유닛장 이하 재직자 208명으로 구성된 SM 평직원 협의체는 현 경영진 지지를 선언, ‘불법, 탈세 이수만과 함께하는 하이브, SM에 대한 적대적 M&A 중단하라’는 성명문을 발표했다.

이메일을 통해 공개된 성명문에는 ‘SM 문화의 하이브 자본 편입 거부’, ‘이성수, 탁영준 SM 공동대표의 SM 3.0 계획에 대한 지지’, ‘SM 팬, 아티스트에 대한 강력한 보호 요청’, ‘하이브의 적대적 M&A 시도 시 저항 예정’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협의체는 “이수만이 SM과 핑크블러드(SM 팬의 별칭)를 버리고 도망쳤지만, 우리는 서울숲에 남아 SM과 핑크블러드를 지킬 것”이라며 회사 외부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로 흔들리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이번 협의체를 조직한 평직원은 “그동안 이수만 前 총괄 프로듀서의 사익 편취에 이용당했던 평직원들이 더 나은 SM을 만들기 위해 직접 마음을 모았다”며 “팬, 주주, 투자자에게 우리가 처한 제대로 된 상황을 알려야 SM 고유의 문화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성명문 공개 배경을 밝혔다.

SM 평직원 협의체 측은 익명 앱 블라인드와 사내 이메일을 통해 이수만 前 총괄 프로듀서와 측근들의 불법, 탈세, 갑질 사례도 다수 확보했음을 밝히고 “증거 자료를 적절한 시점에 언론 및 관련 기관에 전달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자연 대한가수협회 회장은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를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다. 이자연 회장은 “대중문화산업계의 한 사람으로서, 또 가수로서 이수만 회장의 노고와 업적을 존중해왔다”며 “지금과 같은 혼란이 자칫 K팝과 가요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자연 회장은 또 “K팝 산업화를 이끈 그가 ‘구시대의 산물’인냥 희생양으로 전락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해외 시장에도 좋지 않은 이미지로 비칠 것”이라며 “우리들의 대선배 가수이며 한국가요사의 산증인인 그가 한순간에 믿었던 최측근들로부터 축출을 당하고 무너질 수 있다는 현실이 너무 슬픈 일”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자연 회장은 “부디 양자 간 갈등이 서로 다치지 않은 채 원만하게 해결되었으면 한다. 오히려 개선과 발전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면서 “오랫동안 이수만 회장의 예술혼이 서려 있는 SM이 ‘머니 게임’의 논리로 파괴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
#이수만 참담 심경 “마음이 아프다”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는 역외탈세 의혹 등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은 피하고 있다.

다만 전날인 16일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는 “(이성수 대표는) 상처한 아내의 조카로서 네 살 때부터 보아왔다. 열아홉 살에 SM에 들어와 팬 관리 업무로 시작해 나와 함께 했다”며 “아버님이 목사인 가정에서 자란 착한 조카다. 마음이 아프다”라고 참담한 심정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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