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스마+개성만점' 브라질월드컵 H조 사령탑 4인4색

이석무 기자I 2014.06.05 14:51:35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사진=뉴시스
마크 빌모츠 벨기에 축구대표팀 감독.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파비오 카펠로 러시아 축구대표팀 감독.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바히드 할릴로지치 알제리 축구대표팀 감독.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월드컵과 같은 큰 무대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선 선수 개개인의 능력을 하나로 묶고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전술을 펼칠 감독의 역할이 중요하다. 한국이 속한 2014 브라질월드컵 H조에는 유독 개성만점의 감독들이 자리하고 있다. 뚜렷한 스타플레이어가 눈에 띄지 않는 H조에서 감독들의 지략은 더욱 눈에 띈다.

▲한국 : 홍명보 감독 ‘소통과 친화력의 형님 리더십’

선수 시절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끌었던 ‘영원한 리베로’. 이제는 국가대표팀을 이끄는 감독이 돼 또 다른 신화를 준비하고 있다. 홍명보(45) 감독은 선수로서 4번이나 월드컵에 출전한 경험을 자랑한다. 하지만 감독으로서 월드컵을 경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홍명보 감독은 세밀한 전략가 스타일의 감독은 아니다. 대신 그는 선수들의 하나로 묶고 정신적인 면을 강조하는 리더형 감독이다. 홍명보 감독의 이름에 항상 따라붙는 수식어는 ‘형님 리더십’. 평소에는 ‘무표정’으로 대표되는 강한 카리스마와 더불어 항상 선수들의 목소리를 듣고 팀을 아우르면서 강한 신뢰를 얻고 있다. 선수들 앞에서 감독의 권위를 던져버리고 ‘큰 형’으로 늘 다가가고자 하는 준비가 돼 있다.

특히 20세 이하 청소년대표팀과 23세 이하 런던올림픽 대표팀 감독을 맡으면서 현 대표선수들과 쌓아온 신뢰의 높이는 다른 지도자가 결코 흉내 낼 수 없다. ‘홍명보와 아이들’이라는 별명 속에는 홍명보 감독과 선수들 사이에 두터운 믿음이 포함돼 있다.

홍명보 감독이 특히 강조하는 부분은 ‘원팀’. 그라운드 위 11명의 선수가 하나처럼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 홍명보 축구의 대원칙이다.

축구스타일 면으로 본다면 홍명보 감독의 축구는 ‘견고한 수비와 빠른 역습’으로 요약된다.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상대 진영에서부터 압박을 강조하면서 신속한 공수전환을 끊임없이 요구한다. 그런 홍명보식 축구가 가장 돋보였던 순간이 바로 2년 전 런던올림픽이었다. 다만, 전술이 다양하지 못하고 감독 경험이 적다 보니 임기응변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러시아 : 파비오 카펠로 감독 ‘강력한 카리마스의 세계적 명장’

러시아 대표팀을 이끄는 이탈리아 출신의 파비오 카펠로(68) 감독은 H조 사령탑 가운데 가장 명성이 높다. AC밀란, AS로마, 레알 마드리드, 유벤투스 등 맡은 팀마다 우승을 이끌면서 ‘우승 청부사’로 명성을 드높였다.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잉글랜드 대표팀을 맡으면서 우승을 못한 것이 유일한 ‘흑역사’일 정도로 그의 경력은 화려하다. 러시아 대표팀을 맡은 뒤 포르투갈을 제치고 유럽 지역예선 1위로 월드컵 본선에 오르면서 그의 지도력은 다시 인정받고 있다.

카펠로 감독을 잘 나타내는 두 가지 단어는 ‘카리스마’와 ‘수비’다. 카펠로 감독의 별명은 ‘돈 파비오’. 이탈리아어로 ‘돈(Don)’은 마피아 두목을 일컫는 말이다. 그만큼 카리스마가 강력하다는 의미다. 자신의 축구에 맞지 않는 선수라고 판단하면 슈퍼스타라도 과감히 포기한다.

이탈리아 대표팀 골키퍼 지안루이지 부폰은 “카펠로는 독재자다. 선수들과 전혀 대화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 시절 선수들의 휴대전화, 식사시간, 복장을 통제하는 것은 기본이고 2010 남아공월드컵 때는 선수단 숙소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한 일은 그가 어떤 사람인지 잘 보여주는 예다.

카펠로는 ‘빗장수비’로 유명한 이탈리아 출신답게 수비력을 앞세운 실리축구를 펼친다. 팬들로부터 재미없는 축구를 한다는 비난도 듣기만 성적만큼은 확실히 내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월드컵 지역예선에서 최소실점(10경기 5실점)을 기록했다. 이번 러시아 대표팀을 전원 자국리그 선수로만 채운 것도 수비 조직력을 극대화하겠다는 카펠로 감독의 의지다.

▲알제리 :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 ‘다혈질의 군대식 카리스마’

알제리 대표팀을 이끄는 바히드 할릴로지치(62) 감독은 보스니아 출신으로 파리 생제르맹, 릴 등의 프랑스리그 팀과 코트디부아르 대표팀 등을 이끌었던 경력을 가지고 있다. 현역 시절에는 유고슬라비아를 대표하는 공격수로 1982년 스페인월드컵에서 활약하기도 했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앞세워 엄격하게 팀을 이끄는 원칙주의자다. 자유분방하고 개성 강하기로 유명한 알제리 선수들을 강하게 통제하고 하나의 팀으로 잘 만들고 있다는 평가다. 심지어 사소한 원칙도 어기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훈련시간에 5분 늦은 선수를 그대로 돌려보낸 사례는 그의 스타일을 잘 보여준다. 그래서 그의 지도방식을 ‘군대식’과 비교하는 평가도 많다.

독단적인 성격 탓에 마찰이 종종 생긴다. 최근에는 알제리 축구협회와 재계약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으면서 경질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월드컵이 끝나면 터키 프로축구팀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화려한 공격축구를 추구한다. 공격수 출신답게 다양한 공격 조합을 통해 선수 개개인의 장점을 극대화하는데 능하다. 개인능력이 좋은 알제리 선수들의 스타일을 잘 살리고 있다. 독단적이라는 비난에도 젊은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도 있다.

▲벨기에 : 마르크 빌모츠 감독 ‘벨기에 축구의 홍명보’

벨기에 대표팀의 사령탑은 마르크 빌모츠(45) 감독이다. 빌모츠 감독은 홍명보 감독과 닮은 점이 많다. 우선 1969년생 동갑내기다. 게다가 월드컵에 4번이나 출전한 경력도 같다. 심지어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부터 2002년 한·일월드컵까지 출전한 대회도 같다.

홍명보 감독과 빌모츠 감독은 1998년 프랑스월드컵 조별리그 E조 최종전에서 만난 경험이 있다. 당시 두 팀은 몸을 아끼지 않는 혈전을 펼친 끝에 1-1로 비겼다. 두 감독으로선 16년 만에 감독으로서 다시 재대결을 펼치는 셈이다.

감독으로서의 스타일도 비슷하다. 벨기에 축구가 낳은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는 빌모츠 감독은 홍명보 감독과 마찬가지로 지도자 경력이 길지 않다. 대신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스타 플레이어들이 수두룩한 벨기에 대표팀을 문제없이 이끌고 있다.

공교롭게도 홍명보 감독과 빌모츠 감독은 딕 아드보카트 감독 밑에서 코치로 일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2009년 벨기에 대표팀 감독을 맡은 아드보카트 감독의 수석코치로 일했다. 당시 아드보카트 감독의 영향을 받아 자신의 원칙과 스타일을 고수하면서도 선수들과 소통하고 호흡하는 지도방식을 구축했다.

빌모츠 감독이 선수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은 ‘그라운드에서 마음껏 즐기고 오라’다. 강압적으로 선수들을 누르기보다는 큰 조직적인 틀 안에서 선수들이 창의적인 플레이를 펼칠 수 있도록 유도한다. 4-2-3-1 전술을 쓰면서 역습을 강조하는 점도 홍명보 감독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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