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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구 공략이 눈에 띄게 줄었고 볼 카운트 3-1의 유리한 상황에서도 쉽게 볼에 손을 내지 않았다. 두산은 혼란에 빠졌고, 롯데는 다른 팀 컬러로 좋은 성적을 냈다.
16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 플레이오프 1차전서도 롯데는 눈 야구를 핵심 테마로 삼았다. 특히 이날 SK 선발인 김광현이 제구력이 아주 빼어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그들의 신념을 두텁게 했다.
하지만 SK는 그렇게 달라진 롯데의 노림수를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가을이 되면 더욱 강해지는 그들은 제구력과 볼 배합에서 한 수 위의 기량을 선보였다.
김광현은 장기인 슬라이더로 롯데 노림수를 무너트렸다. 초구에 슬라이더로 가볍게 스트라이크를 잡아내는 안정감 있는 모습은 롯데 타자들의 계산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150km가 훌쩍 넘는 대포알 직구까지 장착하니 그야말로 천하 무족. ‘삼진 머신’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빼어난 삼진 능력을 보여줬다. 롯데 타자들은 2스트라이크가 되면 김광현의 슬라이더는 물론 묵직한 직구까지 머릿 속에 넣어야 하는 이중고를 치러야 했다.
8회, 손아섭과 박희수의 대결은 이날의 머릿싸움 결과를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손아섭은 박희수의 유인구를 잘 골라내며 3-1의 유리한 카운트를 만들어 낸다. 볼넷을 얻어낸다면 4번 홍성흔에게 기회를 연결, 역전도 노려볼 수 있었다. 특히 롯데가 유리한 카운트에서도 참는 야구로 찬스를 만들었다는 것이 더욱 중요했다. 하나의 메시지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순간에도 SK의 힘이 조금 더 앞섰다. 박희수-정상호 배터리의 선택은 바깥쪽 직구. 좌타자에게 가장 먼 쪽 스트라이크 존을 공략한 이 직구에 손아섭은 손을 내지 못했고, 결국 풀 카운트 승부의 승리는 박희수가 가져갔다.
롯데의 달라진 야구에 대한 답을 SK는 1차전서 내놓았다. 이제 롯데의 다음 선택은 무엇일지 궁금해진다.
*주(注) : 결과론과 가정(if)은 결과를 바꾸지는 못합니다. 결과만 놓고 따져보면 누구나 승자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결과론은 야구를 즐기 는 또 하나의 방법입니다. 모두 감독이 되어 경기를 복기(復棋) 할 수 있는 것은 야구의 숨은 매력이라 생각합니다. 만약애(晩略哀)는 치열한 승부 뒤에 남는 여운을 즐길 수 있는 장이 됐으면 합니다.
만약애(晩略哀)는 ‘뒤늦게 둘러보며 느낀 슬픔’이란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