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미국 신인왕도 일본 상금왕도 KLPGA팀?..무늬만 투어 대항전 '더퀸즈'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김인오 기자I 2015.12.04 06:00:00

논란의 더퀸즈 오늘 개막
선발기준 모호, LPGA 투어 불참
일부 '뽑기'로 대진 결정
공정성 문제 제기돼
최강 한국, 이겨봤자 겨우 '본전'

김세영이 3일 열린 ‘더퀸즈’ 프로암 대회에서 아이언 샷을 한 후 볼 방향을 쳐다보고 있다.(사진=KLPGA)
[이데일리 김인오 기자] “국가 대항전 형태를 띤 투어 대항전입니다.” 올해 신설된 여자프로골프 4개 투어 대항전 ‘더퀸즈’가 모호한 대회 성격과 참가 선수 구성에 ‘이벤트 대회보다도 못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게다가 팀별 인원 구성 때문에 포볼, 포섬 경기가 변칙적으로 운영돼 공정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4일부터 사흘간 일본 나고야에서 열리는 ‘더퀸즈’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유럽여자프골프투어(LET), 호주여자프로골프투어(ALPG)가 참여하는 팀 대항전이다.

주최측은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열린 여자골프 한일전이 발전된 형태라고 밝혔다. 하지만 급조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LPGA 투어 불참..대항전 의미 퇴색

일본이 주축이 돼 만들어진 이번 대회는 9월이 돼서야 일정과 스폰서가 결정됐다. 기존 한일전이 발전된 세계 각국 투어의 대항전이라고 했다. 일본 입장에서는 더는 한국에 패하는 모습을 보이기 싫었을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 여자골프는 지난해 한일전에서 일본을 25대 11로 크게 이겼다. 최근 3회 연속 10점 차 이상의 압승을 거두자 ‘한일전이 더 필요한가?’라는 무용론이 일었다.

투어 대항전이라면서 LPGA 투어는 참여하지 않는다. LPGA 투어가 주관하는 국가 대항전 인터내셔널 크라운(8개국 국가 대항전)이 있고, 총상금 1억엔도 매력적이지 않아 설득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호주와 유럽 여자골프가 한국과 미국, 일본의 기량보다 한참 뒤처지기 때문에 ‘들러리’를 설 이유도 없다.

유럽과 호주의 간판 선수들도 출전하지 않는다. 주최측은 캐리 웹(호주),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 등을 섭외하는 데 실패했다. 뉴질랜드와 연합팀을 꾸린 호주는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뉴질랜드)를 데려오지 못했다.

KLPGA 투어가 이보미와 김세영을 초청한 것도 어색하다. “한국 국적으로 일본과 미국에서 좋은 활약을 보인 선수들이라 상징적인 의미에서 둘을 뽑았다”는 KLPGA 측의 답변이 궁색하기 짝이 없다. 이보미는 JLPGA 투어에서 활동하고 있다. 올해 KLPGA 투어에는 한 경기도 나오지 않았다. 올해 신인왕에 오른 김세영 역시 LPGA 투어 선수라는 건 반박 못 할 사실이다. KLPGA 투어 출전은 단 한 경기에 불과하다. 국가 대항전이라면 모를까 두 선수가 모자 정면에 ‘KLPGA’ 로고를 선명하게 박고 출전하는 모습은 왠지 억지스럽다.

특히 이보미의 출전은 개인에게 득이 될 게 없다는 의견도 있다. 골프업계 한 관계자는 “이보미는 일본에서 국적을 떠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선수다. 그런 선수가 일본 선수를 이기고 기뻐하는 모습에 박수를 보낼 일본 골프팬은 없을 것이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뽑기’ 잘하면 한국 피할 수 있어

이번 대회 경기 방식은 팀 대항전의 전통인 포볼, 포섬, 싱글 매치플레이로 펼쳐진다. 팀별로 첫날에는 포볼 4경기, 둘째 날에는 포섬 4경기를 치른다. 마지막 날에는 싱글 매치플레이 9경기를 소화한다.

문제는 포볼과 포섬 경기다. 각각 9명의 선수로 구성된 4개 팀이 출전하면서 대진이 꼬여버렸다. 주최측은 포볼, 포섬 3경기는 각 투어가 다른 3개 투어의 팀과 한 번씩 대결하고, 남은 한 팀은 추첨을 통해 상대팀을 결정한다고 밝혔다. 인원이 대회 방식과 맞지 않아 첫날 7, 8경기를 치를 팀은 소위 ‘뽑기’로 정하겠다는 얘기다.

이 같은 경기 방식은 최소 2개 팀은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는 KLPGA팀을 피해갈 수 있다는 뜻으로 공정해야 할 팀 대항전이 ‘언 발에 오줌 누기’격으로 엉망이 돼 버렸다. 더욱이 승리(3점)과 무승부(1점)의 점수 차가 크기 때문에 순위 결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3일 진행된 첫날 포볼 잔여 경기 대진 추첨 결과 일본은 한국을 피하고 호주와 경기한다. 일본 입장에서는 다행이지만 한국과 겨뤄야 하는 유럽은 첫날부터 불운이다.

한 전문가는 “4개팀이라도 인터내셔널 크라운처럼 토너먼트 방식으로 결승 진출팀을 뽑아 우승팀을 가리는 게 흥행에 도움이 됐을 것이다”며 “지난주 KLPGA팀과 LPGA팀의 이벤트 대항전보다도 흥밋거리가 없다는 얘기가 벌써 나오고 있다. ‘이기면 본전, 지면 망신’인 한국의 입장도 썩 유쾌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본전’이라는 분석에는 다 이유가 있다. 세계랭킹 7위 김세영과 9위 전인지, 16위 이보미 등 한국팀 9명의 세계랭킹 평균은 36.4위다. 일본은 75.8위, 카린 이셰르(프랑스)가 에이스인 유럽팀은 평균 118.6위에 불과하다. 호주는 평균 329.6위로 더 떨어진다. 사라 제인 스미스가 189위로 호주 선수 중 가장 높은 순위다.

3일 열린 ‘더퀸즈’ 프로암 대회에 참가한 이보미가 첫 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사진=KLPGA)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