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신상미 기자] 2007년 이후 배우 전도연(38)에겐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다닌다. 전도연은 `밀양`에서 잔인한 범죄로 자식을 잃은 여인을 신들린 듯(?) 표현해 내 그해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국내 영화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영화제에서의 첫 쾌거이자 놀라운 성과였다. 그녀는 수상을 통해 작품 활동에 있어 더 많은 자유와 선택, 기회를 얻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막상 만난 전도연은 “상이 현실적으로 무엇을 해준 것은 없다”며 “칸 이후 시나리오도 오히려 줄었다. 내가 나온다고 무조건 투자가 잘 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의외의 말을 했다. 주위 예상과 달리 부담은 늘고 운신의 폭은 좁아진 셈. 전도연은 “더 나이가 들기 전에 로맨틱코미디나 방송 드라마 출연도 하고 싶은데···”라며 아쉬워했다.
◇ 팜므파탈 사기꾼 차하연 역.."땅에 파묻히고, 바다에 빠지고"
칸 수상 이후로 `멋진 하루` `하녀`에 이어 선택한 `카운트다운`은 벌써 13번째 영화다. 하지만 늘 완벽함을 추구하는 배우 전도연에게 카메라 앞에 서는 일은 새로움과 어려움의 반복이다. 이번 영화에선 특히 새롭게 시도하거나 경험한 것이 많았다.
`카운트다운`은 기이하고 질긴 인연으로 얽힌 두 남녀의 동행을 그리는 액션드라마다. 냉혹한 채권추심원 태건호(정재영 분)가 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 간이식 기증자를 찾아나서는 과정에서 유일한 희망으로 만나게 되는 여자가 바로 사기꾼 차하연(전도연 분)이다. 그는 오로지 살기 위해 차하연을 중심으로 미친듯 소용돌이 치는 세계 안으로 뛰어든다.
전도연은 “시작과 끝이 다른 색깔을 지닌 영화”라며 “액션 느와르로 시작해 풍부하고 감동적인 드라마로 마무리 되는 스토리가 반전 아닌 반전”이라고 새 영화를 소개했다.
실제로 영화는 지난 20일 언론시사 이후 독창적인 액션과 풍부한 드라마, 배우들의 흡인력 강한 연기로 호평받고 있다. 전도연은 “캐릭터에 매료돼 작품을 선택한 것은 처음이었다”며 “카멜레온 같은 화려한 여자가 무엇으로 사는지, 진심은 무엇인지 궁금했다. 여자 차하연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다행히 허종호 감독은 이번 영화로 데뷔하는 신인이었으나 베테랑 연기파 배우들과 함께하며 그들을 창조적 파트너로 여기고, 영화에 보다 많이 기여할 수 있는 여지를 충분히 열어뒀다. 두 배우와 감독은 현장에서 장면을 어떻게 만들어갈지 끊임없이 의견을 나누며 촬영했는데 전도연은 “배우의 의견이 이렇게 많이 반영된 작품은 처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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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한 명품 의상을 입어본 것도 처음. 전신성형을 한 미스 춘향 출신의 미모의 여인이라는 설정도 부담이었다. 영화 후반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부산 부두 신도 “어떻게 찍어야 할지 엄두가 안났고 뭘 찍는 지도 모르겠더라”고 말해 제작진이 겪은 고생을 실감케 했다.
35억 제작비로 10주간 74회차 촬영도 만만찮은 스케줄이었다. 작품 스케일 상 지방 로케이션과 액션신이 많았다. 결국 전도연은 연변 깡패 스와이(오만석 분)에 의해 흙 속에 파묻히고, 실크 원피스만 입은 채 한겨울 바다에 빠지는 고생을 감내해야 했다.
`피도 눈물도 없이` 이후로 무려 9년 만에 재회한 배우 정재영과의 앙상블에 대한 소회도 빠질 수 없었다. “리액션의 중요성을 아는 배우다. 그런 부분은 전혀 걱정을 안했다”며 “배우로서의 날카로움, 집중력도 있지만 편하고 즐겁게 현장을 리드해나갈 줄 아는 사람”이라고 평했다.
◇ 최고 배우 전도연 vs 초보 엄마 전도연
그렇게 베테랑 배우를 곤혹스럽게 했던 영화 `카운트다운`은 9월 초 열렸던 북미 최고 권위의 토론토국제영화제에 초청돼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전도연은 “칸 이후 좋은 것은 해외에서 인지도가 높아진 것 뿐”이라며 “1400석 규모 극장에서 관객들이 손을 잡고 이름을 불러줘 너무 좋았다. 열화와 같은 반응이 오히려 불안할 정도였다”고 떠올리며 행복해 했다.
사실 그녀에겐 당대 최고 배우라는 명예와 세 살 딸의 엄마라는 사생활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며 사는 것이 쉽지 않다. 특히 이번 영화 ‘카운트다운’은 지방 로케이션에 밤샘 촬영도 많아 아이와 떨어져 산 시간이 상당했다.
전도연은 “촬영도 힘들었지만 아이 생각에 맘이 무거웠다. 반대로 일을 할 때는 집에 있어도 편하지 않다. 그런 것이 무서웠다. 믿고 맡겨야 하는데 이것저것 붙잡고 있다. 남편이 내게 인생을 너무 피곤하게 산다고 할 정도다”며 배우 전도연과 여자 전도연과 사이 고민을 솔직하게 이야기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배우로서의 욕심을 줄이지 못하는 건 아마도 영화를 만드는 과정 때문일 거예요. 늘 흥행을 하는 것도 아니어서 결과물로 영화에 애정을 갖기는 힘들죠. ‘내 자신이 영화의 일부’라고 생각하면 요즘도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어요. 그 감정이 제게는 너무나 소중하죠"
(사진=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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