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식에게 건넨 하명희 작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

강민정 기자I 2015.08.06 11:42:41
최근 종영한 드라마 ‘상류사회’에서 열연을 펼친 배우 박형식이 5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김정욱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박형식에게 사인을 부탁했다. “엄마가 팬이라서…”라는 말로 민망한 분위기를 달랬다. A4용지 가장 크게 차지한 이름은 ‘박형식’이었지만 마지막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유치해야 유창수’였다. 간결하게 임팩트를 담은 말 한마디에서 그가 얼마나 창수 캐릭터에 빠져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룹 제국의아이들 멤버에서 배우 박형식으로 당당히 입지를 다졌다. SBS 월화 미니시리즈 ‘상류사회’의 덕이 컸다. 금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재벌 2세. 어린 나이에 능력은 조금 모자라지만, 사랑할 수밖에 없는 남자였다. 엄마에겐 애교 넘치는 아들이었고, 때 묻을대로 묻은 연애사엔 감정을 숨기지 않는 돌직구 매력이 깔려있었다. 그 흔한 신데렐라와 사랑에 빠지는 왕자님 이야기 속에서 박형식은 유창수라는 독특한 인물을 만나 날개를 달았다.

“사실 창수 역할을 보고 욕심이 났지만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어요. 늘 대본을 보고 연기를 할 때마다, ‘내가 작가님 의도대로 이 인물을 그려나가고 있을까’ 의심했습니다. 솔직히 창수 역할을 제게 맡기셨을 때 주변에서 ‘쟤 너무 어리지 않나?’라는 노파심을 가졌다는 거, 알고 있었거든요.”

예상과 달리 박형식은 잘 해냈다. 박수를 받았다. 대중이 인정했다. 시청자가 격하게 아꼈다. 마음가짐은 노심초사였다니, 좋은 결과를 끌어내기 위한 과정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하명희 작가님에게 칭찬받은 게 참 기분이 묘했어요. 종방연에서 다시 뵀을 때, 좋은 얘길 해주시더라고요. ‘내가 생각한 창수보다 더 잘 표현해줬다’는 말을 해주셨는데 정말 그때 기분을 잊지 못해요. ‘상류사회’로 제가 달리 보일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니, 전 감사할 따름이에요.”

박형식.(사진=김정욱 기자)
하 작가의 의도대로 캐릭터를 끌어가고 있는 게 맞을지 걱정했던 입장에서 ‘더 잘 해주었다’는 평가를 받았으니, 박형식은 ‘용기 백배’를 얻은 셈이었다. 인터뷰를 하기 1시간 전까지만 해도 문득 부정적인 생각에만 사로잡힐 정도로 요즘 마음이 오락가락한다는 그에게 용기는 가장 절실한 힘이 돼주고 있다.

“제가 지금 딱 그런 때인 것 같아요. 데뷔 5년차인데, 가수로 활동했고 지금은 연기도 하고 있고. 이런 상황이 갑작스럽게 ‘나는 뭐지?’ ‘내가 지금 뭘 하고 있지?’ 이런 고민으로 튈 때가 있더라고요. 정말 불과 1시간 전까지만 해도 기분이 이상했어요. 이렇게 좋은 얘기를 듣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으면서 다시 용기를 얻게 돼요. ‘그래, 지금 이 순간을 잘 이겨내면 난 더 클 수 있을거야’라는 희망적인 생각을 하다보면 기분이 다시 좋아지고요.(웃음)”

‘유치해야 유창수’라는 그는, 지금 ‘용기를 내야 박형식’과 같은 주문을 외우는 듯 보였다. KBS2 ‘가족끼리 왜이래’ 대본을 소속사로부터 건네받고 “응! 내 해볼래!”라고 외쳤을 때만 해도 지금의 박형식이 있을줄 상상하지 못했던 그다. 현재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 준비돼 있는 자만이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진리를 절대 소홀히 여길 수 없는 이유다.

“‘가족끼리 왜이래’를 하면서 그렇게 제가 많은 걸 배울 거라 생각하지 못했어요. 선생님들이 계셨고, 긴 호흡의 드라마가 처음이었고, 정말 행복한 집에 온 듯한 분위기로 촬영했으니까요. 소속사 분들에게 그래서 더욱 감사해요. 이 작품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줬으니까요. ‘상류사회’를 하면서 여전히 기술적인 부분은 부족하지만 ‘가족끼리 왜이래’를 통해 갖게 된 배우로서의 마음가짐, 연기에 대한 초심, 이런 것들을 챙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성장의 발판을 딛고 있구나, 점점 나아지고 있구나, 라고 느낄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해요.”

박형식의 꿈은 간단명료하다. “앞으로 더 보란듯이 잘 해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무대에서든, 카메라 앞에서든,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기회가 많길 기대하고 있다. ‘OO해야 OOO’이라는 필모그라피가 쉼 없이 쌓이길, 많은 팬들이 응원을 보내고 있다.
박형식.(사진=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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