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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또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 이번엔 4번 타자 최형우가 빠졌다. 늑골 부상으로 21일 엔트리서 제외됐다. 부상 부위의 특성상 언제 돌아올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일상 생활을 하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지만 야구를 할 때는 다르다. 뾰족한 치료법도 없어 사실상 자연 치유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그동안 류중일 감독은 주축 선수가 빠질 때도 “괜찮다”는 말을 반복했었다. 다른 선수들이 자리를 메워줄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대신 들어올 선수의 기를 살려주기 위한 멘트였다.
이번엔 달랐다. 최형우가 빠진 뒤엔 “걱정이 된다”고 했다. 그만큼 최형우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컸음을 뜻한다.
우선 삼성은 최형우 없이 야구하는데 익숙하지 않다. 최근 3년간 최형우가 완전히 결장한 경기는 지난 2012년의 8경기 뿐이다. 가벼운 부상 쯤은 참고 뛰는 정신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 덕에 삼성은 늘 4번 타자에 대한 고민 없이 야구할 수 있었다.
대체 자원과 차이도 크다. 일단 최형우의 좌익수 자리는 김헌곤이 맡게 된다. 수비력에 큰 차이는 없겠지만 공격에선 최형우의 공백을 메우기 어렵다.
경기당 득점 생산력 차이가 어마어마하다. 김헌곤이 1번부터 9번까지 모두 들어선다고 가정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득점(RC/27)은 5.06이다. 최형우는 무려 9.28이나 된다. 무려 4점 이상의 차이가 난다.
특히 좌익수는 각 팀 별로 좋은 공격력을 지닌 선수들이 대부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포지션 별 타격의 ‘+,-’를 계산했을 때 삼성은 좌익수 부문서 압도적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공격력이 떨어지는 김헌곤이 들어서는 경기서는 반대로 삼성이 열세에 놓이게 된다.
최형우가 빠지며 타선의 변화를 줘야 한다는 점도 두려운 대목이다.
최근 5경기서 채태인은 타율이 고작 7푼7리에 불과하다. 다른 부담을 더 주는 것이 걱정될 만큼 타격 페이스가 좋지 못하다.
올 시즌 명예회복에 성공한 이승엽도 타순에 따른 대처는 썩 좋은 편이 아니다. 6번에선 3할 타율과 15개의 홈런을 쳤지만 5번 타자로 나선 경기서는 2할5푼7리의 타율과 4개의 홈런에 그치고 있다. 3번 타자로는 5타수 무안타다.
다행히 삼성엔 박석민이라는 또 한 명의 천재 타자가 있다. 박석민은 22일 롯데전서 마치 원래 4번 타자였다는 듯 맹타를 휘두르며 팀에 승리를 안겼다.
여기에 류 감독은 1회 부터 번트 작전을 쓰며 짜내기 방식을 선택했다. 점수를 낼 수 있을 때 최대한 뽑은 뒤 지키는 야구로 버텨보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최형우가 없는 기간 동안 삼성은 정말 잘 버텨야 한다. 2위 넥센과 승차는 4경기. 최소 이 차이는 유지하고 있어야 복귀 후 다시 치고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된다. 또 최형우가 보다 집중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데도 힘이 될 수 있다.
과연 삼성이 가장 야구 잘 하던 시기에 찾아온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