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삿포로 참사' 이후 10년 만에 재현된 '요코하마 굴욕'

이석무 기자I 2021.03.25 22:19:48
25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 닛산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A매치에서 0-3으로 완패한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한국 축구가 10년 전 ‘삿포로 대참사’ 이후 또다시 일본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이번엔 ‘요코하마 대참사’였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5일 일본 요코하마의 닛산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 A매치에서 경기 내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끝에 0-3으로 무너졌다. 한국은 이날 패배로 최근 한일전 2연승을 마감했다. 일본과 역대 전적은 42승 23무 15패가 됐다.

대표팀 주축 멤버가 대부분 빠졌고 코로나19 팬더믹 상황에서 준비 과정에도 어려움이 많았다. 그런 점들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졸전이었다. 수비나 공격 모두 조직력을 찾아볼 수 없었다.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빌드업 축구’의 핵심인 패스는 번번이 가로채기를 당했다. 간간이 찾아온 기회도 허무하게 날리기 일쑤였다. 투지라도 보여줬어야 했는데 그마저도 보이지 않았다.

이날 경기는 2011년 삿포로 참사(0-3패)를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때와 스코어가 같을 뿐만 아니라 경기내용도 비슷했다. 당시 대표팀은 박지성, 이영표가 태극마크를 반납한 상황에서 세대교체 과도기를 겪고 있었다.

당시 대표팀 사령탑을 맡고 있었던 조광래 감독은 점유율과 패스축구를 강조했지만 오히려 카가와 신지, 혼다 케이스케를 앞세운 일본의 개인기와 조직력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선수들은 경기가 끝난 뒤 얼굴을 들지 못하고 쓸쓸히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당시 경기에 출전했던 구자철은 “당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핸드폰 메모에다 ‘기분이 너무 더럽다. 너무 분하고 내가 두 번 다시 일본이랑 축구 경기를 해서 지면 축구화를 벗는다’라고 적었다”고 밝힌 바 있다.

‘삿포로 참사’는 결과적으로 여전히 2002 한일월드컵 4강이라는 환상에 젖어있었던 한국 축구가 정신을 차리는 계기가 됐다. 아울러 이듬해 열린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축구 역사상 최초의 동메달을 획득하는 밑거름이 됐다.

10년이 지나 찾아온 2021년 요코하마 대참사는 한국 축구에 기억하기 싫은 흑역사가 될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이미 경기는 끝났고 결과는 받아들여야 한다. 이날 패배가 더 큰 성공의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앞으로 한국 축구가 할 일이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