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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만원 무명->억대 파이터' 10년 만에 한국 경기 나서는 김동현

이석무 기자I 2015.09.17 10:50:07
[이데일리 스타in 한대욱 기자] 김동현이 8일 서울 중구 장충단로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인 서울’ 기자회견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UFC 파이터 김동현(34·팀매드)은 한국 종합격투기를 대표하는 간판스타다. 2008년 한국인으로 최초로 종합격투기의 메이저리그인 UFC 무대에 진출했고 큰 성공을 거뒀다. 맹수들이 우글대는 UFC에서 9년간 꾸준히 활약하며 11승(3패 1무효)이나 거뒀다. 당당히 세계 정상급 선수로 인정받고 있다.

UFC가 최근 발표한 웰터급 랭킹에서도 김동현은 7위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챔피언 로비 라울러(미국)를 포함, 단 7명만이 김동현보다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의미다.

김동현은 한국을 대표하는 파이터지만 공교롭게도 한국에서 싸워본 적은 거의 없다. 공식경기 기록을 살펴보면 2004년 9월 11일 스피릿MC 5 대회에서 김형광과 대결해 판정승을 거둔 것이 마지막이다.

비공식 대회까지 포함하면 2005년 격투기를 보면서 술과 식사를 즐기는 이른바 ‘레스토랑 격투기’ 김미파이브에서 치른 경기가 마지막이라 볼 수 있다. 당시 김미파이브는 승리하면 40만원, 패하면 20만원을 받는 시스템이었다. 경기에서 이긴 김동현은 파이터머니로 40만원을 받았다.

2005년 일본단체인 DEEP에 진출한 김동현은 7연승을 거두며 승승장구했다. 아시아를 대표할 새로운 파이터를 찾던 UFC의 눈에 들면서 본격적인 UFC 파이터의 길로 접어들었다. UFC의 본고장인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 마카오, 브라질 등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상대와 싸웠다.

김동현은 UFC 데뷔 당시부터 기회가 될 때마다 “한국에서 UFC 대회가 열리는 것이 꿈이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그런데 드디어 그의 꿈이 이뤄졌다. 오는 11월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사상 처음으로 UFC 한국대회가 열리는 것. 김동현은 이 대회에서 미국의 조지 마스비달이라는 선수와 대결한다.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지만 김동현이 메인이벤터는 아니다. 메인이벤트는 한국계 혼혈 파이터 벤슨 헨더슨(미국)이 장식한다. 상대 선수의 이름값도 다소 떨어진다. 객관적 전력이나 기량을 비교하면 김동현의 상대라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메인이벤트건 아니건, 상대가 누구건 김동현에게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한국에서 드디어 싸우게 됐다는 점이다. 40만원을 받고 레스토랑에서 싸웠던 무명의 청년이 10년 후 세계 무대를 누비는 격투기 스타로 돌아왔다.

지금 김동현은 경기를 치를 때마다 억대가 넘는 대전료를 받는다. 가장 최근에 치렀던 UFC 187 조시 버크먼(미국)과의 경기에선 승리수당을 포함해 11만6000달러(약 1억3700만원)을 받았다. 지난해 3월 존 헤서웨이(미국)와의 경기에선 보너스까지 더해져 역대 개인 최고치인 15만6000달러(약 1억8500만원)를 받기도 했다.

한국 대회 개최가 공식 발표된 뒤 김동현은 “드디어 내 평생의 꿈이 이뤄졌다. 파이터로서 영광스러운 일이다”며 “한국에서 싸우는 것이 10년 만이다. 계속 해외에서만 싸워서 한국에서 경기하는 것이 더 낯설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펼쳐지는 대회에서 그의 목표는 ‘무조건 이기는 것’이다. 조금은 덜 화끈하더라도 확실한 승리를 거둬 국내팬들에게 한국 종합격투기의 강력함을 증명하겠다고 밝혔다. 특기인 ‘매미권(상대 등에 올라타 상대 공격을 저지하고 체력을 고갈시키는 전술)’도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김동현은 “어느덧 나이가 30대 중반이 됐다. 하지만 격투기 선수를 할 수 있다면 평생 하고 싶다. 나는 무사(武士) 운명을 타고난 사람이다. 무사는 평생 전쟁터를 떠날 수 없다”며 “남들이 먹고 즐길 때 나는 체육관에 갇혀 훈련을 반복했다. 이번 한국대회에서 그 땀과 노력을 제대로 펼쳐 보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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