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e뉴스 정재호 기자] 빌 배버시는 2대째 야구계에 몸담고 있는 야구가족 출신이다. 아버지인 버지 배버시는 오랫동안 메이저리그 행정가로 일했고 형인 피터 배버시 또한 1970년대 초반 아버지에 이어 샌디에고 파드레스 단장직을 맡은 바 있다.
특히 2008년 5월 세상을 뜬 아버지 버지는 메이저리그 역사를 빛냈던 유능한 야구 실무가 중 하나로 언젠가 뉴욕 쿠퍼스타운에 있는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사람이다.
버지 배버시하면 1951년부터 1968년까지 브룩클린 및 LA 다저스 단장으로 8번의 내셔널리그(NL) 페넌트레이스와 첫 4번의 월드시리즈(WS) 우승을 이끈 인물로 유명하다.
뉴욕에서 로스엔젤레스(LA)로 이어지는 다저스의 130년 구단역사를 통틀어 버지가 이끌던 이때가 최고의 중흥기로 평가받고 있다.
아버지가 한창 날리던 때인 1957년 뉴욕의 스카스데일에서 태어난 빌 배버시는 그 피를 물려받아 만 37세가 되던 1994년 당시 애너하임 에인절스(LA 에인절스 전신) 단장에 올랐고 6년간 팀을 이끌었다.
2003년 11월에는 시애틀 매리너스의 단장으로 옮겨 2008년까지 팀을 지휘했다.
현재는 명단장 월트 자케티가 이끄는 신시내티 레즈에서 단장 특별보좌역으로 근무하고 있다.
배버시와 추신수의 인연은 의외로 질기다. 추신수가 유망주이던 시애틀에서 첫 인연을 맺었고 지난해에는 신시내티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재미난 점은 바로 이 배버시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추신수가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추신수는 배버시에 의해 2006년 7월 시애틀에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로 트레이드됐고 이후 꾸준한 출전기회를 보장받으며 주전 외야수로 자리매김했다. 여세를 몰아 올겨울 텍사스 레인저스와 7년 1억3000만달러짜리 자유계약선수(FA) 잭팟을 터뜨리는 초대형 스타선수로 우뚝 설 수 있었다.
결국 기회의 문제라고 볼 때 돌이켜보면 추신수는 배버시를 만난 게 천만다행이었다.
한창 유망주로 뛰었어야 했을 2005년과 2006년 시애틀에는 이치로 스즈키, 라울 이바네스, 랜디 윈, 칼 에버릿 등 쟁쟁한 베테랑들로 꽉 차 외야에 설 자리가 없었다. 또래인 제러미 리드(32)라는 당시 걸출했던 유망주도 큰 장애물로 추신수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어 힘든 상황이었다.
깜깜하던 앞날에 한줄기 빛을 제공해준 인물이 추신수 트레이드를 결정했던 배버시로 볼 수 있다.
추신수에게는 기회의 땅이 활짝 열린 셈이었지만 이후 이 트레이드는 역대 최악의 거래 중 하나로 손꼽히며 잊힐만하면 다시 나와 배버시의 얼굴에 먹칠을 가하게 된다.
추신수의 대가로 시애틀이 받은 선수는 반쪽짜리 플래툰(투수유형에 따라 기용되는 선수) 지명타자(DH)였던 벤 브로서드였기 때문이다.
ESPN에서 명칼럼니스트로 활동했고 지금은 메이저리그 전문매체 ‘베이스볼 네이션’에서 칼럼을 쓰고 있는 랍 네이어는 얼마 전 추신수와 텍사스의 7년짜리 장기계약을 보면서 문득 그때 트레이드를 주도한 배버시의 생각이나 느낌이 궁금해졌다.
과거를 들춰 누구를 비난하고 상처 줄 의도가 아니라 단지 호기심이 일었다는 네이어는 여러 경로를 통해 배버시와 접촉을 시도한 결과 오랜 기다림 끝에 이메일 서신을 받을 수 있었다며 그 내용을 27일(한국시간) 공개했다.
배버시는 어느덧 7년이나 흐른 지난 2006년 추신수를 트레이드 했던 팀 상황에 대해 “무엇보다 그해의 트레이드들은 그냥 잘 알려진 대로 재앙이었다”고 인정했다.
그는 “당시 특별하게 뭔가 움직였어야 할 특별한 압박은 없었다”며 “자세하게 밝히지는 않겠지만 단지 지금 시애틀과 같은 기준에서 일하지는 않았다. 구단이 향후 5년을 바라보는 계획을 원하지 않았다는 것만은 아주 명확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2004년 출발 때부터 구단은 포스트시즌(PS)을 향해 꾸준히 성장하는 그림을 원했다. 내가 말하는 성장이란 결국은 성적이다. 그래서 실제적인 성적에 대한 약간의 압박이 정기적으로 있었음에도 추신수와 아스드루발 카브레라(28·클리블랜드 인디언스) 트레이드는 내 자신만의 어리석음과 클리블랜드의 잘한 일이 어우러진 결과물이었다”고 못 박았다.
“그렇다고 5년 장기계획이 없었다는 식으로 불평하고 있는 건 아니다”고 선을 그은 배버시는 추신수에 대해서 입을 열었다.
배버시는 “그때 우리는 추신수를 좋게 평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명백한 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것만큼 추신수가 클 줄 몰랐다는 것이다. 지금 대단한 스타가 된 추신수 말이다”며 치켜세웠다.
배버시는 “우리는 추신수를 좋아했다. 그의 기술과 훌륭한 태도, 높은 책임감 등이다. 이렇게 평가하는 똑똑한 사람들을 데리고 있었지만 내가 그걸 날려먹었을 뿐이다”고 모든 잘못을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네이어는 7년이나 지난 자신의 허물을 재차 상기시키는 게 굉장히 힘들었을 텐데도 피하지 않고 성실하게 인터뷰에 응해준 배버시가 정말로 친절하고 좋은 사람이라는 말로 칼럼을 마무리했다.
“빌 배버시는 아버지인 버지처럼 훗날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수 없겠으나 만약 ‘품위의 전당’이 있다면 나는 그에게 기꺼이 한 표를 행사할 것이다”고 감사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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