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오후 6시부터 서울 종로구 서린동 청계천 광통교 앞에서는 김조광수 감독과 김승환 씨의 국내 최초 동성 결혼식이 열렸다.
소란이 인 건 오후 7시께 시작된 본식에서다. 두 사람이 성혼선언문을 낭독한 직후 한 시민이 오물통을 들고 무대에 난입해 이를 뿌렸다. 무대 입구에 있던 진행 요원, 대학생 지지자 모임 ‘이 결혼 찬성일세’ 대표 등이 오물을 맞았다. 김조광수-김승환 커플은 무대 앞쪽에 있어 화를 면할 수 있었다. 김조광수 감독은 수차례 “동요하지 마십시오”라고 외치며 하객을 안심시켰다. 이 남성은 곧 관계자들에게 제압돼 무대 뒤로 끌려나갔다.
오물을 투척한 사람은 50대의 이 모 씨로 자신을 교회 장로라고 소개했다. 이날 이씨가 투척한 오물은 된장에 인분을 섞어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주황색 조끼에는 ‘반인륜적 성결혼 반대’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 씨는 무대에서 끌려 내려진 이후에도 20여 분간 더 현장에 머물며 “동성애는 죄악이다. 하나님이 두렵지 않느냐?”라고 외치며 소란을 피웠다. 이 씨가 뿌린 오물로 무대 주변은 악취가 진동했다. 이씨에 이어서는 활빈단 남성 회원이 ‘동성결혼 박살 내자’라고 쓰인 패널을 들고 김조광수 감독에게 달려들기도 했다. 결국, 두 사람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연행됐고 결혼식은 더 이상의 소요 없이 끝이 났다.
김조광수 감독과 김승환 씨는 9년간 교제해오다 이날 결혼식을 올렸다. 두 사람의 결혼식은 약 3시간 동안 축제 형식으로 치러졌으며, 결혼식 사회를 맡은 변영주·김태용·이해영 감독을 비롯해 여균동 감독, 하리수-미키정 부부, 배우 류현경, 진선미 민주당 의원, 노회찬 정의당 전 의원, 이용길 노동당 대표,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등이 참석해 두 사람의 앞날을 축복했다. 또 에이템포·강허달림·이디오테잎 등이 축하공연을 펼쳤다. 결혼식 축의금은 성소수자를 위한 센터 건립과 재단 설립 등에 쓰일 예정이다.
김조광수 감독은 영화제작사 청년필름의 대표로 흥행작인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을 비롯해 ‘해피 엔드’, ‘와니와 준하’, ‘질투는 나의 힘’, ‘분홍신’, ‘후회하지 않아’, ‘올드미스 다이어리’, ‘탈주’ 등 10여 편의 영화를 제작했다. 지난해에는 동성애를 소재로 한 영화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을 연출해 감독으로 데뷔했다. 김승환 씨는 퀴어영화 전문 제작·배급사 레인보우팩토리를 이끌고 있다.
|
☞ [포토]류현경 '김조광수-김승환 결혼 축하드려요'
☞ [포토]김조광수-김승환 결혼식을 가득 메운 하객들
☞ [포토]입맞춤하는 김조광수-김승환
☞ [포토]김조광수-김승환 결혼식에 된장 뿌린 뒤 끌려가는 남성
☞ '동성결혼' 김조광수, "이성애자였다면 이효리처럼 했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