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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 블로그]WBC,`제2의 봉중근`이 필요하다

정철우 기자I 2012.11.28 17:45:18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준비하는 한국 대표팀에 연일 좋지 않은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추신수 류현진 등 메이저리거들의 불참 가능성이 일찌감치 제기된 것에 이어 LG 마무리 봉중근도 참가가 어렵다는 뜻을 전해왔다. 왼 어깨 상태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좋지 않다는 것이 이유다.

아픈 선수를 억지로 데려갈 순 없다. 봉중근 개인을 떠나 한국 프로야구 전체에 큰 마이너스이기 때문이다. 다만 대표팀 입장에선 전력 약화가 걱정되는 것 만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빠진 선수들의 등만 쳐다보고 있을 순 없다. 하루 빨리 대안을 찾아야 한다. 어쩌면 대안이 보다 나은 묘책이 될 수 있는 것이 또한 야구다.

우리는 지난 2회 대회에서 비슷한 경험을 한 바 있다. 당시에도 봉중근이 주역이었다. 현재의 봉중근은 빠져나간 전력이지만 당시의 그는 기대 이상의 모습으로 한국 야구를 구해낸 영웅이었다.

대한민국은 2009년 WBC를 힘겹게 출발했다. 첫 경기였던 대만전은 9-0, 완승을 거뒀지만 일본과 경기서 2-14로 대패하며 고개를 떨궈야했다. 생각도 해보지 못했던 콜드게임 패. 일본 킬러로 자리매김하며 한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이름을 널리 알렸던 김광현을 투입하고도 당한 대패였기에 충격은 더욱 컸다.

문제는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선 일본을 반드시 넘어야 했다. 일본을 잡을 수 있는 투수가 사라졌다는 건 대회 전망 자체를 어둡게 만들 수 있는 악재였다.

그때 등장한 투수가 봉중근이었다. 봉중근은 1라운드 1,2위 결정전, 일본과 리벤지 매치에 선발 등판, 5.1이닝 동안 3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1-0 승리에 일등 공신이 됐다. 직구 위주의 단순한 볼배합이었지만 기(氣)가 들어간 그의 정면 승부는 일본 타자들을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그의 역투는 ‘의사 봉중근’이라는 새로운 별명을 만들어냈을 정도다. 안중근 의사를 떠올리게 할 만큼 가슴 시원한 호투였다는 의미였다.

이 경기 전까지만 해도 봉중근은 대안 투수 중 한명이었다. 그에게 큰 기대를 걸지 않았었다. 2위 확보가 결정될 수 있는 첫 경기가 아니라 마지막 순서로 배정된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하지만 이 경기를 통해 단박에 에이스로 우뚝 섰다. 김광현이 첫 경기 트라우마를 이겨내지 못해 주춤했지만 봉중근이 급부상하며 대표팀 마운드는 재정비를 할 수 있었다.

새삼스럽게 대표팀에서 물러나는 봉중근 이야기를 다시 꺼내는 이유다. 우리에겐 다시 한번 깜짝 등장하는 에이스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양상문 대표팀 코치는 최근 한 인터뷰서 “새롭게 가세한 투수들이 많지만 한국에서 던졌던 만큼만 해준다면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국제대회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들로 마운드를 꾸려가야 하는 고충을 돌려 표현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어려워 보인다 해서 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2회 대회의 봉중근이 그랬던 것 처럼 더 담대하게 자기 공을 던져 줄 투수가 등장한다면 위기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국 야구의 최대 약점은 선수층이 얇다는 것이다. 대표팀 하나를 만들면 더 이상의 대안을 제시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아직 우리에겐 에이스 카드가 몇장 더 남아 있다. ‘검증’이라는 산을 넘어 본 적은 없지만 팀의 위기를 지켜내고 지탱해 주었던 경험을 가진 투수들이 있다. 이제 그들의 어깨에 많은 것을 걸어 볼 수 밖에 없다.

당시 봉중근은 “(김)광현이를 생각하며 더욱 힘을 냈다. 충격을 받았던 건 사실이지만 다른 선수들이 만회해 주어야 한다는 의지가 강했다. 선수들에게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고 싶었다”고 말했었다. 강한 책임감이 보다 강한 투구의 비결이었다는 의미였다.

안중근 의사가 더욱 큰 의미가 될 수 있었던 건 그가 떠난 뒤에도 그의 의지를 이어간 또 다른 뜻 있는 사람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한국야구에도 봉중근의 뒤를 이을 또 다른 ‘의사’들이 절실하게 필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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