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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월드컵경기장 = 이데일리 SPN 송지훈기자] 한국축구대표팀의 최전방 해결사 박주영(24, AS모나코)이 핌 베어벡 감독이 이끄는 호주대표팀과의 맞대결에서 선제골을 쏘아올리며 활짝 웃었다.
박주영은 5일 오후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호주와의 A매치 평가전에 선발 출장해 전반4분 이청용의 스루패스를 득점포로 연결시키며 팀의 3-1 완승에 소중한 주춧돌을 놓았다. 37번째 출장한 A매치에서 자신의 13번째 득점포를 기록한 순간이었다.
이로써 한국은 호주와의 역대 전적에서 21전 6승8무7패를 기록, 백중세에 한 발 가까워졌으며 허정무 감독 취임 이후 치른 26경기서 25경기 연속 무패(12승13무)의 상승세를 이어가게 됐다.
아울러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조 1위간 대결에서 승리해 '아시아 축구 맹주'로서의 자존심도 지켜냈다.
한편 박주영이 기록한 한국의 첫번째 득점은 선수 자신에겐 시원스런 '복수의 골'이기도 했다. 박주영은 베어벡 감독이 한국대표팀 사령탑을 맡고 있던 시절 안타까운 경험을 했다. 조재진(감바오사카), 이천수(알나스르), 최성국(광주), 우성용(인천), 이동국(전북) 등에 밀려 2007아시안컵 본선 최종 엔트리에 합류하지 못한 것.
당시 베어벡 감독은 박주영을 선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부상으로 인해 컨디션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판단에 대한 논란은 그치지 않았고, 선수 자신 또한 한동안 깊은 슬럼프를 경험해야만 했다.
박주영이 부진의 깊은 터널에서 빠져나온 건 지난해 여름 AS모나코에 진출해 유럽무대를 밟은 이후부터였다.
각오가 남달랐기 때문일까. 박주영의 움직임은 올해 치른 그 어느 A매치 경기보다도 날카로웠고, 또 효율적이었다. 장신의 상대 수비수들과 적극적으로 몸싸움을 펼치는 한편, 적절히 공간을 파고들며 상대의 빈틈을 노렸다.
호주전 골 또한 마찬가지였다. 호주 수비수의 실책을 틈타 이청용이 볼을 가로채자 박주영은 상대 위험지역 내에서 순간스피드를 활용해 공간을 장악했고, 이청용으로부터 패스를 받은 후엔 각도가 없는 상황에서도 침착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을 엮어냈다.
2007년 아시안컵 본선 무대를 앞두고 '기량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박주영을 외면했던 베어벡 감독은 이날의 플레이를 보며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