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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해피엔딩으로 막 내린 시골소녀들의 컬링 동화

이석무 기자I 2018.02.25 11:50:32
25일 강원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올림픽 여자 컬링 결승전 대한민국과 스웨덴의 경기가 끝나고 대한민국 선수들이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강릉=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한국 여자 컬링이 금메달보다 값진 기적의 드라마를 썼다.

김은정 스킵과 김영미, 김선영, 김경애, 김초희로 이뤄진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은 대회 마지막 날인 25일 강릉컬링센터에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결승전에서 세계랭킹 4위 스웨덴(스킵 안나 하셀보리)에게 8-4로 패해 은메달을 차지했다.

컬링은 유럽과 북미의 스포츠다. 아시아 국가와는 거리가 멀다. 아시아 국가가 남녀 통틀어 올림픽 메달을 따낸 것은 중국이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여자부 동메달을 따낸 것이 아시아 최고 성적이었다.이제는 달라졌다. 한국 컬링이 역사를 바꿨다. 유럽과 북미의 전유물이었던 올림픽 컬링에서 당당히 메달리스트로 명함을 내밀었다. 그것도 아시아에서 누구도 가보지 못했던 은메달이었다.

한국 여자 컬링은 대한민국에 신드롬을 일으켰다. 사회적으로 일으킨 파장의 크기만 놓고 보면 금메달 10개를 줘도 아쉽지 않을 정도였다.

마늘로 유명한 경상북도의 작은 마을 의성에서 태어나고 자란 소녀들의 성공이야기는 한 편의 드라마였다. 고등학교를 다니면 평범한 소녀들이 방과 후 취미로 시작한 컬링을 통해 인생을 바꿨다.

‘안경선배’ (김)은정이 먼저 컬링을 시작했고 지금은 ‘국민영미’가 된 친구 (김)영미가 함께 따라왔다. 여기에 영미 동생인 (김)경애가 언니 따라 얼떨결에 같이 하게 됐고 경애 친구인 (김)선영이도 합류했다. 이후 고교 최고 유망주였던 (김)초희까지 가세하면서 지금의 ‘팀 킴’ 또는 ‘갈릭걸스’가 완성됐다.

컬링은 한국에서 불모지나 다름없다. 이들도 힘든 환경에서 운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 비인기 종목이라는 설움을 넘어 제대로 운동을 할 만한 환경이 되지 않았다.

한국에는 의성에 있는 국내 유일한 컬링센터를 제외하면 컬링전용경기장이 하나도 없다. 의성을 제외한 나머지 장소는 일반 링크에다 과녁을 그려놓고 스톤을 굴려야 한다. 그나마도 장소가 마땅치 않아 떠돌이 훈련을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선수들은 ‘컬링을 알리고 일으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똘똘 뭉쳤다. 방 3개짜리 아파트에서 같이 합숙하면서 하루 종일 컬링만 생각하고 연습했다. 올림픽 시작 후 선수촌에 들어와선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 휴대폰까지 반납했다.

선수들이 연전연승을 거듭하며 돌풍을 일으키면서 컬링의 인기는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았다. 스킵 김은정이 외치는 ‘영미~ 영미~’는 대한민국 최고의 유행어가 됐다. ‘국민영미’라는 신조어도 만들어냈다.

선수들은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잘 몰랐다. 하지만 관중의 뜨거운 응원 열기를 실감하면서 더욱 힘을 냈다. 예선을 8승1패 1위로 통과한 데 이어 일본과의 4강전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국민들을 감동시켰다.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의 드라마 같은 스토리는 결국 은메달이라는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이들이 평창 올림픽, 그리고 우리 사회에 남긴 큰 파장은 한동안 깊이 남을 전망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영미’가 된 김영미는 “아직 감독님에게서 휴대전화를 돌려받지 못했다”면서 “자원봉사자나 관중들께서 호응과 응원을 해주셔서 컬링이 알려졌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경기 중 ‘영미’를 부르짖었던 ‘스킵’ 김은정도 “한국 컬링에 이만큼 관심을 두고 지켜봐 주시는 분들이 많이 생긴 것 자체가 저희에게는 큰 행복이고 감사할 일”이라면서 “빨리 인터넷을 켜봐야 할 것 같다”며 소감을 밝혔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패럴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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