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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위 스승에게 바친 한국 봅슬레이 첫 월드컵 금

이석무 기자I 2016.01.24 15:19:55
한국 봅슬레이의 원윤종(오른쪽, 강원도청)-서영우(경기도BS경기연맹)조가 23일(한국시간) 캐나다 휘슬러에서 열린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2015-2016시즌 월드컵 5차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뒤 얼마전 세상을 떠난 고 맬컴 로이드 코치의 부인(가운데)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원윤종-서영우 조는 1, 2차 시기 합계 1분43초41의 기록으로 한국 봅슬레이 역사상 첫 월드컵 금메달을 일궈냈다. 사진=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 제공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한국 썰매가 기적을 일궈냈다. 한국 봅슬레이 역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대회 금메달을 일궈냈다.

봅슬레이 남자 2인조 종목의 원윤종(31·강원도청)-서영우(25·경기도 BS경기연맹)는 23일(한국시간) 캐나다 휘슬러에서 열린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2015-2016시즌 월드컵 5차 대회에서 1, 2차 시기 합계 1분43초41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은 물론 아시아 팀이 봅슬레이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팀과 같은 기록을 세운 스위스 팀이 공동 1위에 올랐다. 썰매 불모지나 다름없는 한국 봅슬레이가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월드컵 대회에서 금메달을 일궈낸 것은 기적이나 다름없다. 이번 우승으로 두 선수는 세계랭킹 1위 자리도 꿰찼다.

한국 봅슬레이가 이같은 기적을 쓰기까지는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영국 출신의 고(故) 맬컴 로이드 코치의 역할이 컸다. 40년 경력을 자랑하는 로이드 코치는 지난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때부터 우리 대표팀을 맡아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했다.

영국, 미국, 캐나다, 러시아 등 세계 각국 대표팀을 거쳤던 로이드 코치의 풍부한 경험은 큰 힘이 됐다. 선진기술에 대한 갈증이 컸던 한국 선수들은 마치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로이드 코치의 지도를 빠르게 흡수했다. 평소 과묵한 성격이었던 로이드 코치도 한국 선수들의 남다른 열정과 노력에 웃음이 떠날 줄 몰랐다.

하지만 로이드 코치는 이제 더이상 선수들과 함께 할 수 없게 됐다. 이달 초 지병인 심장병 수술을 받던 도중 향년 6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제자들이 훈련에만 집중하도록 투병 사실은 알리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스승의 사망에 선수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원윤종. 서영우를 비롯한 봅슬레이 대표 선수들은 지난 대회부터 헬멧과 썰매에 로이드 코치의 사진을 붙이고 경기에 나섰다.

원윤종과 서영우는 대회 공식 금메달 외에도 특별한 메달을 함께 목에 걸었다. 남편을 여읜 로이드 코치의 부인이 직접 제작해 이틀 전 선수들에게 전달한 메달이었다.

메달 앞면에는 ‘평창 금메달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라’, 뒷면에는 ‘로이드 코치가 가르쳐준 것을 잘 되새겨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좋겠다’고 적혀 있다. 로이드 코치의 마지막 유언이었다.

로이드 코치의 바람대로 선수들은 혼신의 힘을 다했다. 코치의 얼굴이 붙은 썰매를 타고 사상 첫 월드컵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날씨는 추웠지만 눈에는 흐르는 눈물은 뜨거웠다. 시상대 위에서 로이드 코치의 부인과 기념촬영을 하며 기쁨을 함께 나눴다. 하늘을 향해 추모 세리머니를 펼치기도 했다.

원윤종은 “코치님이 혼자서 투병하느라 얼마나 괴로웠을지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그래도 우리가 잘하고 있으니 하늘에서 계속 지켜봐 달라고 말씀드리고 싶었다”며 “마침 경기장에 코치 사모님이 와서 지켜보고 계셨다. 그래서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고 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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