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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 김무관 LG 신임 타격 코치는 롯데 시절 거포들을 잇달아 키워내며 명성을 쌓았다. 최종 기착지는 LG가 됐지만 그를 탐내는 팀은 LG를 포함해 무려 4팀이나 됐다.
그러나 김 코치가 단순히 멀리 치는 장타자만 키워내는 지도자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그는 야구의 다양한 공격 방법에 대해 체계적인 논리를 갖고 있는 많지 않는 지도자 중 하나다.
번트 이론 또한 잘 정리돼 있다. 번트를 잘 대는 방법에 대해서도 많은 노하우를 지니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은 바로 가장 높은 스트라이크존을 설정하고 그 존에 맞춰 준비자세를 해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높은 공, 특히 빠르게 오는 높은 공에 손을 대면 타구가 뜰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가장 높은 스트라이크존 맞춰 배트를 대고 있다가 그보다 높이 오는 공은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는 이론이다.
김 코치의 이론은 26일 삼성과 SK의 한국시리즈 2차전서 다시 한번 '진리'임이 입증됐다.
SK는 8회초, 2차전은 물론 시리즈 전체를 흔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삼성 막강 불펜을 거의 무너트릴 뻔 했기 때문이다.
0-2로 뒤진 8회초 등판한 정현욱을 안타 2개와 볼넷 1개로 두들기며 1점차로 점수차를 줄였다.
계속된 무사 1,2루. 투수는 오승환으로 바뀌었고 SK 벤치에선 번트 작전이 나왔다. 타자는 안치용.
그러나 안치용의 번트는 포수 머리 위로 뜨고 말았다. 오승환이 던진 공은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는 높은 공이었다. 물론 2루에 있는 주자를 3루로 보내는 건 타자에게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다. 오승환 처럼 묵직한 공을 던지는 투수를 상대할 때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높은 공에 대한 대비가 좀 더 차분했다면...'이란 아쉬움은 짙게 남았다.
이 번트가 무산되며 1사 1,2루. SK는 2사 1,2루서 최동수의 중전 안타 때 2루 주자 최정이 홈에서 아웃되는 장면이 이어져 더 큰 아픔을 남겼다.
안치용의 번트가 성공됐다면...SK는 1승은 물론 삼성의 가장 강력한 무기를 무력화시키는 기회를 잡을 수도 있었다.
*주(注) : 결과론과 가정(if)은 결과를 바꾸지는 못합니다. 결과만 놓고 따져보면 누구나 승자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결과론은 야구를 즐기 는 또 하나의 방법입니다. 모두 감독이 되어 경기를 복기(復棋) 할 수 있는 것은 야구의 숨은 매력이라 생각합니다. 만약애(晩略哀)는 치열한 승부 뒤에 남는 여운을 즐길 수 있는 장이 됐으면 합니다.
만약애(晩略哀)는 '뒤늦게 둘러보며 느낀 슬픔'이란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