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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영화로, 광고로…시대를 초월하는 '명곡의 가치'

김은구 기자I 2020.07.07 14:45:24
[이데일리 스타in 김은구 기자] “Oh please, say to me(오 제발 내게 말해줘)

You‘ll let me be your man(내가 네 남자가 돼달라고)

And please, say to me(그리고 제발 내게 말해줘)

You’ll let me hold your hand(네 손을 잡아도 된다고)

I wanna hold your hand(네 손을 잡고 싶어)”

그룹 비틀즈의 명곡 ‘I want to hold your hand’의 한 구절이다. 1964년 비틀즈에게 미국 빌보드 첫 1위를 안긴 노래다. 이 노래는 43년이 지난 2007년 비틀즈의 노래 33곡으로 구성된 뮤지컬 영화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에 삽입됐다. 극중 프루던스 역을 맡은 여배우 T.V. 카피오가 불렀다. 남자들로 구성된 비틀즈의 밝고 경쾌한 노래가 아닌, 마이너한 분위기에 처량한 목소리로 소화해 색다른 매력을 선사했다. 노래를 통해 동료를 남몰래 흠모하는 사랑의 안타까움을 극대화했다.

영화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에서 T.V. 카피오가 ‘I want to hold your hand’를 부르는 장면(사진=IMDb)
한동안 잊고 지냈던 음악이 다시 들리면 반갑다. 음악의 매력은 삽입된 작품을 다시 찾아보게 하는 요소도 된다. 코로나19로 외부활동이 줄어들면서 과거 영화들을 VOD 등을 통해 다시 보는 일이 늘었다.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도 그 중 하나였다.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속 T.V. 카피오의 노래가 요즘 다시 들린다. 현대카드가 지난 6월1일 시작한 ‘피플 현대카드’ 광고 캠페인을 통해서다.

‘I want to hold your hand’가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비틀즈 버전으로 CF에 삽입됐다면 감흥은 덜했을지도 모른다. T.V. 카피오의 목소리는 영화를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신선한 자극이 됐을 수 있다는 점에서 광고음악 삽입은 묘수라 할 만하다.

실제 오래 전 음악이 새로운 콘텐츠에 삽입됐다가 차트 역주행으로 이어지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 같은 채널 ‘슬기로운 의사생활’ 속 삽입된 1980~1990년대 다양한 대중음악들이 그 예다. 이들 드라마의 삽입곡들은 출연진이나 다른 가수가 리메이크해 원곡과 다른 매력으로 대중을 자극했다.

영상 콘텐츠에 삽입되는 음악은 감정선을 부각시키고 메시지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삽입곡의 가사에 담긴 메시지가 영상 콘텐츠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같다면 시너지 효과는 더욱 커진다.

드라마, 영화뿐이 아니다. 광고에서는 상업적 성과로 이어야 하는 본연의 목적을 효율적으로 이루도록 하는 요소가 된다.

사랑에 빠진 소년의 감정을 표현한 비틀즈의 노래를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소녀의 감성으로 담아냈다. 현대카드 광고에서는 ‘I want to hold your hand’에 스틸사진의 아날로그적인 분위기를 살린 영상으로 엄마와 딸, 남친과 여친, 친구 넷 등 각각의 관계를 아울렀다. 음악과 영상의 조화는 서정적인 느낌을 더욱 강조하며 감성을 자극했다.

다른 광고에서도 메시지가 분명한 추억의 명곡에 영상 스토리를 조합해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극대화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지난해 공개된 맥주 브랜드 스텔라 아르투아 광고 캠페인 ‘Become an icon’에 삽입된 강산에 ‘넌 할 수 있어’의 가사는 “꿈은 단절되지 않는다”는 영상 속 문구 및 스토리와 명확하게 맞아떨어진다. 더할 나위 없이 직설적이다.

‘(I’ve Had) The Time of My Life’가 OST에 삽입된 영화 ‘더티 댄싱’ 포스터
애플 아이폰 그룹이 2018년 선보인 광고에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명곡 ‘There’s always me’(항상 내가 있어)가 삽입됐다. 각기 다른 장소에서 엘비스 프레슬리 코스프레를 한 여러명이 아이폰을 통해 그룹 페이스타임을 하는 내용의 영상이었다.

현대카드가 지난달 22일 론칭한 ‘대한항공카드’ 광고에는 1988년 개봉한 영화 ‘더티 댄싱’ OST 수록곡 ‘(I’ve Had) The Time of My Life’가 삽입됐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마지막 댄스 파티 장면에서 댄스 교사 자니 캐슬(패트릭 스웨이지 분)이 열 일곱 살의 소녀 프랜시스 베이비 하우스먼(제니퍼 그레이 분)의 허리를 잡고 머리 위로 들어 올리는 리프트 동작을 펼칠 때 나오는 음악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영화 속 리프트 동작이 마치 하늘을 나는 것처럼 연출된 데다 극중 자니와 프랜시스의 믿음과 교감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영감을 얻어 광고에 삽입했다”고 말했다.

이 노래들이 대중에게 큰 호응을 얻었고 아직도 많은 이들의 입에서 불리는 명곡이었기에 가능한 조합이다. ‘(I’ve Had) The Time of My Life’만이 아니다. ‘There’s always me’는 1960년대 노래다. ‘넌 할 수 있어’는 1994년 발매됐다. 모두 발매된 지 20년이 훌쩍 넘은 노래들이다. 광고, 영화, 드라마를 통해 이런 오래 전 노래들은 다른 세대의 대중에게 전해질 계기를 마련하고 인기를 얻음으로써 다시 새로운 생명력을 얻는다. 시대가 변해도 노래에 담긴 메시지는 다시 대중의 마음을 파고들어 깊은 울림을 주는 선순환을 일으킨다. 명곡의 가치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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