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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PD-마블, 묘한 평행이론
마블은 2008년 영화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수편의 히어로물을 선보이고 있다. 특징은 방대한 캐릭터와 서사다.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헐크, 토르, 스타로드(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닥터 스트레인저, 스파이더맨, 블랙펜서 등 각기 다른 주인공을 내세우지만 이들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라는 세계관으로 연결된다. ‘따로, 또 같이’ 덕분에 끊임없는 이야기가 파생된다.
나PD의 예능도 마찬가지다. ‘꽃할배’·‘삼시세끼’·‘윤식당’까지 핵심적인 역할을 맡은 이서진이 대표적이다. ‘1박2일’ 시절 1회 게스트로 출연했던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서진은 내달 첫 방송하는 ‘삼시세끼-어촌편4’에도 출연한다. ‘1박2일’ 시절 함께 한 강호동·이수근·은지원·이승기와 ‘신서유기’를 만들었고, ‘신서유기2’로 인연을 맺은 안재현과 인연은 ‘신혼일기’로 확장했다. ‘꽃누나’·‘윤식당’의 윤여정, ‘꽃청춘’·‘알쓸신잡’의 유희열 등 한 번 맺은 인연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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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과 나PD의 차이점은 사전 기획 여부다. 마블은 2020년까지 장기 계획을 그려놓고 출발했다. 나 PD는 인연과 우연이 쌓이면서 지금의 결과가 만들어졌다. 안재현과 구혜선 부부의 훈훈한 모습을 보며 ‘신혼일기’를 기획했고, “시골집에 누워 가만히 쉬어 보고 싶다”는 한탄(?)에서 ‘삼시세끼’가 출발했다.
그럼에도 그 안의 본질은 변함없다. 여행과 음식이다. ‘1박2일’은 전국 각지를 여행하며 제작진과 출연진이 음식을 두고 내기를 했다. ‘신서유기’는 프로그램의 성격을 그대로 계승하면서 B급 유머를 강화한 프로그램이다. 세부적인 포맷이나 콘셉트는 차이가 있지만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새로운 시도인 ‘알쓸신잡’ 역시 여행이란 테두리에 있다.
◇나PD 유니버스의 힘은?…‘사람’
무려 22개다. 2013년 7월 첫 방송한 ‘꽃보다 할배-유럽 편’을 시작으로 방영 중인 ‘알쓸신잡’까지. 나 PD가 2013년 1월 KBS에서 CJ E&M으로 이적해 지금까지 4년 동안 제작한 프로그램의 수다. 여기에 다음달엔 ‘삼시세끼-어촌편4’를 선보이고, 조만간 ‘신혼일기2’ 촬영에 돌입한다. ‘신서유기4’가 종영한 후에는 ‘강식당’과 ‘꽃청춘’ 기획에 돌입한다. 시즌제라는 점을 감안해도 놀라운 결과다.
나 PD 혼자의 힘은 아니다. 4년 동안 쉼 없이 혼자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섭외하고 촬영하고 편집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나영석 사단’이라 불리는 동료들이 있어 가능했다. ‘1박2일’부터 함께 한 신효정 PD·이우정·최재영·김대주 작가 등을 비롯해 CJ E&M 공채 1기인 양정우·이우형·이진주 PD 등이 그들이다. 이들의 협업이 성공을 이끌었다.
특히 나 PD는 막내 작가까지 구성원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신서유기’(신효정PD) ‘신혼일기’(이우형PD), 윤식당‘(이진주PD), ’알쓸신잡‘(양정우PD)은 후배PD들이 공동연출을 맡으며 주도적으로 끌고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