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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 운영이 파행에 이르렀던 강원FC가 K리그 클래식에 가까운 시일에 승격할 것으로 믿었던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강원FC는 폐허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대반전을 일으켰다.
반면 K리그 통산 최다 우승에 빛나는 성남FC는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강원FC에 패해 사상 처음 2부리그인 K리그 챌린지로 강등되는 수모를 맛봤다. 국가대표 공격수 황의조, 프리미어리거 출신 김두현 등 선수들의 면면도 전혀 꿀리지 않았다.
불과 지난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했던 K리그의 강팀은 불과 1년 만에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무기력하게 주저앉는 신세가 됐다.
강원과 성남의 희비가 극명히 엇갈린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 정답은 리더십이었다.
강원FC는 올해 4월 조태룡 대표이사가 새로 팀을 맡았다. 조태룡 대표이사는 과거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 단장 출신이었다. 그는 전직 금융인이자 스포츠단 운영 전문가 답게 빠르고 단호하게 문제점을 해결해갔다. 부임 8개월 동안 썩은 구석을 도려내고 팀을 새롭게 구축했다.
팀을 개혁하는 과정에서 최대스폰서인 강원랜드 측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일관적으로 선수단에게 힘을 실어줬다. 감독의 선수 보강 요청에 전북 현대에서 활약한 수준급 외국인선수 루이스를 영입하며 화답했다. 빠듯한 살림에서도 구단이 최선을 다해 지원하는 모습을 보이자 선수단의 불신은 믿음으로 바뀌었다.
오랜 야인생활을 접고 화려하게 부활한 최윤겸 감독의 리더십도 빛났다. 아이돌 그룹 ‘샤이니’ 멤버 민호의 아버지로도 더 잘 알려진 최윤겸 감독은 과거 대전 시티즌 감독 시절부터 ‘덕장’으로 유명했다.
최윤겸 감독은 지난 시즌부터 팀을 맡은 뒤 당장의 성적에 연연하기 보다는 선수들의 마음을 이해하는데 주력했다.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선수를 고르게 기용하며 팀을 하나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올시즌 중반 이후 팀 플레이가 살아났고 K리그 클래식 승격까지 이어졌다.
반면 강등 수모를 당한 성남FC는 꼴이 말이 아니었다. 리더십 부재가 성적으로 그대로 이어졌다.
시즌 초반에는 상위권에서 경쟁을 펼치면서 우승후보로까지 거론됐다. 팀이 잘 나가던 지난 8월 득점선두였던 티아고를 이적료 400말 달러를 받고 사우디아라비아 알 힐랄에 내줬다. 이후 팀 분위기는 급격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다음달에는 성적 부진을 이유로 김학범 감독과 코칭스태프를 모두 경질했다. 김학범 감독 본인도 경질 분위기를 감지하지 못할 정도로 갑작스런 결정이었다. 구단은 ‘자진사퇴’라고 포장했지만 당사자들에겐 날벼락 같은 해고통보였다.
그리고 후임 감독대행으로 프로팀 감독 경험이 없는 구상범 성남 U-18팀(풍생고) 감독을 자리에 앉혔다. 팀이 제대로 될리 없었다. 김학범 감독 경질 후 성남은 2무6패로 추락했다. 이 기간 3골을 넣고 12골을 먹었다. 명문팀 성남의 자존심은 추락하다못해 땅속으로 꺼져버렸다.
그나마 구상범 감독대행 마저 스스로 물러나자 결국 승강플레이오프에선 변성환 코치가 선수들을 이끄는 일까지 벌어졌다.
성남의 이같은 몰락은 스스로 자초한 면이 없지 않다. 이재명 성남 시장은 시즌 중 선수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
이재명 시장은 지난 5월 31일 지방재정개편안 철회와 관련한 설명회에 선수 전원을 참석시켰다. 지방행정과 전혀 상관없는 주장 김두현은 이 자리에서 개편안 철회 결의문을 낭독했다.
6월에는 단식 투쟁장소에 김학범 감독과 주장 김두현을 불러 정치적 홍보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고 정치적 도구로 전락한 선수단은 당연히 불만이 쌓였다. 김학범 감독과 구단의 갈등도 깊어졌다. 그 갈등이 해임의 결정적 이유였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프로스포츠는 선수 한 두명 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감독이 선수를 얼마나 잘 이끌고 구단이 뒤에서 잘 밀어주느냐가 더욱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구단과 감독의 리더십이 제대로 발휘된 강원은 올라갈 자격이 있었다. 그리고 리더십이 와르르 무너진 성남은 밑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