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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는 8일 목동 넥센전에 선발 등판, 5이닝 동안 삼진을 7개나 잡아내며 5피안타 2볼넷 2실점으로 호투했다. 팀이 역전을 허용하며 승리투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충분히 인상적인 투구였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그의 체인지업이었다. 좌.우 타자를 가리지 않고 과감하게 춤추 듯 변화하는 체인지업에 넥센 타자들의 방망이는 연신 춤을 췄다. 그가 잡아낸 7개의 삼진 중 무려 5개가 결정구를 체인지업으로 삼은 것이었다.
박정수의 체인지업에는 남다른 특별함이 있다. 우선 체인지업 한 구종을 여러 구종처럼 보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박정수는 체인지업을 스트라이크 존 좌.우로 모두 던질 수 있다. 보통 한쪽으로만 던져 종으로 떨어트리는 다른 투수들과의 차이점이다. 예를 들면 박정수같은 우완 사이드암스로 투수는 우타자의 바깥쪽으로 슬라이더나 커브를 주로 던진다.
하지만 박정수는 이 코스로 체인지업을 던질 수 있다. 바깥쪽으로 빠져나가는 듯 보이다 밑으로 떨어진다. 상대 타자에게는 낯설음을 줄 수 있는 궤적이다. 공을 잡는 그립도 일반적인 써클 체인지업과는 조금 다르다. 그만큼 볼의 움직임이 달라진다.
이대진 KIA 투수 코치는 “체인지업을 좌.우로 모두 던질 수 있는 것이 박정수의 가장 큰 장점이다. 아마도 한동안은 그 낯설음이 잘 통하지 않을까 싶다. 더 노력해야 하는 투수지만 분명 좋은 재능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두 번째 특별함은 제구력이다. 그의 체인지업은 실전용이라 할 수 있다. 뛰는 무대의 레벨이 업그레이드될 수록 더 안정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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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시절은 더 좋지 못했다. 89이닝 동안 65볼넷을 내줬다. 9이닝 당으로 환산하면 6.57개였다. 고등학교 때 부터 제구가 좋은 투수는 아니었던 셈이다. 대신 단계가 높아질 수록 업그레이드가 되고 있는 실전용 투수라는 기대를 갖게 하는 대목이다. 물론 그 중심엔 체인지업의 제구가 자리잡고 있다.
과연 박정수가 낯설음을 넘어 압도적인 수준의 투수로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 일단 출발은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