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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농구 부진, 스타 부재보다 더 큰 이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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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민 기자I 2014.09.05 15: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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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스타와 과거 스타들의 국제성적 비교는 무의미
세계 농구 상향평준화,
기술·전술 비슷한 수준이면 '피지컬' 좋은 팀이 승리

[이데일리 e뉴스 박종민 기자] 지난 2011년 1월 라커룸에서 허재 전주 KCC 이지스 감독을 대면한 적이 있다. 당시 허재 감독은 기자들 앞에서 “스타가 없다. 예전처럼 농구가 인기가 있으려면 거물급 스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농구가 왜 이렇게 인기가 없나”고 물은 한 기자는 허재 감독의 대답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당시로선 공감할 수밖에 없는 얘기였다.

2014 국제농구연맹(FIBA) 스페인 농구월드컵에 나선 한국 농구대표팀은 세계 농구의 벽을 절감해야 했다. 유재학 호가 기록한 성적은 5전 전패. 한국은 앙골라(69-80), 호주(55-89), 슬로베니아(72-89), 리투아니아(49-79), 멕시코(71-87)로 무기력하게 패했다. 지난해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 남자농구 선수권대회에서 3위라는 호성적을 일궈낸 유재학 호에 많은 기대를 걸었으나 결과는 초라했다.

△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대표팀이 2014 FIBA 농구월드컵 D조 조별예선에서 5전 전패했다. / 사진= 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일각에서는 한국 농구의 부진을 스타 부재의 탓으로 돌린다. 물론 해외 언론의 조명을 받았던 조성민(31·KT)을 비롯해 양동근(33·모비스) 등 스타급 선수들의 존재감은 미비했다. 이종현(20·고려대)과 김종규(23·LG)의 골밑도 세계무대에선 평범한 수준이었다. 분명 스타는 있었지만, 세계무대에서 통하지 않은 것이다. 허재 감독이 과거 언급한 스타 부재보다 커다란 구조적 문제가 한국 농구의 경쟁력을 약화시켰다는 생각을 해볼 수 있다.

신동파, 이충희, 허재의 세계무대 활약과 오늘날 스타들의 세계무대 성적을 절대 비교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앞선 스타들이 국제 대회에 나선 것은 지난 1970년대부터 1990년대다. 당시에는 선진 농구와 후진 농구의 격차가 지금보다 훨씬 벌어졌었지만, 미국이나 러시아(前 구소련) 등 농구 최강국들이 아닌 이상 농구 후진국들간 실력 격차는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미국 농구대표팀인 원조드림팀은 ‘농구 후진국’ 앙골라를 116-48로 제압했다. 이들은 8전 전승, 평균 득실점 마진 43.8점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1996 애틀랜타 올림픽에서도 미국 농구대표팀은 8전 전승, 평균 득실점 마진 31.8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2000 시드니 올림픽에 출전한 드림팀은 고전 끝에 가까스로 우승했다. 이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미국은 더이상 ‘절대강자’의 위상을 과시하지 못했다. 미국프로농구(NBA)의 세계화가 급물살을 타면서 세계 농구도 상향평준화되기에 이르렀다. 그 시점은 대략 1990년대 후반부터인 것으로 판단된다.

남미와 유럽 국가들이 농구 종주국 미국의 입지를 위협한 게 벌써 10여 년째다. 1990년대와 그 이전 농구 후진국의 신세를 면치 못했던 국가들은 세계 농구 상향평준화의 흐름을 타고 꾸준히 발전을 거듭했다. 자국 선수의 미국프로농구(NBA) 진출, 외국인 선수의 귀화, 선진 농구 기술과 감독, 전술 등의 도입, 농구 저변의 확대 등 다양한 방법으로 농구 발전을 꾀했다.

특히 아시아의 중동과 서구의 아프리카 등 상대적으로 농구 후진국에 속했던 국가들의 기량도 우리로선 버거운 수준이 됐다. 세계 농구의 상향평준화 상황은 한국으로선 악재가 되고 있다. 기술, 전략 등 부분이 비슷한 수준이면 신체조건과 운동능력, 쉽게 말해 ‘피지컬(Physical)’이 경기력을 좌우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기 때문이다.

그간 한국이 중국 농구의 벽에 번번이 무너졌던 것도 스타, 기량, 전략 등의 문제보단 사실상 높이의 차이가 큰 데서 기인했다. 서양권 국가 선수들의 경우 중국보다 탁월한 피지컬을 갖추고 있다. 만수(萬手)인 유재학 감독도 어찌할 도리가 없는 셈이다.

일명 ‘센터놀음’이라는 농구는 야구와 축구보다 이변이 적은 종목이다. 선수간 피지컬의 차이가 그나마 적었던 아시아 대회에선 수비와 용병술, 김민구 등 스타 선수들의 공격력 등으로 꽤 준수한 성적을 올릴 수 있었지만, 시야를 세계로 확장했을 때 당분간 한국 선수들의 피지컬로는 승리하기가 매우 어려운 구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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