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독일 분데스리가 명문구단인 ‘바이에른 뮌헨’이 연고지를 둔 독일 바이에른주의 경우 1996년부터 10년간 이용자 자율에 맡긴 전자카드제를 운영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사감위에서 추진중인 의무적 전자카드제를 2006년 10월부터 본격 시행한 이후 매출액이 급속히 하락했다. 전자카드가 의무화되기 이전인 2005년의 경우 5억 1,000만 유로에 달했던 발매액이 2008년에는 2억 5,800만 유로로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
상품별로는 우리나라의 프로토 게임과 같은 형태로 운영되는 고정배당률 게임(오드셋) 상품의 경우 2005년 4억3180만 유로였던 발매액이 2008년에는 2억 780만유로로 무려 51.9%나 하락했다. 2008년 1월부터 전자카드제를 시행한 변동배당률 방식 게임(토토 방식)은 2007년 781만 유로에서 2008년 498만 유로로 불과 1년만에 36.5%의 감소율을 보였다.
독일의 경우 1인당 한주동안 베팅할 수 있는 금액이 4000유로(약 700만원)로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은 수준임을 감안하면 전자카드제 도입이 매출 감소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자카드 의무화 이후 고액베팅하는 사람이 줄어드는 등 일부 긍정적 효과가 나오기도 했지만 기존 참여인원의 상당수가 전자카드 없이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해외 스포츠베팅 사이트나 불법 사설베팅시장으로 흘러들어가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스포츠베팅 게임에 전자카드제를 도입한 사례는 북유럽 선진국 노르웨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릴리함메르 동계올림픽으로 잘 알려진 동계스포츠 강국인 노르웨이에서는 국영 스포츠베팅사업자인 노스크티핑(Norsk-Tipping)이라는 업체가 독점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노르웨이의 경우 전체 인구 450만명 가운데 절반 가량인 210만명이 노스크티핑사의 회원으로 등록해 게임을 즐길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노스크티핑이 전자카드를 도입한 목적은 사행산업을 규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의 편의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즉, 고객들이 현금을 지참하지 않고도 어디서나 자유롭게 게임에 참여하고 적중시에는 미리 지정한 계좌로 상금을 이체해 주는 등 전적으로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전자카드가 활용된다.
현재 스포츠베팅 사업을 시행중인 나라들 가운데 이들 극소수 국가 외에는 전자카드를 도입한 사례는 거의 없다. 사감위가 추진중인 전자카드제 방식처럼 6개월 동안 55일 이상 베팅한 기록이 있으면 과다 이용객으로 분류해 전자카드가 정지되고 3시간의 교육까지 받게 하는 등 이용자들을 강력하게 규제하기 위한 장치로 활용하는 경우는 더더욱 찾아 볼 수 없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전자카드제가 우리나라에 본격 도입되면 독일처럼 스포츠토토 매출이 급감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자카드제가 시행되면 스포츠토토를 구매하려는 사람은 주민등록증을 제시해 카드를 발급받은 다음 현금을 충전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게다가 언제 어디서 얼마나 구매했는지 등 모든 구매 정보가 낱낱이 기록으로 남겨진다. 이런 불편함을 무릅쓰고 게임에 참여할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스포츠토토 사업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외국 사례에 비춰볼 때 전자카드가 도입되면 합법사업은 위축되는 반면 불법 도박이나 인터넷 카지노 등 불법시장은 급속히 팽창하게 될 것”이라며 “아무리 좋은 명분을 갖고 추진되는 제도일지라도 효율성에 비해 부작용이 훨씬 크다면 철회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