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 가수 돌아온 장기하는 10년간 몸담은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이하 ‘장얼’)이 2018년 해체한 후 가진 공백기를 이 같이 표현했다.
고민 끝 내린 결론은 ‘내 목소리를 내 목소리답게 해주는 음악을 만드는 것’이었단다.
장기하는 23일 이데일리와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결론을 내린 작년 초부터 앨범 작업을 시작했다. 무반주로 목소리를 녹음하고 거기에 어울리는 것들을 이것저것 붙여보면서, 대중가요로 인식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소리만 넣자는 생각으로 곡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전날 발매한 EP(미니앨범) ‘공중부양’이 그 결과물이다. 장기하는 타이틀곡 ‘부럽지가 않아’를 비롯해 ‘뭘 잘못한 걸까요’, ‘얼마나 가겠어’, ‘가만 있으면 되는데 자꾸만 뭘 그렇게 할라 그래’, ‘다’ 등 5곡을 앨범에 실었다. 곡 작업은 서울을 떠나 파주에서 진행했다.
장기하는 “아침에 일어나 밥을 간단히 먹고 나서 차를 몰고 임진각 쪽으로 가곤 했다. 어쩔 땐 철원 방향까지 계속 갔다. 그러다 보면 멍 해지는 순간이 오면서 이따금씩 한 문장씩 떠오르더라”며 “지극히 현실적 상황 속에서 나 자신을 멍하게 만든 다음 떠오른 문장과 생각들에서 출발해 곡 작업을 했다”고 돌아봤다.
‘공중부양’은 작정하고 미니멀리즘을 추구한 앨범이다. 전곡에 베이스 사운드를 아예 포함하지 않았을 정도다. 그래서 잡생각을 늘어 놓는 것 같으면서도 철학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것 같기도 한 묘한 가사를 랩처럼 내뱉는 장기하의 목소리에 더 집중하게 된다.
장기하는 “은연 중 ‘장얼’ 때와는 사운드 자체가 아예 달라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렇게 작업하다 보니 처음부터 안 넣으려던 건 아닌데 밴드 활동 때 강조했던 베이스 사운드를 줄이다 못해 아예 빼버린 결과물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은퇴한 거 아냐?’라고 물을 정도로 장기하의 공백기는 꽤 길었다. 그런 만큼 ‘공중부양’은 장기하에게 의미가 남다른 앨범일 수밖에 없다.
장기하는 “밴드를 10년 하고 그만둔 후 커리어 2기를 어떻게 펼쳐나갈까 고민을 많이 했다. ‘공중부양’은 그 고민의 결과물이라고 하긴 그렇고 2기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가 지금 이런 정도의 생각을 하고 있고, 이런 정도의 위치에 와 있습니다’라는 걸 듣는 분들과 향후 협업하게 될 아티스트들에게 알리는 자기소개 같은 개념의 앨범이기도 하다”고 부연했다.
“창작 활동을 안 하는 비음악인 분들에게는 하루에 느끼는 여러 재미 중 하나가 됐으면 해요. 아티스트분에겐 ‘이 사람과 뭔가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끔 해주는 앨범이었으면 하고요.”
장기하는 “공백 기간 동안 남들 앞에서 노래 부를 일이 없었다. 노래방에도 가본 적이 없다. 주변 친구들이 이번 앨범 낸 뒤에 기자간담회도 하고, 방송 출연도 할 거라고 하니 놀라더라. 저 스스로도 ‘그래 맞아 내가 뭘 하던 사람이었지?’ 싶을 정도로 아직 컴백했다는 게 실감 안난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공연을 비롯해 크고 작은 이런저런 활동을 할 계획이다. ‘장얼’ 때 싱글을 거의 내본 적이 없는데 신곡을 한 곡씩 자주 내고 싶다는 마음도 있다. 가창자, 프로듀서, 연주자, 영상 제작자 등 다양한 분들과 재미있는 작업들을 해나가고 싶다”고 밝혔다.